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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원칼럼] 지는 싸움, 이기는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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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07 20:55:31 수정 : 2014-04-07 21:4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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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약탈’ 망상에 사로잡힌 일본
등을 돌리는 세계… 일본은 이길 수 없다
일본이 전과는 딴판이다. 사사건건 주변국을 건드리는 것이 백년 전을 빼닮았다. 제국주의 약탈 시대의 추억을 되살리기라도 하자는 것인가. 평화의 소리는 잦아들고, 패도(覇道)가 난무한다.

독도 도발에 또 불을 댕겼다.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에까지 “한국이 일본 고유영토인 독도를 불법 점령했다”고 쓰기로 했다. ‘땅을 빼앗아 간 나라가 한국’이라고 가르치겠다니 일본 어린이 가슴에 반한(反韓)의 씨앗이 심어질 것은 너무도 뻔하다. 센카쿠(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갈등. 이 문제만 나오면 일본인 가슴에는 반중(反中)이 타오른다. 상대가 자신의 땅이라고 주장하는 센카쿠, 이웃 나라에 빼앗겼다는 독도. 누구에 대한 원망이 더 클까. 그런 까닭에 독도 도발은 위험하다.

일본 방위백서에 독도 영유권 주장이 오른 것이 언제이던가. 2005년부터다. 이전까지는 일본 외무성 주장만 있었다. 아직 많은 일본인이 독도를 한국 땅으로 여기는 것은 이 때문이다. 수위를 높인 독도 도발, 이제는 일본 어린이까지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외치게 생겼다.

달라진 일본. 2005년이 그 기점이다. 일본정치를 휩쓰는 극우세력은 이후 일본군위안부 강제동원 부인, 침략전쟁 부정까지 낯 두꺼운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과거를 돌아보자. 1965년 한·일협정 체결, 1972년 중·일수교, 1993년 위안부 강제동원을 사죄한 고노담화 발표, 1995년 식민지 지배를 사과한 무라야마담화 발표. 그 사이사이 일본의 왕과 총리는 침략행위를 사죄했다. 1990년 5월 아키히토 일왕은 “통석(痛惜)의 염(念)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평화를 갈망하던 때의 일들이다. 일본의 역사 반성, 그것은 화해와 협력의 토대였다.

지금은 다르다. 일본의 행보 하나하나가 도발적이다. 통석의 변은 들어본 적이 오래다. 분쟁의 씨앗은 누가 뿌리고 있는가. “더 이상 반성하지 않겠다”는 일본이다.

강호원 논설실장
희한한 일이 하나 벌어졌다. 미국 정부가 일본의 전범 35명을 입국금지 조치했다. 69년 전 끝난 태평양전쟁 아닌가. 도쿄 국제전범재판까지 열지 않았던가. 미 법무부 특별조사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일본인의 전범행위를 조사했다고 한다.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전쟁 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한 심판은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 담겨 있다. 미 국무장관이던 힐러리 클린턴은 “위안부는 성노예로 불러야 한다”고 했다. 여성이기 때문에 한 말일까. 아니다. 전범 조사에 맥이 닿는다.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왜 다시 꺼내느냐고? 클린턴은 ‘다 지난 문제’를 놓고 왜 “성노예”라고 했는가. 침략 전쟁의 역사를 되풀이하고자 하니 반인륜적 행위에 대한 성토가 시작된 것일 뿐이다. 미 버지니아주 의회의 동해병기법 제정,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시의 위안부 소녀상 건립 허용은 ‘일본 다시보기’에 기인한 것 같다. 미 국립지리정보국(NGA)이 독도, 다케시마, 리앙쿠르록스를 모두 한국 땅으로 통일한 이유도 궁금해진다.

일본은 이길 수 있을까. 힘들다. 왜? ‘부도덕’의 낙인이 찍히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는 발전한다. 이성의 시대로, 인권의 시대로. 인류가 걸어온 역사 행로가 그렇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수많은 신생국은 무엇을 뜻하는가. 적어도 이념적으로 제국주의적 약탈을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 담겨 있다. 일본 극우세력은 미국 그늘에서 벗어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행동이 제국주의 약탈 시대로 돌아가고자 하니 누구의 환영도 받지 못한다. 그런 생각으로 어찌 이기겠는가. 힘은 있는가. 약해졌다. 1경원을 넘는 빚이 일본을 짓누르고 있다. 파산을 모면하기 위해 약탈 시대를 열고자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일본이 이기는 수는 한 가지 있다. 이웃나라가 멍청하면 이긴다. 백년 전처럼 세상의 변화에 눈 감고, 정쟁만 일삼으며, 온 나라를 도탄에 빠지게 하는 그런 이웃나라. 한반도에 전쟁을 조장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다. 가소(可笑)할 일이다.

부위정경(扶危定傾). 위기가 커지고 있으니 우리의 잘못을 바로잡아 닥쳐올 풍파에 맞서야 한다.

강호원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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