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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거실… 품앗이 육아… 따로 또같이 아홉가구 ‘오순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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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05 06:00:00 수정 : 2014-04-05 10: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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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주택’ 입주 후 달라진 삶 “아이는 밝아졌고, 어른들은 사는 맛을 느낀다고 합니다. 재미있다는 이야기이지요.”

서울시내 대표적 공유주택인 ‘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 공동대표이자 1호에 입주해 3년째 살고 있는 박흥섭(52)씨는 소행주 입주 후 달라진 삶을 이렇게 소개했다.

◆“사는 게 재밌어졌다”


소행주에선 공동거실에서 저녁을 해먹는데 입주자들은 ‘저해모’라고 부른다. ‘저녁을 해먹는 모임’이 아니라 ‘저녁 해방 모임’의 줄임말이다. 가사노동에 억눌렸던 엄마들이 붙인 이름이다.

박씨는 “아이 키우는 엄마들은 취미활동 하나 하기 힘든데 소행주 엄마들은 저녁에 선생님을 모셔와 기타 동아리 모임까지 한다”며 “보통은 하루종일 아이들과 씨름하다 저녁을 차려야 하는 부인과 늦은 퇴근을 하는 남편이 웃는 낯으로 마주하기 쉽지 않은데 소행주에선 그게 가능하다”고 했다.

박씨는 또 입주자들과 배드민턴도 치고, 야유회도 가며 전엔 몰랐던 재미를 찾았다. 그건 “집을 장만하고 크기를 늘려가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던 과거와 가장 달라진 점”이라고 했다. 박씨는 빚을 안고 아파트에 살다 빚을 털고 집 크기를 줄여 소행주로 이사했다. 여덟 이웃들과 한 평씩 내서 만든 커뮤니티 공간인 공동거실은 1평 값으로 9평을 쓰는 셈이니 집이 커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 공동거실엔 취사가 가능하게 설계됐고, 대형 스크린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빔프로젝트, 아이들의 놀이기구 등도 비치해놓고 입주한 9가구가 같이 쓴다.

집값을 묻는 질문에 박씨는 ‘노코멘트’했는데 그 이유가 단호했다. “얼마짜리 집이란 말로 너무 많은 걸 규정한다. 여기서 얻은 이웃, 문화, 삶의 변화는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다. 집에 값을 매겨 비교당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한정운 소행주 운영팀장이 “대지비용과 건축비용 탓에 같은 평수 주변 빌라보단 비싸지만 아파트보단 훨씬 싸다”고 귀띔했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 ‘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 커뮤니티 공간인 공동거실에 모여 입주자들이 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소행주 제공
◆통계도 없는 공유주택…확산세는 뚜렷

공유주택이란 여러 주거공동체를 통칭한다. 소행주처럼 입주자가 먼저 모이고 설계를 시작하는데 공동거실이나 공동세탁실, 공동 옥상, 공동 현관 등 세대 간 교류를 유도하는 커뮤니티 공간과 프로그램을 넣는 코하우징, 침실을 제외한 식당과 거실 등을 공유하는 셰어하우스 등이 있다. 이들은 비영리법인을 만들어 사업을 진행하고 지분을 나눠갖기도 하고, 협동조합을 만들어 조합원에게 임대하는 등 방식도 다양하다.

전문가들은 유럽 등 서구에서 앞서 시작된 공유주택과 주택협동조합은 참여 동기 등에서 차이가 있다고 보지만 최근 국내에서 주거공동체에 대한 욕구가 공유주택으로 나타나고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된 뒤 주택조합 결성 형태로도 분출되고 있어 비슷한 흐름인 셈이다.

공유주택이 현행 건축법상 별도의 주택유형으로 분류돼 있지 않은 탓에 관련 법제도는커녕 전국 공유주택의 정확한 통계조차 집계된 바 없다. 그럼에도 최근 수요 증가는 뚜렷하다.

청년주거운동단체인 민달팽이유니온의 최근 주택협동조합 창립식에는 120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기획재정부에 등록된 주택협동조합 역시 하우징쿱협동조합,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등 1년 새 11개가 생겼다. 소행주는 2011년에 처음 9가구가 입주한 뒤, 2012년에 2호(9가구), 2013년 3호(8가구)까지 만들어졌으며 올해 안으로 4, 5호가 입주 예정이다.

◆“문의자 10명 중 1명밖에 계약 못해”

인기만큼 현실은 녹록지 않다. 대안으로 각광은 받지만 입주까지 행동에 옮기긴 어렵다. 다시 집값 때문이다.

한정운 소행주 운영팀장은 “문의전화를 따져보면 100가구가 입주를 희망해도 실제로 입주하는 가구는 10가구도 안 된다. 입주를 하려면 토지매입, 건축 등에 입주금의 50%를 내야 하는데 대부분 자산의 80∼90%가 부동산에 묶여 있다 보니 자금운용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즉 자금운용 시차가 발생하는 것이다. 비용부담 탓에 공유주택이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정작 넉넉지 않은 이들에게 또다시 벽이 생기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건설사의 경우엔 금융사로부터 막대한 재정을 조달해 주택을 건설하고 분양하지만 공유주택에 살고자 하는 개인에겐 그러한 재정시스템이 없다는 점에서 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최근 1인가구 주택협동조합으로 설립 예정인 ‘함께 협동조합’이 서울시의 사회투자기금을 통해 융자를 받은 사례가 공공의 지원을 받아 초기 주택매입자금을 조달한 첫 사례다.

서울시는 공유주택의 아이디어를 도입해 올해 입주 예정인 강서구 가양동·중구 만리동 임대주택을 협동조합형으로 지어 임대한 바 있다. 이건기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협동조합형 공유주택 확산이 현 전세난 등 주거문제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어 민간의 확산을 위한 적절한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공공 영역에서도 열린 자세로 지원 가능한 모델과 방법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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