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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거대도시 서울, 최고의 교통수단은? #2 스쿠터, 혼다 ‘FSH 125’

입력 : 2014-04-02 11:06:56 수정 : 2014-04-02 11: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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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대도시 서울. 1천만 명의 사람들이 300만대의 자동차를 타며 살고 있다. 세계닷컴에서는 스쿠터, 모터사이클에서 가솔린·디젤 자동차, 하이브리드 자동차 그리고 전기자동차까지 각각의 특성에 따라 서울 시내에서 다니기 좋은 교통수단은 무엇인지 직접 체험해보고 시승기를 연재하기로 했다. 메가시티 서울의 미래에는 어떤 이동수단이 인기를 끌까. 두 번째 순서는 스쿠터다. 가장 편리하고 합리적이라 생각하지만 막상 ‘배달용’이라는 낙인을 받기 쉽다.


▲ 혼다의 든든한 ‘발’, 배달업계의 든든한 ‘발’

추위가 갑자기 사라졌다. 3월 새 학기, 새출발의 계절이 다가오니 무언가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 새출발의 교통수단은 어떤 게 좋을까. 그간 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가 필요했다. 서울에서 가장 편리하고 저렴하게 다닐 수 있는 교통수단. 바로 혼다의 스쿠터 FHS 125다.

혼다의 베스트셀러 스쿠터 ‘PCX-125’와 동일한 엔진을 사용하는 이 스쿠터는 겉모습이 상업용에 가깝다. 앞바퀴 16인치, 뒷바퀴 14인치의 커다란 휠을 끼워서 더 그렇다. 스쿠터를 타고 약 일주일 간 서울 시내를 누볐다. 자동차처럼 운전자의 모습을 스스로 찍을 방법이 없어 사진을 많이 남기지는 못했지만 충분한 경험을 했다.

FHS 125는 스쿠터 업계에선 수입차다. 혼다코리아가 수입해 판매한다. 국산 스쿠터 업체도 다수 있지만 스쿠터 시장에서는 국산과 수입산의 경계가 자동차보다 더 허물어져 있다. 스쿠터를 포함한 이륜차는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국산 브랜드가 가장 많고 일본과 대만에 이어 중국 브랜드의 진출이 늘어나고 있으며 대형 이륜차 시장에서는 독일과 미국산의 판매도 꾸준하다.

▲ 서울시내 달려보니…자동차에 비해 2배 이상 빨라

혼다 FHS 125를 타고 기자의 일상적인 생활을 함께했다. 주로 서울 광화문 회사에서 강남구 역삼동의 기자실을 오가거나 중간 중간 취재 현장에 나가는 스케줄이다.

스쿠터를 타니 일단 출근부터 빠르다. 기존에 전기차를 탔을 때는 연료비가 절약된다는 데 의미를 둬야 했지만 스쿠터는 연료비뿐만 아니라 시간이 절약된다.

그렇다고 스쿠터를 타고 차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 것은 아니다. 신호등은 당연히 준수했고 법규대로 가장 하위 차선을 위주로 다녔다.

주행 시간도 빨라졌지만 주차 시간은 정말 깜짝 놀랄 수준이다. 한 번도 스쿠터로 출퇴근을 했던 경험은 없었기에 더 놀라웠다.

서울 시내의 주요 건물들은 이륜차용 주차장을 입구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별도로 마련했다. 만약 주차 공간이 없는 경우 자동차용 주차 공간으로 들어가 물어보니 별말 없이 차단기를 열어준다. 이따금 “자동차 주차에 방해되지 않게 주차해주세요”라고 말을 남기기도 한다.

자동차를 타고 비싸고 잡기도 어려웠던 주차장 때문에 골치를 앓았던 경험을 생각하면 ‘자유주차권’이라도 얻은 느낌이다.

가까운 곳에 주차하고 신호에 맞춰 안전한 주행을 하고 또다시 가까운 곳에 주차하니 서울 광화문에서 강남까지 소요시간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 대도시 서울은 자동차 중심(?) 인식 개선 필요해

주행과 주차는 편리했지만 서울 시내에서 스쿠터를 이용하는데 걸림돌은 있었다. 스쿠터를 타고 도로를 달리면 덩치 큰 자동차는 위협적으로 느껴진다. 도로교통법에 맞춰 하위 차선으로 달리면 정차하는 버스나 택시와 계속 마주친다. 이 스쿠터는 125cc로 시속 80㎞/h 이상 달릴 수 있지만 4개의 바퀴로 브레이크를 잡는 자동차와 2개의 바퀴가 작동하는 스쿠터는 제동거리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러니 앞차를 바짝 따라기는 것은 무척이나 위험하다. 하지만, 차간 거리를 벌리고 달리다간 뒤차에서 상향등이 켜지거나 경적을 울리기 십상이다.

도심에서는 스쿠터를 포함한 이륜차를 타고 달리는 운전자의 상당수가 퀵서비스나 배달 관련 일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 직장인이 양복에 스쿠터를 타는 것은 무척이나 보기 힘들다. 아마도 직장인 가운데 스쿠터를 타고다니는 경우가 없기 때문일 것. 매일같이 복잡한 서울 시내를 이륜차로 달리는 이른바 전문가(?)의 세상이다. 좁은 차간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고 신호등을 무시하는가 하면 횡단보도로 길을 건너고 가로수 옆을 주차장으로 사용한다. 일부 이륜차 운전자들의 행위겠지만 이런 상황을 본 운전자와 거리의 시민들은 이륜차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이륜차 운전자의 준법정신도 필요하고 운전자가 이륜차를 배려하는 마음도 필요하다.

▲ 리터당 50㎞의 연비, 버스보다 저렴한 교통비

일주일 간의 시승에도 5.5ℓ의 연료통은 바닥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륜차의 연비는 자동차처럼 공인 규정이 없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시속 60㎞/h 혹은 80㎞/h로 정속주행에서 소비되는 연료를 측정해 공개하고 있다. 혼다 FHS 125의 시속 60㎞/h 정속주행 연비는 51.5㎞/ℓ다. 작은 연료통을 고려해도 약 250㎞를 달릴 수 있다.

특히, FHS 125에는 정차시 엔진을 자동으로 끄는 스타트/스톱 기능이 탑재됐다. 시내에서 정차시 연료의 낭비를 막아준다. 다만, 정차가 오래될 경우 다시 시동을 건다. 덕분에 시내 주행에도 60㎞/ℓ 정속 주행 연비와 큰 차이는 없다. 지난번 시승기에 기자의 동선이 하루 30㎞ 미만이었음을 고려하면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휘발유 5ℓ로 충분하다.

일주일 간 휘발유 5ℓ를 사용했다고 생각하면 약 9000원, 높여 잡아도 1만원이면 일주일 교통비가 해결된다. 서울의 교통비가 가장 저렴해도 편도 1100원인 것을 감안하면 5일간 한 번씩 출퇴근만 해도 1만원을 넘긴다. 물론, 스쿠터의 유지보수나 감가상각을 생각해야겠지만 유지비 측면에서는 대중교통보다 저렴하다. 전기차처럼 충전의 고민도 없고 주차비는 일주일 동안 한 번도 내지 않았다.

이렇게 편리하고 저렴한 교통수단이 대중화되지 않았다는 것은 의외의 현상이다. 유럽에서는 자전거와 스쿠터가 일반적이기도 하고 많은 동남아 국가에서 스쿠터를 주요 교통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보면 서울에도 스쿠터가 잘 어울리지 않을까.

이다일 기자 aut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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