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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하나마나한 공기업 고객만족도 조사

입력 : 2014-04-01 06:25:00 수정 : 2014-04-01 06: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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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곳 5년 연속 평균 90점대
국민 체감도는 50점대 ‘대조’
정부의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조사가 실효성과 신뢰성 등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의 서비스를 경험한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만족도 조사가 각 공기업의 점수 올리기 유도와 과열 경쟁 등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조사 결과가 최근 5년 연속 평균 90점대의 고득점 행진을 이어와 데이터로 쓰지 못하는 상황까지 처하게 됐다. 기획재정부는 국민에게 공개하던 조사결과를 올해 비공개로 방침을 바꾸고 대대적인 제도 개혁에 착수했다.

31일 기재부에 따르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등 182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된 ‘2013년도 고객만족도 조사’ 결과 24개 공기업의 경우 우수기관(90점 이상)이 무려 21곳이고, 양호기관(85∼90점 미만)은 3곳으로 나타났다. 보통(80∼84점)과 미흡(80점 미만)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지난해 공기업 고객만족도 평균점수는 무려 93점이었다. 2009년 92.0점 이후 5년째 90점대를 유지하고 있다. 공공기관 서비스 향상을 위해 이 제도가 첫 도입된 1999년에는 평균점수가 50점대에 불과했다.

기재부는 고객만족도 조사 결과를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에 공시하고, 경영실적평가에 국민평가 지표로 반영하고 있다. 공기업의 경우 평가점수 100점 중 5점을, 기관장은 2점을 고객만족도 조사결과가 좋으면 받을 수 있다. 이로 인해 각 공기업과 기관장들의 과열 경쟁과 점수 올리기 유도 등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기재부는 2013년도 고객만족도 조사결과를 개별 공공기관에만 통보한 채 알리오에는 올리지 않았다.

반면에 공공기관의 서비스를 제공받지 않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2011년부터 기관의 윤리성과 사회적 책임성 등에 관한 국민 체감도 조사를 하고 있는데 3년 연속 50점대에 그쳐 매우 낮은 수준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조사결과를 받았는데 납득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점수가 높아 실효성이 없어 데이터로 쓰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조사결과가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지난 28일 관계부처, 공공기관과 간담회를 한 데 이어 이번 주 중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4월 말까지 고객만족도 조사의 신뢰성과 공정성, 실효성 등 제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고객만족도 조사 점수의 인플레가 심각해 이 평가시스템을 중단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며 “공공기관 개혁 대상에 부채와 방만 경영뿐 아니라 서비스 품질도 포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박찬준·우상규 기자 sky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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