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뭇 통속적인 주제임에도 여기저기 흔하게 보이는 막장드라마로 흐르지 않게 하는 힘은 사건보다 인물에 천착하는 연출과 극의 배경으로 삼고 있는 경주가 주는 특유의 분위기에서 찾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그러나 정체하는 시청률을 근거로 드라마가 길을 잃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10회를 넘은 드라마가 아직도 이야기의 본궤도에 오르지 못해 지루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참 좋은 시절’이 배경으로 삼은 경주의 풍경은 보는 이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KBS 제공 |
주말드라마답게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 ‘참 좋은 시절’은 불륜, 사기, 삼각관계 등 인물 간 갈등을 주요하게 짚어가는 방식이 아닌 각 개인이 지닌 사연에 초점을 맞춘다. 검사로 성공하고 외면했던 고향을 15년 만에 찾은 강동석(이서진), 어릴 때 친어머니에게 버림받은 강동희(옥택연), 첩의 아들을 제 자식처럼 키운 장소심(윤여정), 친아들에게 자신이 어머니라고 말하지 못하고 바라만 보는 하영춘(최화정) 등 애달픈 사연을 지닌 인물들과 그들이 지닌 정서에 천착해 극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드라마는 느린 전개 속에서도 보는 이들에게 풍부한 감상을 이끌어내고 있다.
여기에 극이 배경으로 삼은 경주도 한몫하고 있다. ‘참 좋은 시절’ 첫 회는 침대에서 자다 일어나 선배 검사의 사고 소식을 듣고 고향 경주로 향하게 되는 주인공 강동석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야트막한 왕릉, 낮은 건물 지붕 위로 시원하게 펼쳐진 하늘 등 지방 소도시 특유의 풍경이 이제 막 경주에 도착한 서울 검사 강동석과 대비를 이루며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문보현 책임프로듀서(CP)는 “기존 드라마에서 잘 보여주지 않던 그림을 담아내고 아날로그 정서를 효과적으로 살리기 위해 경주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긍정적인 평가만 있는 건 아니다. 너무 느리게 느껴지는 극 전개 때문에 차라리 전작 ‘왕가네 식구들’처럼 쉴 틈 없이 사건이 터지는 막장드라마가 낫지 않느냐는 비판도 있다. 실제로 ‘참 좋은 시절’은 50%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한 전작에 이어 경쟁 드라마가 없는 유리한 시간대를 점하고 있지만, 10회가 넘도록 첫 회 시청률(23.8%)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정 시청층 이외에 다른 시청자들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안하다, 사랑한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등 20부작 미니시리즈에 익숙한 이경희 작가가 50부작에 이르는 주말연속극을 쓰면서 완급 조절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석진 드라마평론가는 “극의 느린 속도가 미학적 선택이 아니라 작위적으로 이야기를 늘어뜨리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참 좋은 시절’은 전 가족을 대상으로 한 주말연속극답게 4대가 한 집에 사는 대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KBS 제공 |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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