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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명화·가요… 어르신 위한 ‘이천원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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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3-25 21:21:13 수정 : 2014-03-26 07:3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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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복합실버문화공간 ‘청춘극장’ 지난날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어르신들만의 공간이 있다. 서울 중구 충정로에 위치한 복합실버문화공간 ‘청춘극장’. 옛 화양극장 자리에서 서울시가 운영하는 실버전용극장으로 운영되다가 지난해 3월 현재의 자리로 이전해 ‘청춘극장’이란 이름을 갖게 됐다. 

꼬리 문 매표 행렬 문화공연이 있는 토요일, 공연을 몇 시간 앞두고 어르신들이 매표소 앞에서 줄지어 서 있다. 기다리는 모습에 넉넉함이 배어 있다.
따끈따끈한 입장권 한 어르신이 방금 구입한 입장권을 보여준다.
“나이가 들어 시간 보낼 때가 없는데, 이곳에 오면 젊었을 때 보지 못한 고전 명화도 보고 눈치 안 보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어 시간이 잘 가.” 청춘극장에서 만난 최명수(80)씨의 말이다. 최씨처럼 소문 듣고 찾아오는 어르신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시가 지원·운영하는 청춘극장의 입장료는 2000원. 커피와 차, 뻥튀기 과자 등 먹을거리도 무료로 제공한다. 아침 상영시간에는 선착순으로 빵을 나눠준다. 이때는 어르신들이 매표소 앞에 길게 줄 서는 진풍경도 볼 수 있다.

흘러간 팝송·가요, 신청만 하세요 ‘뮤직박스’에서 김동은 매니저가 흘러간 팝송이나 가요를 틀어주고 있다.
입장권만 있으면 커피·과자가 공짜 한 어르신이 ‘청춘카페’에서 커피와 과자를 받아가고 있다. 입장권만 보여주면 무료로 받을 수 있다.
극장 로비엔 상영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음악을 신청할 수 있는 ‘뮤직박스’가 있다. 김동은 매니저가 직접 신청곡을 받아 흘러간 가요와 팝송을 틀어준다. 인심 좋아 보이는 어르신이 기자에게 “맛있다. 먹어보라”며 떡 하나를 건넨다. 직접 싸온 과일과 떡, 김밥을 나눠 먹으며 상영시간을 기다리는 어르신들도 있고,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경우도 많다. 입장권을 제시하면 밥값을 할인해주는 식당이 생겼을 정도다. 

설레는 기다림 어르신들이 영화 상영 시간을 기다리며 대기실에 앉아 있다.
월·화·목·금요일은 하루 세 차례, 수·토요일은 두 차례에 걸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전쟁과 평화’ 등 추억의 영화를 상영한다. 많을 때는 하루 관람객이 600여명에 이른다. 지방에서 찾아오는 이들도 있다. 외국영화는 자막을 따라 읽기 힘들어서 한국영화의 인기가 높다. 평일에는 요일별로 ‘추억의 가요교실’, ‘어르신 장생 기체조’, ‘정겨운 우리 민요교실’ 등 다양한 문화강좌가 열린다. ‘청춘가요 콘서트’, ‘현미와 함께하는 추억의 가요’ 등 특별공연이 마련되는 토요일엔 극장 안이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인다.

향수에 젖어 한 어르신이 한 쪽 벽면을 가득 메운 고전 명화 포스터 앞에 앉아 있다.
활짝 핀 이야기꽃 청춘극장을 찾은 어르신들이 직접 싸 온 떡을 나눠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주말에 ‘계모임’을 갖는 어르신들도 많다. 홀로된 어르신은 마음에 맞는 분과 데이트를 즐기기도 한다. 가슴 설레던 그 시절로 돌아간 ‘마음만은 청춘’들은 고전 명화에 빠져들기도 하고 문화 공연을 보며 웃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상영시간과 예매 방법을 몰라 입구에서 발길을 돌리는 어르신들도 있다. 한 어르신은 “안내 전단의 글자를 더 크게 바꿔야 한다”고 충고했다.

사진·글=남정탁 기자 jungtak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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