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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칼럼]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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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3-23 21:44:57 수정 : 2014-03-23 21:5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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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지도자들 난세 대처 논의 필요
악화일로 북핵문제 해법 나오길
핵물질을 안전하게 관리해 핵테러리즘을 예방하기 위한 핵안보정상회의가 오늘부터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다. 2010년 워싱턴, 2012년 서울에 이어 세 번째다. 올해도 54개국과 4개 국제기구의 정상급 인사가 참석한다. 본회의 말고도 이면에서 소규모 내지 양자 정상회담이 열려 다양한 국제정치 현안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필자가 특히 주목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의 국제정치에 대해서다.

주지하듯이, 2월 우크라이나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 친러시아 성향의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실각하고 친서방 성향의 과도정부가 수립됐다.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계가 다수인 크림자치공화국에 군대를 진입시켜 크림반도를 자국 영토로 편입했다. 국제정치의 큰 그림에서 봤을 때 이 사건의 의미는 매우 심대하다.

첫째, 강대국 권력정치의 부활이다. 세계 제1의 영토와 제2의 무력을 가진 강대국이 인접한 약소국가의 영토를 합병했다. 작으나마 한 주권국의 영토적 일체성이 타국에 의해 훼손됐다는 점, 그 과정에서 무력이 동원됐다는 점은 과거 강대국 정치의 전형이다. 게다가 24년 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을 때와 달리 미국과 국제사회는 속수무책이다. 막강한 군사력, 특히 핵무기로 무장한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대응은 아예 배제됐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에 자원부국인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에도 소극적이다. 경제제재란 원래 양날의 칼이기 때문이다.

둘째, 국제정치 담론의 도덕적 타락이다.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이라크, 리비아 등에서의 미국 행동을 장황하게 비난했다. 그러나 남의 잘못으로 자기 잘못을 정당화하는 것은 기가 막힌 도덕적 타락이다. 마치 남의 살인으로 자신의 살인을 정당화하는 격이니 그것이 통하는 사회라면 더 이상 사회라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그 같은 강변이 은근히 먹히고 있으니 더욱 기가 막힌다. 게다가 형식적으로는 의회의 결의와 국민투표를 거쳤으니 딱히 비난할 국제법적 근거도 없다고 말한다. 국제사회가 법과 도덕이 통하지 않는 원시사회임을 인정하는 것에 진배없다.

김태현 중앙대 교수·한국국제정치학회 차기회장
셋째, 사태를 보는 시각의 안이함이다. 일부는 우크라이나가 구소련의 일부고 크림이 과거 러시아의 일부였음을 들어 이것이 전통적인 러시아의 세력권에서 일어난 국지적 사건임을 애써 강조한다. 그러나 2008년에도 러시아는 조지아를 무력으로 굴복시켰다. 무력의 사용과 위협이 러시아 외교정책의 일상적 수단이 되고 있다. 또 다른 일부에서는 고도로 세계화되고 상호 의존적인 경제 현실을 들어 시장이 러시아를 벌주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시장은 오로지 이윤 극대화에만 골몰하는 경제주체들의 집합체다. 정치가 움직이지 않으면 시장은 벌이 아니라 상을 줄지도 모른다.

도덕이 혼란스럽고 법과 제도가 무력한 세상은 난세(亂世)다. 모든 사람이 난세라고 믿으면 난세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중국이나 북한, 기타 아시아 국가가 난세의 처세법을 실천하면 우리에게 직접적인 충격이 온다. 이미 그런 조짐이 없지 않다.

핵안보정상회의는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주도로 시작됐다. ‘핵무기 없는 세상’은 물론 하나의 이상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상이 광범한 호소력을 가지면 도덕적 명분이 된다. 그리고 명분은 행동을 제약하는 규범이 될 수 있다.

세계 지도자들이 대거 모인 자리에서 난세의 조짐을 읽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세상은 정말 난세로 빠져들고 말 것이다. 우리에겐 20년 넘게 끌고 있으면서 6년째 표류하며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북핵 문제가 있다. 그것이 치세(治世)의 돌출적 사건이 될지 난세의 일상적 문제가 될지가 헤이그에서의 논의에 달려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건투를 빈다.

김태현 중앙대 교수·한국국제정치학회 차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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