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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십이야’…빗나간 큐피드의 화살

입력 : 2014-03-20 21:10:50 수정 : 2014-03-20 21:2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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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는 영국이 낳은 세계적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탄생 450주년을 맞아 그를 기리는 각종 공연이 풍성하게 열린다. 그의 5대 희극 중 하나인 ‘십이야’는 봄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이 시기와 가장 잘 어울리는 연극일 듯싶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이들에게 전하는 꿈같은 로맨스 ‘십이야’는 극단 숲이 선보이는 열두 번째 해외명작 시리즈로, 쌍둥이 남매 서배스천과 바이올라를 중심에 두고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네 남녀의 운명 같은 사랑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극단 숲은 지난해 ‘제2회 대한민국 셰익스피어 어워즈’에서 연극 ‘리어왕’으로 대상·연기상·연출상 3관왕을 차지하는 등 셰익스피어 작품 해석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쌍둥이 남매 서배스천과 바이올라가 탄 배는 폭풍우에 휩쓸려 난파되고, 그들은 헤어진 채 각자 일리리아 해안에 상륙한다. 여동생 바이올라는 여자의 몸으로 낯선 이국 땅에서 살길이 막막하자 남장을 하고 세자리오라는 이름으로 오시노 공작의 몸종이 된다. 오시노 공작은 오랫동안 올리비아라는 아름다운 여성에게 구혼을 하고 있었으나 올리비아는 오라버니가 세상을 뜬 슬픔에 구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공작은 세자리오를 올리비아에 대한 구애 중개자로 삼는다. ‘사랑의 전령’인 셈이다. 그러던 중 바이올라는 남몰래 공작을 사모하게 되고 올리비아는 남장한 바이올라를 사랑하게 되면서 이들의 사랑이 얽히기 시작한다.

‘십이야’는 그동안 국내 무대에 자주 오른 인기 레퍼토리다.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와 헤어진 오누이의 재회, 변장, 유희, 장난 등 연극적 요소가 다채롭다는 점이 비결이다. 임경식 연출가는 “극 중 사랑이 불현듯 생겨난 것만 같은 양상이 강해 21세기를 살아가는 젊은 관객들에게 다소 느닷없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은 아닐까 의문도 가져보았다”고 털어놓았지만, 셰익스피어가 오랜 세월 인류에 회자되는 이유는 모든 시대적, 환경적 제약에도 그 본질에서 사람 냄새가 나는 희곡을 썼다는 사실이 연출가의 이 같은 기우를 쓸어내 줄 법하다. 첫눈에 반하는 일, 오해, 판단착오, 음모, 장난, 인식, 오류 등 이 모든 것들은 어느 시대를 살더라도 인간이 지니고 가는 속성이기 때문이다.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들이다. 약점투성이인 우리들 모습과 똑같은 인물들이 저마다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은 객석 사이에 웃음을 낳는다. 극은 이 인물들의 계산없이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랑의 마음을 지루하지 않게 표현하고 있다. 이들은 비열하거나 잔인하지 않다.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해주거나 돈주머니를 통째로 내주기까지 하는 인물들, 대가를 바라지 않고 다른 이들을 무조건 돕는 의리의 사나이들을 보는 재미도 있다. 작품 속과는 다른 우리의 현실과 그들의 행동을 거꾸로 비교해보며 다시 한번 인간에 대한 희망 섞인 기대를 걸어보게 한다.

모던하면서도 간결한 무대와 의상, 경쾌한 템포로 진행되는 라이브 음악과 색의 조화, 희극의 특징을 잘 살려내는 배우들의 감초 연기까지 극의 재미를 배가하는 요소들이 겨우내 얼었던 관객들의 마음을 녹여낸다. 바이올라 역의 백송이는 자신의 매력을 한층 두드러지게 표현할 줄 아는 현명한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23일까지 대학로 스타시티 예술공간 SM. (02)3142-2461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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