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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연비·소음 개선하고, 편의사양 줄어들고…말리부 디젤

입력 : 2014-03-19 21:28:10 수정 : 2014-03-19 21:2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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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디젤 승용차가 큰 인기를 끌었다. 이미 몇 년째다. 이제 국산차가 반격에 나선다. 쉐보레가 중형 세단 말리부에 2.0ℓ 디젤 엔진을 얹었다. GM의 계열사 독일 오펠이 제작한 엔진이다. 변속기는 과거 쉐보레 SUV 윈스톰의 초기형에도 적용했던 아이신社의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다. 강한 힘을 바탕으로 저속 반응이 좋아졌다고 쉐보레는 강조했다. 강원도 일대에서 디젤 중형세단 말리부를 만나봤다.

19일 디젤 엔진을 얹은 국산 중형세단 말리부를 만나기 위해 강원도 강릉으로 향했다. 한국GM은 강원도 강릉시 라카이리조트에서 시승행사와 함께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국내 시장에 큰 아쉬움 없어보이던 쉐보레가 말리부에 디젤 엔진을 먼저 얹어 온 것은 의외다. 한동안 생각보다 높은 가격으로 인해 소비자의 질타를 받았고 모 수입차 브랜드가 6000만원의 디젤 수입 세단을 매달 1000대 이상 판매하는 와중에도 국산차인 말리부는 1000대에 못 미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그래서 말리부는 길에서 만나기 힘들다. 그러나 글로벌 회사 GM의 경쟁력이 이제 등장한다. 유럽의 자회사 오펠을 통해 승용차용 디젤 엔진을 가져왔다. 쉐보레 SUV 윈스톰 등에 들어갔던 엔진과는 전혀 다른 것. 여기에 가장 잘 들어맞는다는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를 더했다.

우리나라에 국산 디젤 세단은 손에 꼽을 정도다. 준중형이나 소형에서는 그래도 몇 종류가 있지만 중형급에서는 현대자동차의 i40가 유일하다. 1.7ℓ 디젤 엔진을 얹어 효율성을 고려했고 연비가 높다는 것을 강조했지만 최근에는 하이브리드를 전면 배치하면서 주춤한 상태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수입차는 절반 이상이 디젤이다. 특히, 중형급 이상 고급차에도 디젤 엔진이 인기를 끌면서 디젤엔진의 인기가 올라갔다. 덕분에 가솔린 엔진보다 더 비싼 값을 치르면서 디젤 세단을 구입하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다. 이를 간파한 국산차 브랜드가 모두 디젤 세단으로 시장 공략을 앞두고 있다. 쉐보레가 말리부로 올해 첫 타자가 됐고 오는 9월 유로 6 환경규정 시행을 앞두고 미리미리 신차를 선보이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 수입차 못지 않은 부드러움…고급 트림 사라져 가솔린 대비 편의사양 부족해

리조트 앞에 줄지어서 있는 말리부 시승차 가운데 ‘에스프레소 브라운’ 컬러의 차를 골랐다. 열쇠뭉치가 접어지는 오래된 형태의 쉐보레 키를 손에 쥐었다. 모양은 오랜 스타일 그대로지만 스마트 키 기능으로 주머니에만 갖고 있어도 시동을 걸 수 있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었다. 예상외로 엔진소리는 조용하다. 기자는 한동안 쉐보레 윈스톰을 타고다녔다. 그 차 역시 디젤 엔진에 아이신 6단 변속기를 조합했던 초기형이었다. 그 차와 이 차를 비교하자면 엔진이 달라졌고 변속기도 2세대로 개선됐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느꼈던 쉐보레 디젤 모델과 다른 느낌이다. 부드럽다.

변속기를 잡는 순간 손바닥 부분에 ‘+, -’ 버튼이 보인다. 기어변속을 버튼으로 할 수 있다. 보통 스티어링휠에 장착해 주행중 손을 떼지 않도록 만드는데 변속레버에 장착했다. 대신 다른 브랜드처럼 변속레버를 좌우로 움직여 수동변속하는 기능을 뺐다. 불편하다. 그러나 ‘그러려니∼’하는 관용을 품으며 드라이브 모드로 옮겼다.

내비게이션과 오디오는 버튼 대신 터치로 작동한다. 자주 쓰는 기능에 대해서는 다이얼과 버튼을 배치했다. 그 아래 공조장치 역시 오토 기능이 있고 다이얼과 버튼으로 조작한다.

다만, 어색한 것은 ‘오토’ 기능 버튼과 온도조절 버튼이 조수석에 가 있다. 자주 쓰는 버튼을 가깝게 배치하는 게 자연스러운데…. 운전석 쪽 버튼은 풍량을 조절한다. 역시나 익숙해지면 불편함이 없을 것이란 생각에 넘어갔지만 시승기를 쓰기 위해 찾아보니 디젤 모델에만 고급 옵션이 빠져있다.

가솔린 모델의 고급 트림 LTZ에는 양쪽에 오토 에어컨 스위치를 넣었고 자주 사용하지 않는 풍량 조절 스위치는 가운데로 자리를 옮겨있다. 하지만, 디젤 모델은 이보다 한 등급 낮은 LT 트림이 최고급이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디젤 모델에 더 좋은 옵션은 추가할 수 없다. 따라서 뒷좌석의 송풍구도 사라지고 운전석과 조수석이 별도로 조절되는 오토 에어컨은 선택할 수 없다. 아쉬운 부분이다.

▲ 올라간 연비, 내려간 소음…국제 공조(?)로 만든 차

버튼의 편의성이나 기타 자질구레한 옵션들을 살펴보고 이제 주행에 나선다. 강릉 일대를 달리는 도로는 한적하다. 이런 상황이라면 디젤 승용차는 제법 연비가 잘 나올 것. 트립 컴퓨터에 순간 연비는 20㎞/ℓ를 넘나들고 있다. 약 20분 주행을 하니 평균연비는 16㎞/ℓ. 복합기준 공인연비 13.3㎞/ℓ보다 뛰어나고 고속연비 15.7㎞/ℓ보다 높다. 디젤 엔진 차답게 막히지 않는 도로에선 실제 연비가 높게 나온다.

신호등에 멈춰서며 시내를 통과했다. 정차를 몇 차례 이어서 했더니 연비는 내려간다. 13㎞/ℓ대를 기록했다. 나쁘진 않지만 가솔린 엔진과 큰 차이를 못 느끼겠다. 물론 이 정도 상황이라면 가솔린은 7∼8㎞/ℓ를 기록했을지도 모른다.

이 차는 1750∼2500rpm 사이의 낮은 엔진 회전 구간에서 최대 토크가 나온다. 35.8㎏·m다. 가솔린 3000cc 이상급의 출력이다. 엔진회전수의 레드존은 5000rpm부터 시작하지만 일반적인 변속은 3000rpm을 넘으면 계속된다. 실용구간에서 최대 토크가 나오고 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도록 세팅했다.

이 차의 구성품은 다국적이다. 차체를 포함한 기본적인 부품은 국산이다. 물론 브랜드도 국산차에 속한다. 그러나 브랜드명은 미국산인 ‘쉐보레’다. 엔진은 독일 회사 오펠에서 만들어 국내로 수입한다. 변속기는 일본 아이신에서 가져왔다. 글로벌 기업에서 할 수 있는 국제 공조다.

쉐보레 관계자는 독일 오펠의 엔진을 장착하기로 결정했고 이 엔진과 가장 잘 어울리는 변속기가 아이신의 6단 자동변속기라 이걸 장착했다고 설명했다.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는 이미 오펠의 인시그니아 등 여러 차종에서 검증했고 푸조의 307, 308, 3008과 볼보의 S60, V60, S80, XC60에서 성능을 입증했다.

시내도로를 빠져나가 한적한 길로 들어섰다. 강릉의 해변을 옆에 두고 달리는 길이다. 속도를 조금 올렸다. 풍절음과 노면 소음을 기대했지만 많이 억제했다. 과거 승용 디젤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 고속에서도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쉬프트 다운이 일어나며 추월이 가능하다.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보다는 굵고 힘차게 치고 나가는 느낌이다.

시승을 마치고 돌아오니 연비는 14.5㎞/ℓ. 서울과 같은 막히는 교통상황이 아니라 좀 더 좋은 수치가 나왔다. 정차시 엔진을 정지시키는 ‘스톱 앤 고’ 기능을 추가했다면 연비는 조금 더 향상됐겠지만 장착하지 않았다. 그래도 연비는 디젤 엔진을 구입할 충분한 이유를 제공한다.

시승 이후 쉐보레 관계자에게 디젤과 하이브리드의 경제성에 관해 물었다. 한국GM의 박병완 파워트레인 부문 부사장은 “연비 좋은 차를 선택하는 소비자는 보통 주행거리가 많다. 그래서 장거리 운전에도 연비가 좋은 디젤 파워트레인을 출시했다”며 “하이브리드가 시내 연비는 더 좋지만 값이 400만원 이상 차이 난다. 자체 시뮬레이션에서는 약 7년간 주행을 해야 차 값 차이를 연료비로 상쇄할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에 말리부 하이브리드 등 다른 파워트레인도 있지만 한국에서 디젤 중형 세단이 더 잘 맞을 것으로 판단해 디젤 차를 출시했다”고 덧붙였다.

쉐보레 말리부 디젤은 이미 출시했다. 한국GM은 판매량이나 목표를 설명하길 꺼렸다. 다만, 준중형 세단 쉐보레 크루즈의 약 30% 정도가 디젤 엔진으로 판매된다는 설명을 보면 말리부 역시 디젤이 30% 정도는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올해 판매 목표를 넘어선 계약을 달성했다고 한국GM은 설명했다. 말리부 디젤의 판매가격은 자동변속기 기준으로 LS 디럭스 2703만원, LT 디럭스 2920만원이다.

글·사진 / 강릉=이다일 기자 aut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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