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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거대도시 서울, 최고의 교통수단은? #1 전기차 ‘닛산 리프’

입력 : 2014-03-13 21:23:06 수정 : 2014-03-13 23:5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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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대도시 서울. 1천만 명의 사람들이 300만대의 자동차를 타며 살고 있다. 세계닷컴에서는 스쿠터, 모터사이클에서 가솔린·디젤 자동차, 하이브리드 자동차 그리고 전기자동차까지 각각의 특성에 따라 서울 시내에서 다니기 좋은 교통수단은 무엇인지 직접 체험해보고 시승기를 연재하기로 했다. 메가시티 서울의 미래에는 어떤 이동수단이 인기를 끌까. 먼저, 코 앞까지 다가온 미래의 차 전기자동차를 타고 서울 시내에서 1박2일을 달렸다.

▲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 닛산 리프로 달린 서울

연일 기름값은 오르고 하늘은 운동장의 흙을 뿌린 듯 뿌옇다. 스모그, 황사에 이어 이제는 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고 있다. 문득 반세기 전 영국 런던에서 3주 만에 4000명이 사망한 스모그사건이 생각난다. 서울에는 이렇다 할 공장도 없는데 이 모든 먼지와 스모그가 중국에서 날아온 것일까. 아마도 대도시 서울의 자동차도 이 먼지에 한 몫을 할 터. 300만대의 차가 내뿜는 매연은 실로 엄청날 것이다. 그래서 연재의 첫 주자로 매연이 전혀 없는 자동차를 선택했다. 메가시티 서울의 미래 교통수단의 1번 타자는 닛산 자동차의 양산형 고속 전기차 ‘리프’다.

한국 닛산에서 전달받은 리프는 마치 개구리처럼 장난스런 모습이다. 하늘색에 가까운 파란색 차를 주다니, 맑은 하늘을 보여줄 미래의 차로 적절한 색상이다. 이 차는 국내에 전시용 2대, 시험주행용 2대. 총 4대를 들여온 차 가운데 하나다. 일반 판매용에는 절대 없을 각종 스티커가 화려하게 붙어있다. 대부분 100% 전기를 이용하고 배출가스 ‘0’이란 뜻이다.

첫 시승을 위해 충전 플러그를 뽑았다. 그리고 운전석에 앉아 시동버튼을 눌렀다. 엔진이 없으니 시끄러울 장치가 없다. 화려해보이는 계기반에는 앞으로 주행가능거리 133㎞가 가장 크게 써 있다. 한국에 들어와서 2234㎞를 달린 새 차다. 배터리를 가득 충전했을 테니 주행예상거리는 아마도 이 차의 최대 주행거리와 같은 뜻일 것. 여기에 에어컨을 틀고 라이트를 켜고 오디오를 들으면 주행거리는 더 줄어들 것이다.

트립컴퓨터를 0으로 맞추고 서울 강남의 거리로 들어섰다. 주차장에서 나가는 순간 주변의 눈길이 부담스럽다. 화려한 스티커 탓이기도 하지만 외형이 깜찍하기도 하다. 닛산만이 할 수 있는 디자인이다. 리프는 2010년 첫 선을 보인 전기차다. 올해로 5년째다. 도요타는 하이브리드에 전념했고 GM을 비롯한 미국차 브랜드는 그나마 있던 전기차까지 없앴다. 그리고 10여 년, 21세기 도심형 교통수단으로 전기차가 각광받기 시작했다. 닛산은 리프를 미래의 차로 정하고 양산을 시작했다. 작년 7월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7만1000대가 팔렸다. 양산형 전기차로는 매우 많이 팔렸다.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가 아닐까.

▲방전될까 조마조마 vs. 서울시내 많이 달려봐야 하루 40km

이날의 동선은 서울 역삼동에서 시작해 교대 앞까지 갔다가 다시 한강을 건너 성북구 안암동 그리고 광화문까지 이어지는 거리다. 대부분 막히는 도심을 지나는 구간이고 한강 다리를 건너면서 아마도 가장 빨리 달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도 구간이면 기자의 움직임은 평균을 뛰어넘는다. 전기차 회사들은 앞다투어 대도시 거주자의 움직임을 분석했고 일일 평균 40㎞를 달린다고 주장했다. 기자의 움직임도 지도를 이어보면 약 25㎞에 불과하다.

앞으로·뒤로·동력브레이크 그리고 주차까지 단순한 기능만 있는 간단하고 조그마한 변속기를 움직였다.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와 동일한 구성이다. 주차장을 빠져나간 전기차 리프는 ‘위잉∼잉’하는 인위적인 소리와 함께 거리를 달리기 시작한다. 역삼동에서 강남역 사거리까지 막히는 길에 가다 서기를 반복하니 주행예상거리가 127㎞로 줄었다. 실제보다 예상거리의 줄어드는 속도가 더 빠르다. 이 차의 충전은 일본에서 사용하는 차데모 방식이면 어디서나 가능하지만 시험운행 중이라 다른 곳에서 충전한 경험은 없다고 한다. 결국, 한국 닛산에만 있으니 어떻게 해서든 방전되기 전에 이곳으로 돌아와야 한다. 1.5톤의 쇳덩이가 방전될까 걱정되기 시작하니 스마트폰 배터리 방전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주행거리를 조금이라도 늘리고자 라디오는 틀었지만 히터는 껐다. 옷을 껴입고 달리니 어지간히 버틸만하다. 실시간 전기사용효율(?)을 보여주는 그래프가 나오니 전기 사용에 신경을 쓰게 된다. 전기차라 연비 걱정 없을 줄 알았더니 전기걱정을 해야한다. ‘전기를 아끼자’라는 오래된 표어가 다시 생각난다.

한남대교와 강변북로 그리고 조금 돌아가더라도 고속 주행을 하고 싶어 내부순환도로까지 거쳤다. 강남에서 시작한 시승은 성북구 안암동을 지나 다시 광화문으로 향했다. 아직은 주행거리가 100㎞ 이상 남았다. 여유가 있다. 남은 주행거리가 비교적 정확해보인다. 1박2일을 한 번의 충전으로 달려보는 게 목표였다. 집에 돌아갈 시간인데도 남은 주행거리를 보니 밤의 드라이브를 좀 더 즐기기로 했다.

▲ 전기차 전용모델 리프, 주행 안정성 뛰어나

내부순환도로에 올라서서 2차선을 타고 달렸다. 일반 자동차와 주행상황에 있어서 이질감은 전혀 없다. 오히려 1.5톤의 차체를 가볍게 움직이는 느낌이다. 전기 모터의 토크가 좋기 때문이고 시작부터 끝까지 최대 토크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별도의 변속기를 쓰지 않고 오히려 분당 1만 회전 이상의 속도로 도는 모터의 속도를 늦추는 감속기를 사용한다.

리프는 전기차 전용 모델로 설계한 차다. 배터리를 차체 아래에 장착해 밸런스도 좋다. 다만, 차가 무거울 뿐이다. 비슷한 덩치를 가진 소형 차가 1300㎏ 전후인 것을 고려하면 약 200㎏ 정도 더 나간다. 배터리 무게 때문이다. 무거운 대신 고속에서도 안정성이 좋다. 핸들링도 나쁘지 않다. 브레이크 성능도 엔진이 있는 일반차와 다르지 않다. 전기차 개발의 핵심 연구분야 가운데 하나가 ‘일반차와 다르지 않게 만드는 것’이라는 어느 연구원의 말이 생각난다.

첫날 주행거리는 42.2㎞. 남은 주행거리는 81㎞다. 처음 달릴 수 있는 거리가 133㎞이었는데 약 10㎞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아마도 운전습관 차이일 듯.

둘째 날도 전기차 리프로 아침 일찍 시작했다. 광화문 인근에서 출발해 경부고속도로를 거쳐 양재동으로 간다. 평소라면 고속도로 입구에서 무척이나 막히는 길이니 서둘렀다. 오전 8시가 넘어가니 고속도로는 이미 정체가 시작됐다. 반포에서 고속버스가 올라오고 들락날락하는 차선변경이 끝나니 양재 인근에서야 정체가 풀렸다.

양재동에 도착했지만 아직 주행거리가 꽤 남았다. 조금 더 달려보기로 했다. 뚫린 고속도로를 달리자 제원상 최고속도 145㎞/h는 충분히 나올 것 같다. 주변 상황에 맞춰 100㎞/h 언저리로 달리다가 추월을 위해 잠시나마 110㎞/h까지 속도를 올렸다. 고속도로에서도 추월과 주행, 어느 것도 문제는 없다. 다만, 주행거리가 줄어들 뿐. 이 차로는 뻥 뚫린 고속도로를 2시간 동안 주행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주행거리가 모자라서다. 메가시티에서만 타야하는 숙명을 갖고 있다.

고속도로를 실컷 달리고 양재동으로 돌아왔다. 이제 남은 주행가능거리는 33㎞. 이미 63.9㎞를 달렸다. 고속주행을 해서 그런지 주행거리와 남은 거리를 합쳐도 100㎞가 되지 않는다. 전기차는 고속과 어울리지 않는 것일까.

닛산 리프의 사진을 찍기 위해 한적한 과천으로 달렸다. 이제 남은 거리가 20㎞대로 떨어졌다. 슬슬 방전에 대한 불안감이 밀려온다. 얼른 찍고 가야한다는 압박이 등을 떠민다.
실내를 살펴보니 지금껏 탔던 전기차와 조금 다르다. 해치백 형태의 차체는 중앙에 배터리를 넣고 트렁크를 크게 활용했다. 르노삼성의 SM3 Z.E가 배터리를 트렁크에 넣어서 공간활용성이 떨어진 것과는 비교된다. 또, 엔진 대신 모터와 감속기 등이 들어간 보닛 아래는 가솔린이나 디젤엔진차와는 달리 작게 구성했다. 그래서 소형차급 차체를 가졌는데도 실내는 그리 좁지않다.

▲ 1박2일간 총 주행거리 71.9km, 실 주행거리 100km 남짓

과천에서 출발해 리프의 충전기가 있는 역삼동까지 돌아오니 1박2일간 총 주행거리는 71.9㎞다. 그리고 주행가능거리 22㎞가 남았다. 합치면 93.9㎞이니 전날 출발할 때 주행가능거리 133㎞와는 차이가 있다.

비록 시승을 위해 평소보다 좀 더 많이, 멀리 달렸지만 1박2일간 서울 시내를 달리기엔 충분했다. 둘째 날에는 조금 불안한 느낌도 있으니 만약 밤새 충전할 것을 깜빡했다면 낮에 어디선가 충전을 해야만 했을 것이다.
아직까지 전기차를 위한 충전요금 체계가 정해지지 않아 경제성을 논할 수 없다. 또, 지방자치단체마다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예산은 한정되어있으니 경쟁을 해야한다. 그래도 전기차는 거대도시 서울에서 효과적일까. 1박2일 짧은 시승에서 느끼기엔 아직은 시기상조다. 스마트폰 배터리가 방전될까 고민했던 사람이라면 1.5톤 쇳덩이가 방전될까 걱정하는 마음은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반면, 충전시설과 보조금제도만 잘 갖춰진다면 매우 효율적인 교통수단이 바로 전기차다. 기계적인 부품은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무척이나 단순하고 간단하다. 부품 개수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엔진오일을 교체하지 않아도 되고 냉각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커다란 움직이는 가전제품이란 설명이 더 적당하다. 추측건대 매일 정해진 구간을 움직이는 도시생활자. 또, 한 지역에서 자주 오가는 일을 하는 경우 전기차는 매우 유용해 보인다.

글·사진=이다일 기자 aut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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