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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人] 美 진출 노리는 프로레슬러 이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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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3-07 20:39:34 수정 : 2014-03-07 22:3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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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장 노하우 배워와 프로레슬링 살려야죠” 한때 잘나가던 때가 있었다. 1960∼70년대 국내에서 프로 레슬링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경기장에는 수천명이 운집했다. 경기장을 찾지 못한 사람들은 당시 흔치 않았던 흑백TV가 있는 집으로 모여 중계를 함께 보며 열광했다. 프로 레슬링은 최고 인기 스포츠였고 국민적 선망의 대상이었다. 일본에서 활동하다 비명에 간 역도산, ‘박치기의 제왕’ 김일, 천규덕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한껏 희망을 불어 넣었던 프로 레슬링은 급속히 쇠락의 길을 걸었다. ‘프로 레슬링은 쇼’라는 인식과 맞물려 80년대 들어 구기 종목이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다. 현재는 아련한 추억으로만 남아 있다. 고사 직전의 프로 레슬링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20대 레슬러가 나섰다. 미국행을 준비 중인 코리아 헤비급 챔피언 이예성(27·사진). 최근 경기 부천의 체력훈련장에서 그를 만났다.

“지금 한국에서 활동할 만한 선수는 10명 정도, 당장 경기를 할 수 있는 선수는 5명 안팎일 겁니다.” 이예성도 한국 프로 레슬링이 처한 현실을 잘 알고 있었다. 오히려 그런 어려운 여건 속에서 운동을 하기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그래도 프로 레슬링이 좋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종격투기 팀에서 온 수차례에 걸친 영입 제안도 뿌리쳤다. 이예성에게 “프로 레슬링은 경기도 치를 수 없지 않으냐”며 “신체 조건도 적합하니 유명세를 치를 수 있는 이종격투기로 넘어오라”는 유혹이 잦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고 힘주어 말했다.“언젠가는 제가 중심이 돼 한국 프로 레슬링을 부활시키고 싶습니다.”

이예성의 원대한 꿈은 이제 막 시동을 걸었다.

최근 이예성은 프로 레슬링 코리아의 대표이자 선배 레슬러이기도 한 한대호 대표와 함께 프로 레슬링 1세대를 이끈 ‘당수 귀신’ 천규덕으로부터 공식 후계자 지명을 받았다. 그리 화려하진 않았지만 한국 프로 레슬링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이예성은 미국의 세계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에 진출하기 위해 트라이아웃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프로 레슬링의 본고장 미국에서 ‘스토리 있는 레슬링’을 배워 온다는 게 그의 계획이다.

“프로 레슬러라고 하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묻는 말이 ‘그거 짜고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고 운을 뗀 이예성은 “맞는 말이지만 이런 시선을 ‘짜고 하는데 참 멋있더라, 재미있더라’라는 반응으로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 레슬링이 짜여진 각본으로 이루어지지만 스토리가 풍부하면 관객들도 충분히 흥미를 느낄 수 있다는 믿음을 강하게 드러냈다. 그가 미국에서 배워오고 싶은 부분 역시 ‘완성도 높은 무대’다. 이에 따라 몸을 만드는 한편 프로 레슬링 공부에도 열심이다. “오후에는 시간을 내서 영어 공부를 하고 요즘은 뮤지컬 배우를 섭외해 연기, 무용도 배워요.” 성공적인 WWE 진출을 위해 몸뿐 아니라 스타성도 가꾸는 그의 표정은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이예성이 처음 프로 레슬링을 접한 건 여느 아이들과 다르지 않았다.

“여섯 살 때쯤이었어요. 전 헐크 호건이 그렇게 멋있더라고요.” 1978년 링에 데뷔해 미국 프로 레슬링의 흥행을 이끈 헐크 호건은 프로 레슬링의 전설이자 산 증인이다.

최근 헐크 호건은 환갑의 나이에 4월6일 WWE로 복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예전 같은 경기력은 볼 수 없겠지만 7년여 만의 복귀에 팬들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이예성이 WWE에 진출한다면 소년 시절 바라보며 꿈을 키웠던 ‘영웅’과 한 무대에 설 수도 있다. 그는 밤잠을 못 잘 정도로 설렌다고 말했다.

이예성이 본격적으로 프로 레슬러를 목표로 한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미국 프로레슬링에 푹 빠져 있던 그는 이미 오랜 침체에 빠져 있던 한국 프로 레슬링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한국에서 프로 레슬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은 경기도 광명에서 열린 자그마한 경기였다. “선수들이 말 그대로 날아다니더라고요. ‘멋있다, 여기서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대호 대표와의 인연이 시작된 것도 이즈음이었다.

“만에 하나 이번에 WWE 트라이아웃을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계속 문을 두드릴 겁니다. 지금까지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속했을 때 안 된 적은 없었거든요.” 한국 프로 레슬링이 제2의 전성기를 열어젖힐 수 있을지, 그 중심에 이예성이 서 있을지 기대된다.

부천=이우중 기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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