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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리포트] 김정은, 사상전 강화 젊은층에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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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3-04 19:59:03 수정 : 2014-03-04 20:3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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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신세대 ‘돈 맛’ 알고 외부정보 민감… 체제위협 될 수도
#1 “막 내놓고 사람들끼리 모여서 그래요. 강성대국은 무슨 강성대국이냐고. 거지대국 만들려고 또 그런다고. 다 같이 그렇게 말하니까요. 누가 가서 고자질하고 그런 게 없죠. … 그러니까 되게 국가에 대한 불만도 많았고 국가에서 뭐 하라면 막 짜증 나고요. 인상부터 썼고요.”

#2 “당과 수령, 생활총화 같은 거 있잖아요. 거기 나가서 김정일의 말씀 뭐 그런 거 암송하고 막 하는데, 솔직히 뭐 마음에 와 닿는 게 하나도 없거든요.”

#3 “청년동맹 가맹할 때, 이때 입당 심의할 때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 원칙 외우라고 그러고. 그때 좀 외우고. 특별히 암송할 필요가 없어요.”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체제가 장성택 전 국방위 부위원장 숙청 이후 연일 강도 높은 사상전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24∼25일 10년 만에 평양에서 당 사상일꾼대회가 열린 이후 노동신문을 비롯한 공식 매체는 하루가 멀다 하고 ‘우리식 사회주의 생활양식’을 부르짖으며 ‘부르주아 사상·문화’에 대한 경계심을 일깨우는 선전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상전이 북한의 ‘새 세대’에게 얼마나 먹힐지는 두고 볼 일이다.

통일연구원이 최근 펴낸 연구서 ‘새로운 세대의 탄생:북한 청소년의 세대 경험과 특성’은 북한 체제의 공식적 규율과 언어에 대해 거부감을 지닌 북한 내 ‘새 세대’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북한의 ‘새 세대’는 경제난 시기에 출생하거나 유년기를 보낸 세대로, 다른 세대에 비해 경제난과 시장화라는 사회적 변동의 영향력을 더욱 크게 받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들은 김 제1위원장 체제의 통치기반이기도 하며, 실패로 귀결된 2009년 화폐개혁을 경험한 세대로서 화폐개혁을 계기로 심화한 빈부 격차를 온몸으로 느끼고 겪은 세대이기도 하다. 

2013년 말 북한의 연령대별 인구 추계치에 따르면 현재 10대 중반∼20대 후반(15∼29세)에 해당하는 이들은 총 585만5454명으로 전체 인구의 23.9%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이하 연령대(0∼14세)까지 포함하면 이들의 전체 인구 비중은 45%까지 늘어나며, 약 10년 뒤인 2023년이면 이 집단이 전체 인구 비중은 무려 55.8%까지 증가하게 된다. 이 세대가 김정은 체제의 통치기반으로 주목받는 이유이며, 이들의 불만이 증폭되고 생활 수준이 향상되지 않으면 체제 위협 요소로 작용할 개연성이 크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생전에 “사회주의가 변질되고 부르주아 자유화 바람이 밀려들면 누구보다 먼저 젊은 세대들이 사상정신적으로 병들고 부패·타락의 길을 걷게 되며, 사회주의가 무너지고 자본주의가 복귀되면 자라나는 새 세대들이 최대의 피해자로 되고 가장 비참한 처지에 빠지게 된다”고 우려한 바 있다.(김정일선집 14)

연구 대상 연령대에 해당하는 탈북자 40명에 대한 심층면접 조사를 바탕으로 기술된 연구서는 이들의 주요한 특징으로 ‘돈 맛’을 알고 있으며, 국가에 무관심하고 계산이 빠른 점 등을 꼽았다. 한 탈북자는 “자본주의에 대해서도 많이 인식하고 있고요”라며 “부모님 세대들이 김일성·김정일 우상숭배하면서 그렇게 살았다면, 지금 세대, 우리 생각은 너무나 다르죠”라고 말했다.

10년 만에 개최된 노동당 사상일꾼대회 대회장 전면에 김일성·김정일 부자 초상화와 함께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 ‘결사옹위’, ‘일심단결’, ‘사상공세’라고 적힌 표어가 눈에 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면접에 응한 구술자들은 김일성·김정일의 ‘말씀’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데 대해 자아비판을 해야 하는 ‘생활총화’ 시간이 싫어 일부러 학교에 결석하는 이들이 있고, 북한의 모든 주민이 암기해야 한다는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은 대학 갈 친구들이나 외우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일성저작집’이나 ‘김정일선집’ 등을 거의 읽어보지 않은 이들도 많다고 한다. 사회주의 사상 약화를 초래하는 남한을 포함한 외부세계 정보에 민감한 세대이기도 하며, 국내 입국 탈북자 대상 조사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 북한 내 영상물 등 ‘한류’ 문화는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10년 만에 개최된 노동당 사상일꾼대회에서 참석자와 기념사진을 촬영했다고 전해진 지난달 26일 북한 매체가 보도한 사진.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연구서는 “북한 당국은 다음 세대를 이끌어 갈 청소년에 대한 각성과 통제를 계속 강화해나가고 이들의 의식 및 문화 변화에 민감하지만 현실적인 통제력은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학교교육 자체가 정상화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이 현실에서 목도하는 주변 사람들의 삶의 양식은 당과 사상보다 물질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서는 이어 “개인으로서 자아에 대한 의식이 생겨나면서 통치 이데올로기는 원래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오히려 당과 국가를 비판하는 근거가 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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