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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사고로 아이들 못 지킨 죄책감”… 후쿠시마 고통 세계 알려

입력 : 2014-03-03 20:17:33 수정 : 2014-03-03 23: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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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후쿠시마 액션 프로젝트’ 사사키 사무국장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에서 방사능 유출 사고가 발생한 것에 사과합니다. 원전 사고로부터 어린이들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합니다. 원전 반대 운동을 했지만 원전을 끝내 멈추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거듭 사과합니다.”

지난해 3월, 파란 눈의 독일인 100여명이 모인 뮌헨의 한 강당. 그는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입장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해 3차례 사과한 뒤 탈원전을 호소했다. 1주일간 뮌헨 곳곳을 순회하며 이를 반복했다. 그의 호소는 독일에서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다.

후쿠시마 사고의 교훈을 바탕으로 국제 사회를 향해 탈원전을 호소하는 시민단체 ‘후쿠시마 액션 프로젝트’의 사사키 게이코(佐佐木慶子·71·사진) 사무국장은 지난달 26일 모임의 주요 활동 내용과 성과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 같은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2012년 12월 결성된 이 단체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탈원전 목소리를 내왔으며, 지난 1월에는 미국에서 열린 시민단체 ‘피스 보트’의 집회에 회원을 파견해 후쿠시마 사고의 고통을 알리기도 했다.

중학교 교사를 은퇴한 2004년부터 평화운동 단체인 ‘후쿠시마 와와와’를 이끌던 사사키가 모임 결성에 나선 것은 2012년 9월 IAEA가 3개월 후 후쿠시마에서 세계 각료회의를 연다는 걸 알면서부터다. 그는 중요한 국제회의에 후쿠시마 사고의 피해자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곧 동료 10여명과 함께 준비모임을 만들고 시민 84명을 조직해 11월24일 모임을 결성했다. 모임에는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佐久) 전 후쿠시마 지사가 고문으로, 평화 운동가인 오부치 마리와 탈원전 운동가 무토 루이코(武藤類子)가 공동 대표 등으로 참여했다. 피스 보트로부터 보조금 25만엔(약 264만원)도 받았다.

사사키 등은 IAEA의 ‘후쿠시마 각료회의’가 열리던 2012년 12월15∼16일 이틀 연속 회원과 시민운동가 200여명과 함께 ‘세계는 후쿠시마 사고를 직시하고 원전 폭주를 멈추라’고 외쳤다.

그는 지금도 일본 경제산업성 앞에서 계속되고 있는 탈원전 농성의 효시가 된 유명 운동가이다. 사사키는 2011년 10월27∼29일 후쿠시마 여성들과 함께 탈원전을 주장하는 연좌농성을 벌였고, 시위 소식에 3일간 전국에서 1300여명이 가세해 큰 호응을 일으켰다.

사사키는 현재 IAEA가 장래 후쿠시마현에 세우려는 연구시설 ‘후쿠시마 환경창조 센터’를 둘러싼 활동을 전개 중이다. 센터 안에 설치될 전시관에 원전의 안전신화만을 담을 게 아니라 사고 가능성과 방사능 위험성도 동시에 전시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지진이 많은 일본에 54기의 원전을 만든 것은 자민당 정권이지만 이것을 받아들인 것은 결국 우리”라며 “아이들에게 파란 세상을 물려줘야 하는데 그걸 못했다는 게 내가 벌이고 있는 운동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후쿠시마=김용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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