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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별에서 온 ‘디젤 SUV’…아우디 SQ5

입력 : 2014-03-01 22:00:54 수정 : 2014-03-02 23: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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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 엔진은 시끄러워요”, “덜덜거려서 아무래도 가솔린이 좋지요”, “달리고 싶으면 가솔린, 거기에 터보 붙여서 타야죠” 기자에게 이런 얘기를 했던 모든 이들. 이제 말을 바꿀 시간이 됐다. 이 차를 타본다면 말이다.

아우디의 고성능 디젤 SUV ‘SQ5’를 시승했다. 디젤엔진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을 모두 바꾸는 계기가 됐다. 진동과 소음 그리고 어눌한 성능에 실망했던 게 디젤엔진의 기억이라면 이제 잊어버려야 한다. 그런 디젤엔진들은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널리, 대중적으로, 누구나 타고 있는 그 차들에 들어간 아마도 2.0ℓ 급의 4기통 엔진일 터. 지금 소개하려는 이 차와 비교한다면 “별에서 왔느냐”라는 감탄사가 나올지 모른다.

SQ5의 시동을 걸고 달리기 직전이다. 그리 잘 달린다고 이미 소문을 들었으니 드라이빙 모드는 ‘다이내믹’으로 맞췄다. 스티어링휠이 묵직해지고 가속페달의 반응도 빨라진다. 제원과 설명은 뒤로하고 일단 달려본다. 가속페달을 밟았고 차는 순식간에 시속 100㎞/h를 넘기고 있었다.

정확하진 않지만 대략 6초가 조금 안된 것 같다. 시속 100㎞/h에 도달하는데 숨 쉴 틈도 없이 가속과 변속이 이어진다. 4개의 바퀴가 꿈틀거리며 차체를 끌고나가는 느낌은 흡사 서울과 제주도를 오가는 소형 비행기의 그것과도 비슷하다.

제원상으로 제로백은 5.1초. 디젤 SUV에서 이런 숫자를 보게 될 줄 몰랐다. 2967cc의 6기통 디젤 엔진에 트윈 터보를 더했다. 313마력(hp) 66.3㎏·m의 토크를 내기 위해 아우디는 엔진을 거의 새로 만들었다고 한다. 엔진 헤드부터 피스톤 등 대부분의 부품은 고성능 달리기에 적합하도록 성능을 향상시켰다. 최고속도는 250㎞/h라고 하지만 확실히 이보단 더 달릴 것. 독일차가 속도 무제한 아우토반을 달리게 만들지만 약 230∼250㎞/h에서 암묵적인 속도제한을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8단 자동변속기와 만난 이 차는 조금도 쉴 틈 없이 변속을 이어간다. 슉슉슉슉슉 이어지는 변속을 입으로 따라하다간 숨이 멈출 지경이다. 스티어링휠은 민첩하다. 조금만 돌려도 차는 예민하게 머리를 돌린다. SUV지만 유격을 찾아보기 힘들다. 온 로드 SUV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4륜 구동은 탑재됐다. 하지만, 험로를 달리기엔 아깝다. 최근의 4륜 구동은 안전을 위해 적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 왼발을 아주 안정적인 풋레스트에 올려놓고 오른발에 힘을 준다. 엄청난 달리기 재미에 아직 그 좋다는 뱅앤울룹슨 오디오는 켜지도 못했다.

차를 세우고 천천히 살펴보니 아기자기한 실내가 눈에 띈다. 시트는 검정과 붉은색을 조합했고 어두운 톤의 내장재에는 크롬 재질의 번뜩이는 포인트가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 스티어링휠 아래와 기어노브에는 고성능을 나타내는 붉은색의 SQ5 로고가 박혀있다. 잠시 눈이 심심할까봐 가죽과 가죽을 잇는 바느질에는 붉은색 실을 사용했다. 추측건대 붉은색을 좋아하는 중국인을 겨냥했거나 붉은색이 2배 빠르다고 믿는 어떤 이들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일지도 모른다.

의자와 페달, 스티어링휠과 기어노브만 붙들고 이미 이 차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심지어 오디오는 물론이거니와 사이드미러 조절조차 빼먹었다.  다시 한 번 천천히 살펴보니 눈에 익은 모습이다. 각종 버튼들은 아우디의 다른 모델에서 봤던 그것들이고 조작 방법까지 똑같다. 내비게이션은 한국에서 추가한 것이다.

뒷좌석에서 에어밴트와 열선이 부착됐다. 엄청난 성능으로 달리려면 뒷자리도 어지간히 덥고 추울 테니 당연히 필요한 옵션이다. 트렁크를 열면 화물을 고정할 수 있는 레일이 좌우에 위치했고 평평한 바닥 아래에는 우퍼가 들어있다.

반대로 돌아가 엔진룸을 열었다. 빈틈이 없을 정도로 가득 찼다. 3.0ℓ의 디젤 엔진에 트윈터보와 스트럿바까지 빼곡하다. 엔진커버에는 역시 빠르다는 뜻인지 붉은색 포인트를 넣었고 아우디의 앰블럼이 또 한번 보인다.

힘의 원천을 살펴보고 나니 이제 조금 숨을 돌린다. 꼼꼼하게 구석을 살펴본다. SQ5가 SUV이니 행여나 실내로 흙탕물이라도 들어오지 않을까. 자세를 낮춰 살펴봤다. 잠시 흙길을 달리긴 했지만 문을 열고 살펴봐도 먼지조차 들어오지 않았다. 오히려 그걸 살펴보다가 SQ5라고 쓴 로고를 한번 더 만났다. “나는 SQ5인데 뭘 그런 것까지 물어봐” 라는듯 느껴진다.

실내로 돌아오니 기어노브 아래에 컵홀더가 있다. 운전석 쪽은 은색의 철재로 둘러싼 것으로 보아 특별한 기능이 있다. 바로 위 버튼을 보니 보온·보냉 역할을 한다. 얼마나 중요하겠나 싶은 기능이지만 왜 이런 간단한걸 다른 차에선 볼 수 없던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차를 세우고 문을 열면 바로 시동이 꺼진다. 스타트/스톱 옵션이 있어서다. 한적한 곳에 차를 세웠으니 오디오를 틀어본다. 이어폰 하나가 20만원, CD플레이어가 백만원대라는 프리미엄 브랜드 뱅앤울룹슨 오디오가 들어갔다. 아우디가 고급 모델에 꾸준히 제공하는 옵션이다. 칼칼한 뱅앤울룹슨의 성향상 클래식을 들어야한다. 적당한 음원이 없어 FM93.1을 틀었다. 어찌 이런 기막힌 우연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콘체르토 2번이 나온다. 눈보라가 날리는 러시아 들판을 4륜 구동 차를 타고 달리는 느낌이다. 때로는 고요하고 때로는 폭풍처럼 달리는 이 차의 성격과 피아노 콘체르토는 무척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다시 한 번 도로로 나섰다. 드라이빙 모드를 ‘컴포트’로 바꿨고 앞차를 따라 천천히 달렸다. 부드럽고 여유있는 주행이 이어진다. 디젤 엔진의 또 다른 장점이다. 달리기 시작하면 더 조용해지는 특성상 간선도로를 올라가니 어느 세단 못지않게 편안한다. 다만, 신호대기로 정차하면 엔진이 ‘툭’ 하며 꺼진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다시 ‘툭’ 하는 느낌과 함께 켜진다. 스타트/스톱 기능이 초기에 비해 많이 부드러워졌지만 아직은 이질감이 느껴진다. 신호등 앞에서 시동이 갑자기 꺼지면 마치 소개팅에 나가 “안녕하세요” 한 마디 건넨 뒤 이어진 정적 같은 기묘한 기류가 흐른다.

앞서 성능에 대해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느라 디자인에 대한 얘기는 뒤로 밀렸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차의 기본 모델인 Q5와 대부분 동일하다. 차체가 30㎜ 쯤 낮아졌다고 하지만 느끼긴 힘들다. 헤드라이트에는 면발광 램프를 적절히 사용했고 초기부터 과감하게 사용했던 LED는 이제 LED인지 아닌지 자세히 봐야할 정도로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이렇게 잘 달리고 멋진 차를 만나면 단점을 꼬집어야하지만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에서 민감한 공인연비도 11.9㎞/ℓ로 4륜 구동 SUV 가운데는 괜찮은 성적이다. 그래도 꼬집자면 8690만원의 가격을 얘기해야한다. 이 차의 기본형인 Q5가 3.0ℓ의 디젤엔진으로 7090만원부터 7590만원까지인데 강력한 성능을 무기로 약 1000만원을 더 받는다. 아우디코리아 관계자에 따르면 그래도 인기가 좋아 세계적으로 물량이 모자란다고 한다. 지금 계약해도 5개월은 기다려야한다고.

또 하나 고려할 게 있다. 같은 플랫폼을 공유하는 포르쉐의 SUV 마칸이 출시된다. 포르쉐코리아가 지난달 28일 공개한 가격은 마칸 S가 8480만원이다. 옵션의 차이가 있겠지만 시작 가격으로 보면 오히려 210만원 싸다. 이를 두고 포르쉐의 행보가 ‘파격적인 가격 책정’인지 아우디가 ‘높은 가격’을 부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됐건 이 강력한 차의 경쟁작이 등장한다니 5개월을 기다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글·사진=이다일 기자 aut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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