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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에 하루 300분 수업… 제 정신인가”

입력 : 2014-02-23 19:32:12 수정 : 2014-02-24 11: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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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교사들, 인권위에 교육부 ‘1일 5시간 의무화’ 제소 “만 3∼5세 유아들에게 일률적으로 초등학생보다 더한 1일 8교시 수업을 하라니 제정신입니까.”

국·공립 유치원 교사를 중심으로 전국 유치원 교사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1일 3∼5시간 선택적으로 운영돼 온 유치원 누리과정을 ‘1일 5시간’으로 못박은 교육부 때문이다. 이들은 급기야 “유아에게 하루 300분 수업을 강요하는 건 유아 발달을 무시한 비교육적·반인권적 처사”라며 지난 19일 교육부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했다.

양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거들고 나섰다. 졸지에 비교육·반인권 부처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교육부는 억울하다는 반응이나 ‘불통행정’ 비판은 면키 어려워 보인다.

23일 교육부와 유아 교육계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3일 ‘2014년 유치원 교육과정및 방과후 과정 운영 내실화 추진 계획’을 통해 각 시·도교육청에 누리과정 지침을 내려보냈다. 지침은 ‘유아의 발달 특성을 반영한 1일 1시간 이상의 바깥놀이 시간과 점심시간 등을 포함해 (교육과정) 5시간 편성·운영원칙’이라고 명시했다.

다만 연령별 통합학급 운영 등 유치원별 여건을 고려해 ‘30분 범위’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교육부 고시에 의해 지난해까지 유치원별 여건과 반(학급) 특성에 따라 1일 3∼5시간으로 자율 운영하던 수업시간을 ‘5시간 준수’로 강제한 것이다. 이는 누리과정 운영시간 종료 이후 유치원들의 과도한 방과후·특성화 활동으로 학부모의 부담이 줄지 않고, 유아의 창의성 계발 등을 위한 몰입 활동과 휴식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데 3시간은 너무 짧고, 국·공립 유치원은 지금도 거의 4시간 이상 운영하고 있다”며 “유치원생들이 보다 여유롭게 교사의 지도를 받게 하자는 취지에서 5시간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 목소리는 정반대다. 일률적으로 하루 300분의 수업활동을 강요하는 것은 유아의 연령별 발달 단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란 것이다.

서울 송파구의 한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교사는 “유치원은 ‘1교시 40분 수업, 10분 휴식’인 초등학교와 달리 별도로 쉬는 시간 없이 수업활동을 한다”며 “더구나 나이와 출생 개월 수에 따라 발달 차이가 큰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초등 8교시와 맞먹는 300분 동안 똑같이 교육하라니 말이 되냐”고 비난했다.

교사업무 부담 가중에 따른 교육의 질 저하도 우려된다. 지금도 전국 4500여개에 달하는 국·공립 유치원의 경우 행정업무 전담 인력이 드물어 교사들이 원생 보호와 수업부터 정보공시와 교육과정, 급식 관리 등 수백 가지에 달하는 행정업무와 잡무를 도맡고 있다.

경기지역 병설유치원 교사 김모(30·여)씨는 “수업 준비와 휴식시간이 턱없이 부족해 야근도 잦은데, 수업시간만 늘리면 결국 어린이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유치원 교사들과 교원단체가 교육부의 ‘5시간 지침’을 거부하며, 기존처럼 ‘1일 누리과정 3∼5시간 자율 운영’과 ‘방과후 과정 전담인력 배치’를 요구하고 있는 배경이다.

경기·강원교육청 등 일부 교육청도 교육부 지침에 고개를 저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가 기존 고시보다 하위인 지침을 만들어 시행하는 과정에서 현장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측은 “교사업무 부담 경감 필요성을 알지만 예산 문제 등으로 전담 인력 충원에 한계가 있다”며 “보조 인력이라도 충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강은·윤지로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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