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2010년 5월 방위사업청의 핵심기능을 국방부로 이관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국방획득체계’(군수품을 구매하거나 연구개발·생산해 조달하는 것) 개선안은 당시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보고돼 그해 말까지 이관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방사청 핵심기능을 국방부로 넘기는 방안은 무기도입을 전담하는 방사청의 존립 기반 자체를 뒤흔들 수 있다는 부정적 여론에 밀려 답보 상태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가 새해 벽두부터 국방획득체계 개선을 위한 ‘방위사업법’ 개정에 발벗고 나서 그 귀추가 주목된다.
◆논란이 된 방위사업법 개정은
무기도입 절차의 근간을 이루는 방위사업법 개정 논의는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8년 18대 국회 초기부터 공론화됐다. 그러나 정치권 내에서 방위사업법 개정이 2006년 방사청 출범 이후 일정부분 확보된 무기획득 투명성에 흠집을 낼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결국 관련법 통과는 무산됐고, 18대 국회 회기가 종료되면서 법안은 자동폐기됐다.
미련이 남은 국방부는 2012년 5월 19대 국회 출범과 동시에 개정안을 다시 국회에 제출했다. 지난해 2월 출범한 박근혜정부는 ‘방위사업법 개정’을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 박근혜정부는 국방개혁과 한·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방산시장의 경쟁 심화 등 안보환경 변화에 적응하려면 무기획득 제도 개선과 국방과학기술에 대한 국방부 차원의 관리감독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폈다. 방사청 출범 이후 무기체계 조달 과정의 투명성 확보에 무게를 두다 보니 무기도입의 효율성이 떨어졌다는 이유도 들었다.
2006년 1월 4일 무기획득과 관련한 비리 척결 등 사업 투명성 확보를 위해 출범한 방위사업청. 당시 이해찬 국무총리(왼쪽 네번째)가 서울 용산 소재 방위사업청 개청식에 참석, 관계자들과 현판 제막식을 갖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
이용대 국방부 전력자원관리실장은 “현 방사청 체제는 투명성 강화, 수출 증진 등에서 성과를 보였다”면서도 “군사력 건설에서 분리될 수 없는 국방획득체계, 다시 말해 소요기획·획득관리·운영유지 부문을 무리하게 나누다 보니 프로세스가 단절되고 무기의 총 수명주기 관리가 제한돼 효율성을 떨어뜨렸다”고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의사 결정과정에서 갖가지 잡음으로 얼룩진 차기전투기(F-X) 사업이 대표적인 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방사청 기능의 약화는 불가피하다. 노무현정부는 투명성 확보를 위해 무기 소요 결정권을 국방부와 합참에 맡기지 않고 독립적인 ‘방사청’에서 담당토록 했다. 군 관계자는 “방사청에는 계약관리본부와 통합사업관리팀 정도만 남게 돼 사실상 방사청 출범 이전의 옛 국방조달본부로 환원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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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방위사업법 개정안을 올 상반기 내 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국회 국방위원들을 상대로 대면설명에 들어갈 계획”이라면서 “올해 상반기 중으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국방부 방침”이라고 말했다. 여당인 새누리당 관계자 역시 “방위사업법 개정안은 국방부가 올 상반기에 국회에서 우선 처리하기를 원하는 법안으로 앞으로 국방부와 여당의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충무공 이순신급 구축함 |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박수찬 세계닷컴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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