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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A to Z] ④ 차이점을 알기 위한 기준들-수단과 방법

입력 : 2014-02-16 19:00:35 수정 : 2014-02-16 19: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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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독해가 전제돼야 창의적 논술 가능
〈예시문제 1〉

제시문 〈가〉

1. 맹자가 말하였다. “내 노인을 섬겨서 남의 노인에게 미치고 내 아이를 사랑하여 남의 아이에게 이른다면, 천하를 손바닥에 놓고 움직일 수가 있다. 시경에 이르기를 ‘처자에게 모범이 되어 형제에 이르고 그럼으로써 집과 나라가 다스려진다’라고 하였으니, 이 마음을 가져다가 저기에 보탤 뿐임을 말한 것이다. 그러므로 은혜를 확장시키면 천하를 보존하기에 충분하고, 은혜를 확장시키지 못하면 처자도 보호할 수 없다.”

2. 어와 저 조카야 밥 없이 어찌할까
어와 저 아저씨야 옷 없이 어찌할까
힘든 일 다 말하려무나 돌보고자 하노라

오늘도 다 새었다 호미 메고 가자꾸나
내 논 다 매거든 네 논 좀 매어 주마
올 길에 뽕 따다가 누에 먹여 보자꾸나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벗어 나를 주오
나는 젊었으니 돌이라 무거울까
늙기도 서럽다 하겠거늘 짐조차 지실까

3. 사람들은 핵가족으로부터 국가적인 공동체에 이르기까지 점점 더 광범위해지는 연대의 동심원 체계에 속해 있다. 사람들은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에게 가장 강한 책임감을 느끼고, 조금 먼 사람들에게는 그러한 사물의 질서를 존중할 책임과 의무를 덜 느끼게 된다. 그러나 ‘내 것’과 ‘내 것이 아님’ 그리고 ‘다른 사람 것’과 ‘다른 사람 것이 아님’을 지나치게 구별하게 되면 공동체에서는 불협화음이 나타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특정한 사회적 정체성의 담지자로서 우리의 환경에 다가간다. 나는 어느 누군가의 딸 또는 아들이며, 또 다른 누군가의 삼촌 또는 사촌이다. 나는 또한 이 도시 저 도시의 시민이며, 이러저러한 집단의 성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좋은 것은 같은 공동체에 속한 누구에게나 좋은 것이어야 한다. …후략…

제시문 〈나〉

오늘날 선진국에서 정부 지출이 가장 많은 분야는 복지이다. 그리고 복지 분야 중에서 대규모 정부 지출이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공적연금이다. 공적연금은 정부가 노인들에게 매달 정해진 급여를 제공하는 것인데, 이의 재원 마련을 위해 경제활동에 종사하는 국민들은 매달 소득의 일정액을 연금 보험료로 정부에 납부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연금은 국가가 국민들에게 요구하는 일종의 강제저축이다.
공적연금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국민의 노후생활 보장을 위한 국가 개입은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자유의 가치를 존중한다면 개인들이 자신에게 해로운 선택을 할 자유도 인정해야 한다. 어떤 사람이 현재를 즐기는 데 자신의 소득을 모두 쓰는 대가로 궁핍한 노년을 감수하기로 결정했다면, 우리가 무슨 권리로 그것을 막을 것인가? 우리는 대화를 통해 그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설득할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의 결정을 바꾸도록 강제할 권한이 있을까?
공적연금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만일 이 제도가 없다면 스스로 노후 대비를 하지 않는 사람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중략…
만약 공적연금이 없는 상태에서 노령인구의 90%가 사회에 부담이 된다면 이 주장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오직 1%만이 공공의 부담이 된다면 전혀 그렇지 못할 것이다. 왜 1%의 사람들이 사회에 초래하는 부담을 막기 위하여 99% 사람들의 자유를 제한해야 하는가? 자발적인 노후 대비가 어려운 소수에게는 어느 정도 국가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나머지 다수에게는 스스로 노후에 대비하도록 맡겨 두는 것이 연금 가입을 강제하는 것보다 바람직하다.
다수가 자발적으로 노후에 대비할 수 있다면 공적연금 제도는 별로 이득도 없이 너무 큰 비용을 지불하는 셈이다. 이 제도는 우리의 소득 가운데 상당 부분에 대한 처분권을 박탈했으며 국가 재정의 위기를 초래하였다.


독해는 논술의 핵심이다. 제시문의 난이도와 무관하게 정확한 독해가 전제돼야 창의적 논술이 가능하다. 이번 시간에는 지난 시간에 이어 독해의 핵심기준을 제시한다. 수단과 방법의 차이는 제시문 속에서 이뤄지는 ‘과정’에서의 특이점을 독해하는 방식이다. 제시문 속에서 공식적 수단인지, 비공식적 수단인지 또는 강제적·일방적 수단인지 아니면 자발적·협력적 수단인지 등을 살펴보면 된다. 그 과정이 개인적 수단인지, 사회적 수단인지도 자주 나오는 쟁점 중 하나이다.

〈예시문제1〉을 보며 적용, 연습해 보자.

◆공동선의 실현을 강조한 첫번째 제시문


제시문 〈가〉는 3개의 글로 구성돼 있다. 이 글들은 모두 공통된 견해나 방향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먼저 제시문 〈가〉-1은 맹자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맹자는 ‘내 노인을 섬겨서 남의 노인에게 미치고 내 아이를 사랑하여 남의 아이에게 이른다면, 천하를 손바닥에 놓고 움직일 수가 있다’는 말과 함께, ‘처자에게 모범이 되어 형제에 이르고 그럼으로써 집과 나라가 다스려진다’는 주장을 했다.

글의 마지막 부분에 나온 ‘은혜의 확장’이라는 개념은 가족, 나아가 천하를 보존하는 방법인데, 전체 맥락을 살펴본다면 ‘가족관의 확대’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단순히 내 노인, 내 아이만을 사랑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살핌과 사랑의 개념이 보다 확장될 필요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제시문 〈가〉-2 역시 비슷한 논지를 전개하고 있다. 첫 번째 연을 보면 ‘조카’와 ‘아저씨’의 어려움을 ‘돌보고자 하노라’는 화자의 입장이 드러나고 있다. 두 번째 연은 ‘내 논’ 다 매거든 ‘네 논’을 매어 준다고 말하면서, 서로에게 도움을 제공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마지막 연은 노인을 공경하고자 하는 젊은이의 태도를 드러내고 있는 부분으로서, 우리에게 친숙한 구절이기도 하다. 전반적으로 정리하자면, 개인의 문제를 단순히 개인의 것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것으로 함께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의도로 확장해 해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제시문 〈가〉-3은 연대감의 확장을 주장하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에게 가장 강한 책임감을 느끼고, 조금 먼 사람들일수록 책임과 의무를 덜 느끼게 된다. 하지만 내 것과 내 것이 아님, 다른 사람 것과 다른 사람 것이 아님의 지나친 구분은 공동체의 갈등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한 사회의 시민이며 집단의 성원인 나에게 좋은 것은 같은 공동체에 속한 누구에게나 좋은 것이어야 한다. 즉, 우리 모두는 실제로 서로에 대한 책임이 있기 때문에 공동선에 헌신하고자 하는 인식을 확고히 해야 한다는 입장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제시문 3가지 글은 모두 사회적 문제의 해결을 개인적 차원이 아닌 사회적 차원에서 해결하고자 하고 있다. 서로를 존중하고, 돕는 행동, ‘공동선’의 실현과 헌신이 필요하며, 이는 서로에 대한 책임을 전제로 하고 있다.

경제력이 떨어진 노인들에 대해 사회적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과 개인의 선택과 책임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이 대립할 수 있다. 사진은 학교도우미로 화단을 가꾸는 노인들의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개인의 선택과 책임을 강조한 두 번째 제시문


제시문 〈나〉는 제시문 〈가〉와는 상반된 입장을 취한다. 노인 문제의 해결은 개인의 책임이라는 관점을 통해 사회적 문제의 해결을 개인적 입장에서 바라보고자 하는 것이다.

제시문의 내용을 보면 국가가 국민들에게 요구하는 일종의 강제 저축인 연금은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어떤 사람이 현재를 즐기는 데 자신의 소득을 모두 쓰는 대가로 궁핍한 노년을 감수하기로 결정했다면, 그의 결정을 바꾸도록 강제할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는 것이다.

김윤환 논술단기학교 대표강사·대치 아토즈논술 원장
공적 연금제도가 없는 경우, 스스로 노후 대비를 하지 않는 사람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은 있다. 궁핍한 노인이 고통 받는 것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정부는 공공부조 등을 통해 지원하게 되고, 이는 스스로 노후 대비를 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사회적 부담 가중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대부분의 노령인구가 자신의 노후를 대비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타당하지만, 노후를 대비하지 않는 노령인구가 소수일 경우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러한 소수의 인구 때문에 개인의 자유를 제한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도움이 필요한 소수에게는 국가 지원을 하되, 나머지 다수는 스스로 노후 대비를 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시문 〈나〉는 주장하고 있다.

두 제시문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하면 〈표1〉처럼 정리할 수 있다.

김윤환 논술단기학교 대표강사·대치 아토즈논술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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