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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메모] 국토부의 어색한 ‘리콜예정’발표, 왜 그리 급했나?

입력 : 2014-01-29 15:40:26 수정 : 2014-01-30 21:3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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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하루 앞둔 29일, 국토교통부가 이례적으로 ‘리콜 예고’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한국도요타자동차가 수입·판매한 중형세단 ‘캠리’가 ‘차실 내장재 연소성 시험’에서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해 리콜을 검토 중에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조사한 17개 차종의 자기인증적합조사에서 이 같은 부적합 내용이 발견돼 사전에 알리기 위해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며 “리콜 예정인 사례는 도요타 캠리 1건이며 나머지 16개 차종에 대한 결과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도요타 캠리가 차량 내장재에 불이 붙었을 경우 분당 10cm 이상 전파되지 않아야 한다는 기준에 불합격했다. 국토부는 도요타 캠리의 리콜 예정 소식을 전하며 2012년 하반기에 생산된 약 2600대가 대상이라고 뭉뚱그려 발표했다.

국토부의 이번 발표는 여러모로 어색하다. 연휴를 앞두고 불확실한 내용을 마치 피의사실 공표하듯 발표할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리콜은 소비자의 권익과 안전을 위해 시행하는 조치다. 리콜 발표는 소비자의 막연한 불안을 일으켜서는 안 되고 차량 제작에 대한 명확한 문제 제기와 더욱 확실한 개선 대책을 포함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발표는 차량 문제에 대한 지적과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불안감만 조성할 우려가 있다. ‘2012년 하반기에 생산된 차량’이란 모호한 표현으로 대상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통상 생산일자를 못박는 발표와 차이가 난다. 생산과 수입 그리고 판매에 수개월씩 차이가 나는 수입차기에 더욱 그렇다.

국토부라면 해당 업체를 통해 차대번호는 물론 생산기간, 정확한 판매 대수까지 확인할 수 있는데 부실한 내용을 발표한 이유에 의문이 생긴다.

게다가 17개 차종에 대해 자기인증적합조사를 했다면, 특히 지난해 추가하기로 한 공인연비가 적합한지에 대한 조사도 이뤄졌다면 모든 대상 차종의 조사 결과를 종합 발표하는 게 순서다.

▶ 국토부가 29일 오후 발표한 도요타 캠리 리콜예정 보도자료 전문.
보도자료 마지막에는 근거 없는 주장도 담고 있다. “우리나라의 조사결과에 따라 미국, 캐나다 등에서도 리콜이 시행될 예정이다”라는 내용이다. 미국과 캐나다의 법이 다르고 시험기관과 대상이 다른데도 국토부의 조사결과를 마치 미국과 캐나다가 그대로 받아들일 것으로 확정했다.

리콜 보도가 나오면 제조사·수입사와 소비자가 모두 혼란스럽다. 제조사·수입사는 리콜 대책을 세워 해결해야하고 소비자는 바쁜 시간을 쪼개 차를 수리해야한다. 꼼꼼하게 향후 대책을 발표해도 리콜을 받는 소비자는 절반에 못 미친다. 아무리 좋은 약도 먹어야 병이 나을 텐데 마치 “여러분 중에 일부는 큰 병에 걸렸을 것”이라며 불안감만 부추긴다.

국토부의 ‘자기인증적합조사’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을 받았다. 새누리당 이종진 의원은 “자기인증적합조사에서 사용한 시험용 자동차가 무작위로 선택한 것이 아닌 업체가 제공한 차 가운데 골라온 것”이라며 “조사의 공정성과 신뢰성이 훼손됐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은 “자기인증적합조사를 거쳤음에도 최근 5년간 소비자가 제작결함 등을 이유로 교통안전공단에 신고한 사례가 1만6517건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리콜은 불완전한 기계에 대한 보완책이다. 특히, 탑승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하는 정책이다. 국토부는 당장 성과발표에 급급하지 말고 소비자의 안전을 위한 진정한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해야한다.

이다일 기자 aut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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