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작품 문학 본연 의무 충실… 세태 소설에 대한 목마름 해갈
체험·의식의 부단한 갱신 통해 한국 문학 기둥으로 우뚝 서길
이때 바로 세계문학상 심사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대부분의 심사위원들은 바로 투표하기를 망설였던 것이다. 왜냐하면 각각 네 표를 얻은 두 작품은 성격이 판이하며 각각의 문학적 성취를 이루고 있기에 두 소설 중 어느 것을 당선작으로 뽑는다 해도 손색이 없기 때문이었다. 상당한 논의 끝에 심사위원들은 3차 투표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두 작품을 공동 당선작으로 결정하자는 데 만장일치로 합의를 본 것이다. 그리하여 정재민의 ‘보헤미안 랩소디’와 이동원의 ‘살고 싶다’가 공동 당선작으로 결정되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젊은 현직 판사가 주인공이다. 그는 어머니가 의료사고로 돌아가신 것을 뒤늦게 발견하고 의사를 상대로 법적인 투쟁을 벌인다. 하지만 그 투쟁은 현실의 거대한 벽에 부딪혀 난항을 겪는다. 판사라 할지라도 권력에 무기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주인공은 자신을 짓눌렀던 억압의 실체를 정신분석을 통해 찾아 나간다. 그 과정에서 그는 그의 정체성을 찾아낼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한다. 이 소설에서 주목할 수 있는 것은 자아의 실체에 대한 지속적인 질문과 인간 삶의 변화에 대한 지향성이다. 결국 문학이란,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이기에 이 소설은 그러한 문학 본연의 의무에 충실하다고 할 것이다. 또한 이 소설은 디테일의 힘에서도 대단한 매력을 발휘한다. 체험과 의식의 성장이 행복하게 맞물려서 소설의 풍성한 육체를 형성하는 것이다.
‘살고 싶다’는 군 병원에서 일어나는 의문의 죽음에 관한 추적이다. 추리소설의 형식을 취하는 이 소설은 시와 그림을 좋아했던 한 청년이 자살한 이유를 찾아 들어간다. 그 죽음은 연쇄적인 반응을 일으켜 또 다른 자살과 자살 미수 사건을 만든다. 도스토옙스키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소설은 군대라는 폐쇄적이고 특수한 상황 속에서 궁극적으로 인간의 선악(善惡)의 실체를 탐구해 나간다. 그것은 죽느냐 사느냐의 처절한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이 두 작품은 한국문학의 취약점으로 지적되어 왔던 철학적 명제인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천착이어서, 한국문학의 세계문학으로서의 보편성 확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연다. 이 두 작가에게 공동 수상의 영광이 돌아간 결정적 이유도 표피적인 세태 소설들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지속적 목마름을 적셔주었기 때문이리라. 주제는 무겁되 진행은 경쾌한 이 두 소설의 작가들에게 거는 심사위원들의 기대는 크다. 문학은 결국 인간 혹은 인간됨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의 항구적인 갱신이다. 체험과 의식의 부단한 갱신을 통해 한국문학의 튼튼한 기둥으로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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