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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원 고료 제10회 세계문학상] 심사평

입력 : 2014-01-28 21:08:57 수정 : 2014-02-13 13: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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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무엇인가' 무거운 주제 경쾌하게 풀어
두 작품 문학 본연 의무 충실… 세태 소설에 대한 목마름 해갈
체험·의식의 부단한 갱신 통해 한국 문학 기둥으로 우뚝 서길
아홉 편의 작품이 예심을 통과했다. 본심 과정에서 비교적 논의가 많이 된 작품이 ‘열망’ ‘건국의 변’ ‘살고 싶다’ ‘보헤미안 랩소디’ ‘중앙 이발관’ 등 다섯 작품이었다. ‘열망’은 허균과 박지원을 교차시키면서 고전 소설 ‘홍길동전’의 실체를 따라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문체가 매끄럽고 구성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공부 소설’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건국의 변’은 백수의 이야기다. 대학을 졸업하고 계속 공무원 시험에 떨어지는 한 청년 백수를 통해 우리 사회의 현실을 진단하고 있었다. 이 작품도 사건보다는 사변의 나열과, 소설 결말 부분이 경제공동체로 비약한다는 결점을 지적받았다. ‘중앙 이발관’은 경북 경산의 한 이발관을 무대로 한 성장 소설이다.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까지의 기간 동안, 한 지방 소읍의 풍경이 놀라울 정도로 잘 묘사되고 있었다. 상당히 문학적이지만 ‘올드’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논의를 거쳐 1차 투표를 했고 5편이 추려졌다. 이어 바로 2차 투표에서 3편의 작품이 추려졌다. 4:4:1이었다. 예정대로라면 다득표 순으로 4표씩을 얻은 두 편에 대해 바로 3차 투표에 들어가 5표 이상을 얻은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정하게 되어 있었다.

이때 바로 세계문학상 심사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대부분의 심사위원들은 바로 투표하기를 망설였던 것이다. 왜냐하면 각각 네 표를 얻은 두 작품은 성격이 판이하며 각각의 문학적 성취를 이루고 있기에 두 소설 중 어느 것을 당선작으로 뽑는다 해도 손색이 없기 때문이었다. 상당한 논의 끝에 심사위원들은 3차 투표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두 작품을 공동 당선작으로 결정하자는 데 만장일치로 합의를 본 것이다. 그리하여 정재민의 ‘보헤미안 랩소디’와 이동원의 ‘살고 싶다’가 공동 당선작으로 결정되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젊은 현직 판사가 주인공이다. 그는 어머니가 의료사고로 돌아가신 것을 뒤늦게 발견하고 의사를 상대로 법적인 투쟁을 벌인다. 하지만 그 투쟁은 현실의 거대한 벽에 부딪혀 난항을 겪는다. 판사라 할지라도 권력에 무기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주인공은 자신을 짓눌렀던 억압의 실체를 정신분석을 통해 찾아 나간다. 그 과정에서 그는 그의 정체성을 찾아낼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한다. 이 소설에서 주목할 수 있는 것은 자아의 실체에 대한 지속적인 질문과 인간 삶의 변화에 대한 지향성이다. 결국 문학이란,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이기에 이 소설은 그러한 문학 본연의 의무에 충실하다고 할 것이다. 또한 이 소설은 디테일의 힘에서도 대단한 매력을 발휘한다. 체험과 의식의 성장이 행복하게 맞물려서 소설의 풍성한 육체를 형성하는 것이다.

‘살고 싶다’는 군 병원에서 일어나는 의문의 죽음에 관한 추적이다. 추리소설의 형식을 취하는 이 소설은 시와 그림을 좋아했던 한 청년이 자살한 이유를 찾아 들어간다. 그 죽음은 연쇄적인 반응을 일으켜 또 다른 자살과 자살 미수 사건을 만든다. 도스토옙스키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소설은 군대라는 폐쇄적이고 특수한 상황 속에서 궁극적으로 인간의 선악(善惡)의 실체를 탐구해 나간다. 그것은 죽느냐 사느냐의 처절한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이 두 작품은 한국문학의 취약점으로 지적되어 왔던 철학적 명제인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천착이어서, 한국문학의 세계문학으로서의 보편성 확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연다. 이 두 작가에게 공동 수상의 영광이 돌아간 결정적 이유도 표피적인 세태 소설들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지속적 목마름을 적셔주었기 때문이리라. 주제는 무겁되 진행은 경쾌한 이 두 소설의 작가들에게 거는 심사위원들의 기대는 크다. 문학은 결국 인간 혹은 인간됨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의 항구적인 갱신이다. 체험과 의식의 부단한 갱신을 통해 한국문학의 튼튼한 기둥으로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박범신 구효서 은희경 이혜경 김형경 방현석 서영채 하응백 김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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