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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골프급 연비에 남성적 매력까지, 폴크스바겐 ‘더 비틀’

입력 : 2014-01-11 16:50:44 수정 : 2014-01-11 16:5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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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국민차, 폴크스바겐의 열풍이 거세다. 작년 수입차 판매량 순위에서 BMW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과연 폴크스바겐의 정체성을 제대로 보여주는 차는 무엇일까? 궁금한 생각에 그간 시승 대상에서 빼두었던 ‘더 비틀’을 만났다.

악연인지 우연인지 행운인지 모르겠다. 더 비틀을 시승하는 날 때마침 엄청난 눈이 내렸다. 겨울 강원도를 가면서 눈이 없을 것이란 생각은 안 했지만 시승을 위해 찾아간 대관령에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눈이 내렸다.

독일의 대중 차 폴크스바겐, 폴크스바겐의 대중적인 모델 비틀. 그 혈통을 이어받은 차를 시승하기엔 오히려 악천후가 도움이 될 것이란 긍정적인 생각도 들었다.

지금 판매하는 신형모델 ‘더 비틀’과 이전모델 ‘뉴 비틀’은 폴크스바겐의 ‘비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델이다. 국내에선 앙증맞은 모습과 독특한 색깔로 여성의 전유물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상은 남성적이고 대중적인 자동차다. 2차대전 당시 독일에서 히틀러의 지시를 받은 포르쉐 박사가 개발한 차가 바로 비틀이다. 당시 히틀러의 요구조건은 4인 가족이 탈 수 있고 연비가 좋아야하며 가격이 저렴해야 한다는 것. 안타깝게도 일반에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전에 전쟁에 동원된 역사를 가졌지만 당시 이 차는 여성적인 모습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이를 반세기 만에 재해석해 만들어낸 ‘뉴 비틀’은 매우 여성적인 차로 변신했다. 차체와 모든 부품이 온통 둥근 형태인데다 파스텔톤의 색상은 남성들이 타고다니기엔 부담스러웠다. 이 점이 마케팅에서 긍정적이었을지 모르겠지만 남성들의 선택을 받기엔 부족했다.

하지만, ‘더 비틀’로 이름을 바꾸고 디자인과 파워트레인을 새롭게 하면서 차의 성격은 오히려 과거 ‘비틀’과 더욱 가까워졌다. 공기저항을 고려한 차체 디자인과 스포츠카에 가까운 실내 구성은 달리기 좋아하는 남성의 욕구를 채워주기 충분했다.

▲ 골프의 주행성능 그대로…연비도 뛰어나

더 비틀의 파워트레인은 우리에게 아주 익숙하다. 2.0ℓ의 TDI 디젤엔진을 얹었고 6단의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장착했다. 쉽게 말하면 폴크스바겐의 베스트셀러 ‘골프’와 동일한 구성이다. 예전 비틀과 달리 엔진은 앞에 있고 앞바퀴 굴림방식이다. 시승차는 2013년식으로 앞에는 맥퍼슨 스트럿, 뒤에는 토션빔의 서스펜션이 들어갔다.

강원도로 향하기 위해 새벽 고속도로에 오르니 TDI 엔진의 진가가 나온다. 디젤 엔진의 굵직한 토크를 바탕으로 달려간다. 시속 100㎞/h에서 엔진회전수는 1800rpm을 밑돈다. 연비가 좋다. 공인연비는 15.4㎞/ℓ. 실제 고속도로의 연비는 정속주행을 이어갈 경우 20㎞/ℓ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했다. 저속주행과 신호대기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들리던 엔진 소음은 오히려 고속에서 사라졌다. 시승차는 2만㎞를 주행한 상태로 일반 차와 비교하자면 약 출고 후 1년이 지난 정도다. 그래도 디젤 엔진의 소음은 들을 만 했고 DSG 변속기는 문제가 없었다.

다만, 고속주행시 차체가 통통 튀는 느낌이 이어졌다. 차량 뒷부분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인데 아마도 토션빔 서스펜션의 탓으로 보인다. 뒷좌석에 앉으면 피로를 느낄지도 모르겠다. 폴크스바겐코리아도 이 점을 고려했는지 올해부터 들여오는 신형 더 비틀의 뒤에는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적용한다. 이 차이는 골프 7세대에서도 느꼈던 부분이다. 1.6ℓ 모델에는 토션빔을 장착했고 2.0ℓ 모델에는 멀티링크를 장착했었다.

▲ 실용적인 앞바퀴 굴림, 눈길 주행에도 안정적

더 비틀은 보기와 다르게 실용적이었다. 4인승이지만 뒷좌석이 좁다는 지적에 폴크스바겐은 뉴 비틀에 비해 차체를 150㎜ 늘리고 폭도 90㎜ 늘렸다. 뒷좌석은 인제야 사람이 앉을만한 정도로 늘어났다. 폴크스바겐 엠블럼을 돌려 여는 트렁크는 해치백과 같은 형태로 의외의 적재량을 갖췄다. 쿠페와 같이 2개의 문짝만 있어서 좁은 공간에 주차할 경우는 타고 내리기 불편하다. 아쉽지만 디자인을 감안하면 이해해야할 부분이다.

실내는 폴크스바겐 자동차의 전형적인 모습을 그대로 갖췄다. 내비게이션은 아틀란의 지도를 사용했고 오디오와 통합된 구조다. 부품을 공유하기 때문인지 D컷의 스티어링휠과 변속기 레버, 공조장치 버튼까지 모두 골프와 파사트 등에서 익숙하게 만났던 것들이다.

편의사양은 대부분 갖췄지만 아쉽게도 자동헤드라이트 기능이 없다. 최근 10년 사이 타 본 차 가운데 손에 꼽을 정도의 일부 차종에서만 이 기능이 없었다. 큰 비용이 들어가는 기능도 아닌데 삭제된 이유가 궁금하다. 폴크스바겐코리아에 알아보니 올해 들여오는 모델에는 신규로 추가된다.

눈이 쌓인 강원도 도로를 달렸지만 미끄럽거나 불안한 느낌은 그리 들지 않는다. 시승차에 윈터타이어를 장착한 것이 중요한 이유였고 앞바퀴 굴림 방식의 장점이 살아났기 때문이다. 기본트림의 가격 3310만원은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프리미엄 트림의 3810만원은 다소 비싸보인다. 최근 값이 내린 수입차가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비와 디자인, 개성을 고려하고 눈길에도 안전한 앞바퀴 굴림을 선택한다면 이제 남성들도 이 차를 비교대상에 꼭 포함하길 추천한다.

이다일 기자 aut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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