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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환의 완벽한 쇼핑] “10원 할인이 뭐길래”… 990원의 경제학

입력 : 2013-12-26 19:55:19 수정 : 2013-12-27 08: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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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0원과 1000원 별차이 아닌데 1000원에 팔면 매출 절반 줄어
가격표의 첫 자릿수에 민감한 ‘왼쪽자리효과’ 소비심리 작용
‘990원 vs 1000원’

990원, 1900원, 2900원, 9900원….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격표들이다. 소비자들은 대개 990원을 1000원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인식한다. 실질적인 차이는 10원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기껏해야 10원이나 100원, 200원을 깎아주고 있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이 가격에 흔들려 충동구매를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사실 이렇게 깎아준 100원이나 200원의 가치는 작다. 하지만 판매현장에서 이렇게 매긴 가격들이 이끌어 내는 판매 상승 효과는 크다. A마트 관계자는 “1000원과 990원의 차이는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엄청나다. 없어서 못 파는 990원짜리를 1000원에 판다고 하면 매출이 절반으로 뚝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소비자가 느끼기에 1000원과 990원의 차이는 상당하다. 앞자리가 9가 되면서 900원대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이렇게 10원 할인에 유혹되어 흔들리는 걸까?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매닝 박사와 워싱턴주립대 스프로트 박사가 소비자들의 이런 심리를 연구한 결과를 ‘소비자 연구저널’에 발표했다. 소비자들이 가격표의 첫 자릿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내용의 ‘왼쪽자리효과’.

2달러짜리 볼펜 A와 4달러짜리 볼펜 B를 학생들에게 우선 제시한다. 그런 후 4달러짜리 B를 3달러99센트에 팔겠다고 한다. 이때 44%의 학생들이 B를 선택한다. 그러나 뒤이어 2달러짜리를 1달러99센트에 팔겠다고 하자 B를 선택하겠다는 사람은 18%로 뚝 떨어졌다. 저자는 ‘왼쪽자리효과’와 관련된 또 다른 실험을 소개한다. A그룹에는 1×2×3…×8=?을, B그룹에는 8×7×6…×1=?의 문제를 제시했다. 놀랍게도 A그룹이 내놓은 평균값은 512, B그룹의 평균값은 2250였다. 곱셈의 시작이 1이냐 8이냐에 따라 예상 답이 4배 가까운 차이를 보인 것이다. 소비자심리학자들은 이를 응용해 미국 할인점에서는 1.99달러, 10.99달러와 같이 상품에 9자로 끝나는 가격들을 많이 붙인다고 한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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