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안보강국의 길을 묻다] (54) 흔들리는 대북 심리전

관련이슈 안보강국의 길을 묻다

입력 : 2013-12-24 20:03:36 수정 : 2014-01-22 10:48:0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北이 두려워하는 사이버司… 정치논란 불식 제기능 찾아야 군의 ‘정치 댓글’ 논란으로 북한이 가장 곤혹스러워한다는 ‘대북 심리전’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2009년 북한의 디도스 공격 이후 대남 심리전과 사이버 테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 ‘정치 댓글’ 논란에다 구성원 간 이전투구로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북한 장성택 전 국방위 부위원장 숙청을 계기로 대북 심리전을 강화해야 할 시점에 군 사이버사령부가 정치 논란에 휩싸여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셈이다. 댓글 수사와는 별개로 정치권이 사이버사령부의 업무 범위에 합의한 뒤 여야를 떠나 대북 심리전 기능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임무수행 변질된 사이버심리전


북한의 사이버 공세에 맞선다는 군 사이버사령부 본연의 임무는 엉뚱한 ‘정치 댓글’ 달기로 국민적 공분의 대상이 됐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는 지난 19일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의 정치 댓글 의혹 사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게재는 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이지만, 대선개입은 없었다”고 밝혔다. 군 수사결과 발표에 야당은 ‘꼬리 자르기’라며 발끈하고, 국민들도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사이버사의 대선 댓글이 옥도경 사이버사령관과 이모 전 심리전단 단장이 주도한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와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국방부가 중간수사결과 발표에서 “전·현직 사령관은 사이버 심리전단 단장에게 정치관여 지시를 한 적이 없었다”고 밝힌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된 발언인 때문이다. 정치 댓글 의혹에 휩싸인 사이버사령부는 대북 심리전 전력이 약화돼 기본적 임무 외에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대북 심리전의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사이버사의 표류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은 “더 이상의 논란을 막기 위해 불거진 문제를 정확하게 도려내야 한다”면서 “군 자체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와 장교들의 정치지향성을 엄정히 다뤄야 한다. 몇몇 집단의 일탈로 다룰 경우 이번 문제는 해결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사이버심리전은 비대칭성이 강한 수단을 활용해 비정형적 방법으로 적의 군대가 아니라 적의 정치적 의지를 파괴하는 게 주요 목표가 된 현대전의 특성을 고려한 새로운 심리전 형태라 할 수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24일 심리전에 대해 “사이버전, 심리전, 자살공격, 게릴라전 등의 방법 중 적국 내부 여론을 조성해 적국의 전쟁의지를 분쇄하는 게 심리전의 핵심”이라며 “이 가운데 세계적 사이버 인프라 구축 및 SNS 등 의사소통 기술 발전으로 저비용 고효율의 사이버심리전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은 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대남 선전활동이 남한에 비해 열세에 놓여 있다고 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이버심리전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인터넷상에서 대남 비방 댓글만 다는 요원이 2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질 정도다. 군은 당초 이 같은 북한의 사이버심리전에 맞서기 위해 합동참모본부 민군심리전부를 만들어 대북 사이버심리전을 수행했다. 그러다 2009년 북한의 디도스 공격을 당한 뒤 2010년 1월 국군사이버사령부를 창설했다. 사이버사령부의 주요 활동은 북한 정권 및 북한군과 해외에 있는 적대세력을 대상으로 사이버심리전을 수행하는 것이다. 주요 작전 분야로는 ▲북한 정권 및 북한군의 선전 대응 및 실상 전파 ▲북한 정권의 붕괴 및 국제고립 유도 ▲국외 적대세력의 북한 연계 활동 저지 ▲사이버 안보 위협 대응 등이다.

백낙종 국방부 조사본부장이 지난 19일 국방부에서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댓글’ 의혹 사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대북심리전 변천과정


그동안 대북심리전은 FM 방송과 대북전단(삐라), 대형전광판 등을 이용해 전방지역에서 주로 펼쳐져 왔다.

대북심리전은 1962년 확성기 방송을 통해 첫선을 보인 뒤 72년 7·4남북공동성명 발표 후 남북한 합의로 한동안 중단됐다가 80년 북한의 방송재개에 우리 정부가 맞대응하면서 전면에 부상했다. 이어 2004년 6월15일 남북장성급회담 합의에 따라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으나 천안함 사건에 따른 5·24 대응조치로 2010년 6월 재개됐다. 북한이 연평도 도발을 감행한 그해 11월23일부터는 수백만장의 대북전단이 뿌려지기도 했다.

북한은 휴전선 일대에 집중 살포되는 전단 등의 심리전이 북한군의 기강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예민하게 반응해왔다. 대북심리전을 말 그대로 전쟁행위로 받아들인 것이다. 특히 살포된 전단에는 중동의 민주화 시위를 거론하며 ‘세습정권, 독재정권, 장기집권은 망한다’는 내용과 함께 치약, 라디오 등 각종 생필품까지 포함돼 북한군과 주민의 동요를 유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심리전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 체제를 흔들 수 있는 유용한 무기다. 전단 살포에 발끈한 북한이 걸핏하면 “(전단 살포) 발원지에 대한 직접 조준격파 사격이 자위권 차원에서 단행될 것”이라며 경고하는 이유다. 반발 수위가 평소 거친 언사를 동원해온 한·미 연합 ‘키 리졸브 및 독수리 훈련’에 못지않다. 그만큼 남한 군당국의 대북심리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방증이다.

군 관계자는 “과거 대북 협상테이블을 보면 심리전, 특히 대북심리전을 방지하려는 북측의 노력을 알 수 있다”면서 “이는 ‘상호 비방 금지’라는 매우 수평적 문구로 나타나지만 사실상 북측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군은 천안함 사건 이후 다각도로 대북심리전을 강화하며 북을 압박해왔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