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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감, 일상생활 지장 있으면 치료 받아야

입력 : 2013-11-24 20:41:48 수정 : 2013-11-24 20:4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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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강박증 등 근본 원인은 스트레스, 몇개월 방치땐 공황상태에 빠질수 도
잘못된 생각 교정해주는 인지치료 효과, 뇌에 이상 있을 땐 약물치료 병행해야
직장인 이모(38)씨는 눈 앞의 사물을 3번 바라보는 습관에 시달리고 있다. 자동차·책상·TV 등 물건의 종류와는 관계가 없다. 어떤 사물이든 의식하게 된 순간 마음 속으로 ‘하나, 둘, 셋’을 외친다. 그렇지 않으면 나쁜 일이 생길 것 같은 두려움이 밀려오며 초조해진다. 이씨는 “직장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새로운 습관이 생겨났다”며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너무나 괴롭다”고 호소했다. 신입사원 박모(27·여)씨는 매일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좋은 인상을 줘야 한다’,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등 태도와 관련된 다짐을 한다.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A는 B는 날 어떻게 평가할까’라며 평판을 지나치게 의식한다. 박씨는 “주변 사람들을 한명씩 떠올리며 그들이 생각하는 나에 대해 고민할 때도 있다”며 “이럴 때마다 불안하고 초조해진다”고 말했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두 사람은 모두 정신의학적 질환을 앓고 있다. 이씨의 병명은 ‘강박장애’로, 물건의 수를 세거나 신체 부위를 여러번 씻거나 같은 말을 반복하는 등 특정 행동을 해야하는 충동에 시달리는 경우를 말한다. 박씨는 타인의 시선과 평가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사회불안증후군’으로 분류된다. 그에게는 ‘해야 한다’거나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로 자기 자신을 비난하는 인지 왜곡도 나타난다. 이러한 습관은 불안·공포·우울 등 부정적 감정을 유발하는 장치가 된다.

복잡하고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아가면서 누구나 불안함, 두려움, 우울함 등 정신 질환을 조금씩 앓게 마련이다. 대부분 혼자 힘으로 극복하기 위해 애쓰지만, 불안하고 우울한 정서를 3∼4개월 이상 방치하면 정상적인 생각과 행동이 어려운 공황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최희연 이대목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사회통념상 정신과에 오는 걸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다”며 “스트레스로 인해 신체 변화를 겪고 있거나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길 정도라면 전문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신 질환…스트레스가 원인

우울·강박·공황 등 불안 장애의 근원은 스트레스다. 이별, 경제적 어려움, 취업 등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상황도 이를 받아들이는 태도에 따라 짓누르는 무게가 다를 수 있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스트레스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여성과 20∼30대 젊은층이 정신의학적 문제를 겪는 비율이 높다.

여성은 월경과 출산, 갱년기 등 호르몬 분비의 변화로 인해 감정 변화에 더 취약한 것으로 분석된다. 오늘날의 20∼30대는 취업과 결혼 등 부모 세대에 비해 높아진 현실의 벽에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같은 상황도 받아들이는 태도에 따라 고통의 무게가 달라진다.

전문의들은 내향적이며 예민하고 깔끔한 사람,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는 성향이 강한 사람에게 불안 증세가 강하게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고통을 유발하는 상황을 당장 바꿀 수 없다면 이를 받아들이는 태도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서울의 한 보건소에서 개최한 정신건강 체험행사에서 시민들이 전문가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있다. 전문의들은 “스트레스로 인해 신체 변화를 겪고 있거나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길 정도라면 전문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정신과 상담…주홍글씨 아냐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변화가 오래 지속되거나 대인관계에 장애가 생긴다면 외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불안과 우울의 지표는 다음과 같다.

불안증은 ▲심장이 쿵쾅거리고 빨리 뛴다 ▲땀이 나고 오한이 들고 얼굴이 빨개진다 ▲숨이 가빠지고 숨쉬기가 힘들다 ▲불면증이나 과수면 증세가 나타난다. 이는 또 ▲복부에 경련이 있고 구역질이 나온다 ▲어지럽고 현기증이 난다 등으로 나타나고, 우울증은 ▲슬프고 기분이 가라앉는다 ▲자존감이 떨어진다 ▲의욕이 없고 절망감에 시달린다 ▲가치가 없고 뒤떨어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등의 심리 상태를 보인다. 이런 증상을 혼자서 해결하려다가 몇 개월 이상 방치하면, 단순한 불안 장애를 넘어 죽을 것 같은 공포심에 사로잡히는 공황 장애로 발전할 수 있다.

이러한 질환에는 약물 치료와 인지행동치료가 동원된다. 인지행동치료란 환자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인식 지점을 파악해 교정해주는 방법이다.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사회불안증후군 환자에게 누군가 ‘나’의 욕을 해도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생각보다 남일에 큰 관심을 쏟지 않음을 일깨워주는 식이다. 전문의들은 “우울증은 자존감을 앗아가는 큰 고통”이라며 “고통의 감정을 다스릴 외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유범희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 질환 중에는 뇌에 문제가 생겨 약물 치료가 꼭 필요한 경우도 많다”며 “자신을 사로잡는 어떤 생각 때문에 생활에 현저한 불편을 느낀다면 병원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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