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배우화가 김현정의 그림토크] ‘숨은 규칙 찾기’

입력 : 2013-11-14 22:36:07 수정 : 2013-11-15 10:40:4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언제 누구에게 들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내 귓가에 언뜻언뜻 맴도는 말이 있다. “작은 일은 큰일처럼, 큰일은 작은 일처럼” “시작은 마지막처럼, 마지막은 시작처럼”. 처음에는 말장난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왠지 이 말이 궤변만은 아닌 것 같다.

그림 그리고, 글을 쓴다는 것은 모두 쉽지 않은 일이다. 하물며 두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한다면 어떨까. 돌이켜보면 나는 뭔지도 모르고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덤벼들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 길에 내가 서있었다. 그때서야 비로소 내가 ‘그림 칼럼’을 쓰고 있음을 피부로 느꼈다.

어느 순간 많은 분들이 “현정씨는 무엇을 그리나요?”라고 물었다. 앗! 나는 무엇을 그리는 걸까? 나는 속으로 “랄라야, 우리가 뭘 그리는 거야”라고 되물었다. 언제부터인가 나의 내면아이 랄라가 그림을 그리는 것 같았다. 나는 랄라에게 의지했고, 의지한 뒤로 신기하게 나의 마음은 솜털처럼 가벼워졌다. 랄라가 있어 그림을 그리는 일이 즐거웠다. 하지만 랄라만으로 그림을 그린 것은 아니다. 내면은 랄라가 이끌었지만, 그림 기법은 그동안의 공부가 밑바탕이 됐다. 꼭 그림을 그리려고 한 공부는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면 타고난 재능은 고갈된다. 반드시 이를 지키고 이끌어낼 공부가 필요하다”는 경고가 도움이 됐다. 그림 공부에서 가장 큰 수확을 꼽으라면 단연 그림 기법에 맞게 그림 이론과 그림 감상법도 함께 배웠다는 점이다. 

김현정의 ‘숨은 규칙 찾기’(종이에 채색)
현대 중국화의 거장 리커란(1907∼1989)은 스승인 치바이스(1864∼1957)의 가르침에 따라 자신이 봤던 것을 그렸다. 그는 스승의 예술세계를 통해 자신이 상상할 수 있는 것까지 그려냈다. 그림 작품의 70퍼센트는 그리려는 대상에 근거하고, 30퍼센트는 화면의 필요에 따라 조화롭게 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커란은 “화가는 반드시 사물 형상의 규칙을 찾는 탐색자”라는 점을 강조하며, 영리한 화가라면 그림 그리는 데 자신의 생명을 모두 바쳐야 한다고 말했다. “마치 사자가 코끼리를 공격하는 것처럼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말안장 없이 야생마를 타는 것처럼, 맨손으로 독사를 잡는 것처럼 반드시 정신을 극도로 집중해야 한다.”

치바이스는 자신의 예술세계를 알아주는 사람을 은인이라고 했지만, 때로는 세상에 자신이 병들었다든가 죽었다고 알렸다. 그는 끊임없이 변화를 좇았고, 이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잊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좀 더 나은 예술세계를 간절히 바란다면, 세상으로부터 사라질 힘과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어느덧 그림칼럼의 마지막 회를 맞이했다. 1년 넘게 ‘랄라 김현정’과 함께해주신 여러분께 감사한다. 새로운 그림으로 새 날에 다시 함께하길 기약하며…. <끝>

김현정 www.kimhyunjungtalk.com

<세계섹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