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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계의 큰형님’ 가리온, 진정한 힙합을 보여주마

입력 : 2013-11-13 20:02:48 수정 : 2013-11-13 20: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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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시장이 커질수록 힙합 문화는 죽어가고 있어요. 15주년 앨범에서 저희가 하려는 말은 ‘다시 힙합’이에요. 진정한 힙합을 하자는 거죠.” 1998년 데뷔한 가리온(MC메타·나찰)은 힙합계의 ‘큰형님’으로 통한다. 최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들은 “우리를 ‘한국 힙합의 시조새, 전설’로 표현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런 말을 좋아하지는 않는다”며 “가리온은 무대에서 태어났고, 여전히 무대에서 활동하는 현역 음악인”이라고 전했다.


이들이 오는 29일 발표하는 데뷔 15주년 기념 앨범의 주제는 ‘다시 힙합’. 오늘날의 힙합 문화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담겼다.

“원래 힙합은 나의 경험, 세상에 대한 나의 시각을 풀어놓으며 부정적 에너지를 정화하는 장르예요. 그런데 요즘에는 그런 태도를 유지하는 음악인이 거의 없죠. 힙합 하면 있어 보이는 말을 내뱉는 ‘스왜그’(Swag·멋지다는 의미)부터 해야 한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어요.”(MC메타)

미국에서도 이런 문제 의식을 바탕으로 지난 8월 유명 래퍼들 사이에 ‘디스전’(힙합에서 상대를 공격하고 비난하는 행위)이 펼쳐졌다. 후배 래퍼인 켄드릭 라마가 에미넴·푸샤 티 등 톱 래퍼를 향해 “있어 보이는 것 그만 좇아다니고 진짜 힙합을 하자”고 비판한 것. 이에 한국에서도 스윙스·이센스·개코·쌈디 간에 설전이 벌어졌다.

후배들의 싸움을 지켜본 MC메타는 “한국에서는 힙합적 배틀이 아니라 소속 회사에 대한 폭로전으로 흐른 점이 안타깝다”며 “힙합 기획사도 일반 기획사와 다르지 않다는 걸 확인하는 정도로 끝이 났다”고 말했다.

가리온은 한국적 힙합의 방향을 보여준 그룹으로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다. 이들은 순수 한국어로 이 땅의 이야기를 노래했다. “꺼져, 구려, 왓츠업” 등을 외치는 ‘스왜그’가 아니라 순우리말로 고민을 진지하게 풀어놓았다.

1집 ‘가리온’(2004) 때는 힙합을 깔보는 정서에 반기를 들었다. “랩은 음악이 아니다”는 폄하 시각에 맞서 시에 가까운 가사를 선보였다. 2집 ‘가리온 2’(2010)에선 이런 부담을 덜고 평상어로 경험을 털어놓았다. 내년 발매할 3집은 ‘팔리는 힙합’, ‘있어 보이는 힙합’에 취한 세태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데뷔 15주년을 맞은 힙합계의 큰형님 ‘가리온’. 이들은 12월14일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15주년 기념 콘서트 ‘뿌리 깊은 나무’를 개최한다.
피브로 사운드 제공
“음악에서 최고의 가치는 자기 것이에요. 그런데 학생들에게 가사를 쓰라고 하면 ‘너 같은 × 꺼져, 내가 가장 잘난 ×이야’라며 허세를 부리거나 자기 자랑을 가득 늘어놓죠. 요즘 10, 20대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걸 두려워해요.”(MC메타)

MC메타는 현재 한국국제예술원 뮤직프로덕션학과, 나찰은 국제예술대학 실용음악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MC메타는 최근 케이블방송 엠넷 ‘쇼미더머니2’에 심사위원으로도 출연했다.

“요즘 친구들은 기획사에 들어가거나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으면 데뷔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언더그라운드 시장이 거의 다 죽었기 때문이죠. 앞으로 후배들을 위해 일주일에 1, 2회 회사(피브로 사운드)의 한 공간을 개방해 누구나 랩을 할 수 있도록 무대를 마련할 생각이에요. 가리온도 그 자리에 함께합니다.”(나찰)

이들의 꿈은 래퍼·비보이·디제이·그래피티(스프레이 프린트로 그린 벽화) 등 4가지 요소가 어우러진 힙합 문화의 부흥이다. 2000년대 초반 한때 이 문화가 발달했지만 지금은 각각의 영역으로 생각할 만큼 서로 멀어졌다.

가리온은 ‘털이 희고 갈기가 검은 말’이라는 순우리말로, 한국적 힙합의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흔한 ‘요(Yo), 헤이요(Hey yo)’조차 노래에 등장하지 않는다.

“우리말은 분절음이라 영어처럼 한 덩어리로 흘러가기 어렵다고 하는데 뱉는 방식이 진화하면서 이제는 연음 덩어리가 생겨났어요. 제가 살고 있는 장소인 ‘한국’과 랩을 기반으로 하는 ‘힙합’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굳이 영어를 섞을 필요가 없어요.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담을 수 있죠. 이런 지향점은 가리온의 태도이자 자존심입니다.”(MC메타)

이들은 12월14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15주년 기념 콘서트 ‘뿌리 깊은 나무’를 개최한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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