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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문채원 “제 첫인상이 차갑나요? 중기 오빠도…”

입력 : 2013-10-21 17:36:27 수정 : 2013-10-23 17: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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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닥터’는 시청자와 함께 만들어갔다는 점에서 여느 드라마와는 다른 의미가 있어요. 시청자 여러분이 마음을 열고 봐주셨고, ‘힐링’이라는 단어를 함께 만들어가는 기분이었어요.”

배우 문채원은 KBS 2TV 월화드라마 ‘굿 닥터’에서 밝고 털털한 성격의 펠로우 2년차 차윤서로 분해 안방극장에 따스한 기운을 불어넣었다. 자폐증을 앓는 후배 의사 박시온(주원 분)을 토닥이고, 시온과 풋풋한 멜로를 그려가는 모습은 시청자의 감성을 울렸고, ‘힐링 드라마’라는 애칭이 붙여졌다. 

드라마 ‘바람의 화원’ ‘공주의 남자’ ‘세상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 등 매 작품마다 새로운 캐릭터를 시도하며 필모그래피를 써온 문채원은 굿 닥터를 통해 ‘의학 드라마’에 도전했다. 의학 드라마를 해보고 싶었지만 권력싸움이 난무하는, 남성적인 의학물은 당기지 않았다. 그러던 중 ‘굿 닥터’를 만났고, 사람 냄새 나는 캐릭터와 스토리의 매력에 빠졌다.

“이번 드라마로 변신하려는 의도는 없었어요. 내심 의학드라마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정치적 냄새나 남성적인 느낌의 의학드라마보다는 ‘종합병원’ 같은 작품을 해보고 싶었어요. 의학드라마가 1년에 한 두 편은 나올 텐데 꼭 지금이 아니었어도 했을 거예요. 하지만 ‘굿 닥터’는 두 번은 나오기 힘든 자폐증 의사 소재라 재밌었어요. 극중 선배 의사로 박시온과의 멜로가 독특하게 그려질 거란 기대도 있었고,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부분이 있겠다는 판단에 출연을 결정했어요.”

문채원은 극중 의사 가운을 입고, 무심한 듯 머리를 묶어 올려 수수한 매력을 드러냈다.  또 만취해 ‘시베리안허스키’ 등 욕설을 내뱉는 등 한층 무게를 덜어낸 연기를 선보였다. 상처받은 내면 연기를 주로 보여줬던 문채원의 새로운 면모다. 문채원은 “털털한 연기가 불편하거나 의식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밝은 캐릭터, 욕설 연기를 안 해본 게 아닌데 상대적으로 아픔 있고 센 작품을 많이 하다  보니 이런 모습을 새롭게 보시는 것 같아요. ‘아가씨를 부탁해’  ‘괜찮아 아빠딸’ 등 밝은 드라마를 맛 봤기에 욕 연기가 불편하지 않았어요. 그런 연기가 어떤 지점부터 편해지지만 거기에 가기까지 아픔 없는 캐릭터라고 편한 것은 아니에요. 그걸 다시금 깨우쳐준 작품이에요”   

문채원과 주원의 멜로는 조금씩 내려앉아 땅을 적시는 봄비처럼 조심스럽지만 깨끗하고 아련하게 시청자의 마음에 와 닿았다. 그간 선배의사와 자폐증 후배 의사와의 멜로가 그려진 바 없기 때문에 이를 표현해 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윤서가 시온을 안아주며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은 리허설만 2시간 넘게 진행됐다고. 

“윤서가 시온에게 ‘나도 너에게 기대고 싶다’고 고백하는 장면이었는데 어려웠어요. 다른 작품에서 고백 신을 찍을 때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림이 있었고, 그에 맞게끔 노력하면 됐지만 이번엔 달랐어요. 오로지 주원씨와 제가 만들어가는 신인데 윤서 입장에서 티칭하게 되는 부분이 있고, 주원씨의 시시각각 반응에 곤두설 수밖에 없었어요. 연민이 아닌 남녀로서 사랑한다는 공감을 줄 수 있게끔 리허설을 많이 했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주원씨가 ‘누나 편한 대로 가자’고 하더군요. 복잡한 생각을 버리고 찍었는데 오히려 효과적으로 전달된 것 같아 다행이에요.”  

주원은 최근 문채원의 첫인상에 대해 “차가워 보여 친해지지 못할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이에 문채원은 “그 얘길 듣고 놀랐다. 어쩔 수 없이 내게 그런 인상이 있나보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지난해 ‘착한남자’ 때 송중기 오빠가 그런 말씀을 하셔서 이번에 신경 썼는데 왜 그랬지 했어요.(웃음) ‘굿 닥터’에 가장 늦게 투입되다 보니 주원씨는 ‘시온’으로 먼저 만났어요. 성실하고 진지한 태도로 연기에 임해줘 고마웠고, 잘 맞아서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어요. 현장에서 저는 ‘주원아’, 주원씨는 ‘누나’라고 불렀는데 제 역할이 선배이고, 주원씨가 순수함이 많은 역이라 극중 나이 차를 실제보다 많이 느꼈어요. 주원씨와 20부 동안 애증과 사랑으로 오로지 쏟아 붓는 연기를 하면서 많이 친해졌어요.” 

문채원은 ‘굿 닥터’에 대한 아쉬움을 묻자 “아쉬움보다는 고마움이 크다”고 털어놨다. ‘좋은 사람이 좋은 의사이고, 고민하는 의사가 좋은 의사’라는 대사가 문채원의 가슴에 파고들었다. ‘굿 액터(Actor)’는 뭐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문채원은 ‘굿 닥터’의 표현을 빌려 “좋은 배우가 되려고 고민하고, 좋은 사람이 되려는 마음과 맞물린 배우”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그간 ‘굿 액터’가 되기 위해 고민해온 과정과 노력을 덤덤히 들려줬다.

“좋은 배우란 무엇일까. 그간 작품을 해오면서 나름 화두였어요. 의사란 직업을 연기하면서 의사에 대한 생각만 변한 게 아니에요. ‘좋은 배우’를 목표로 일하지만 갈증은 항상 있어요. ‘난 좋은 배우가 아닌걸까?’ 좋은 배우가 되고 싶은데 ‘그냥 배우일 뿐’이라는 생각 들 때 속상하고 실망하기도 해요. 이번 작품을 통해 모든 사람이 자기 직업군에서 좋은 직업인이 되려는 것에 매달리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좋은 태도의 중요성, 불만족하기보다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요. 그동안 일을 순수하게 즐기기보다 완성도에 집착한 면이 있었어요. 이번엔 일 자체를 즐기려고 했고, 연기 자체도 그랬어요.” 

문채원은 느릿하면서도 진지하게 연기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좋은 배우, 연기를 위해 끊임없이 자신에게 되묻고, 채근하는 모습에서 그는 이미 ‘굿 액터’라는 확신이 들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사진=스포츠월드 김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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