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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 소녀의 임신, 가족도 학교도 몰랐다

입력 : 2013-09-13 19:16:20 수정 : 2013-09-14 09: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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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이 집 화장실서 아기 낳고 15층 아파트 밖으로 던져
“배 아파 용변 보려는데 애 나와” 아이 울자 당황해 흉기로 찔러
전문가 “무지·무관심이 화 불러”
중학교 2학년인 여학생이 갓 출산한 영아를 흉기로 살해한 뒤 아파트 15층에서 밖으로 던지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13일 부산진경찰서에 따르면 중학교 2학년인 A(13)양은 지난 11일 오후 6시30분쯤 부산의 한 아파트 15층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출산한 남자아기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했다. A양은 가위로 탯줄을 자르고 나서 아이가 울자 가족에게 들킬 것을 우려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후 A양은 숨진 아기를 가로 30cm, 세로 15cm 크기의 빈 상자에 넣은 뒤 베란다에서 아파트 아래로 던졌다. 집에 있던 A양의 아버지는 A양의 부탁으로 화장실 문 앞에 가위를 가져다주기까지 했지만 딸의 출산 사실을 전혀 몰랐다. A양은 범행 후 주변에 들키지 않으려고 다음날 평소와 같이 등교했다.

경찰조사결과 A양은 지난해 9월쯤 스마트폰 레이싱게임을 하다 알게된 고등학생 이모(18)군과 수차례 성관계를 맺은 뒤 아이를 임신한 것으로 드러났다. 7월쯤 배가 불러왔지만 운동복 등 헐거운 옷을 입어 배를 가렸다. A양의 부모는 A양이 살이 찌는 것으로 착각하고 “운동을 하라”는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군과는 연락이 끊긴 상태다.

A양은 경찰에서 “임신한 사실을 몰랐다. 배가 아파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려는 데 아이가 나와 겁나고 당황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버려진 영아시신은 다음날 오전 6시20분쯤 아파트 화단을 청소하던 김모(52)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전날 배를 움켜잡고 쪼그리고 앉아있는 엘리베이터 폐쇄회로(CC)TV 화면과 아파트 벽에 묻은 혈흔 등을 확인, A양을 붙잡았다. 경찰은 A양이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이어서 처벌이 어려운 만큼 심리치료를 받도록 한 뒤, 소년부에 송치할 계획이다. 또 이군을 미성년자의제강간 혐의로 입건해 조사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성에 대한 무지와 주변의 무관심때문에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A양은 성관계 후 생리가 멈추고 체중이 불어나는 등 징후가 보였지만 ‘살이 쪄서 그렇다’고만 생각할 뿐 임신을 떠올리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학교도 A양의 임신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해당 학교 교장은 “평소 모범적인 생활을 하는 A양이었고 생리나 신체변화에 대한 상담을 요청한 적이 없어 상담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담당교사도 A양의 신체변화는 알았지만 ‘방학 동안 살이 쪘구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A양 처럼 출산한 아기를 살해하거나 버리는 10∼20대 미혼모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영아살해 사건은 모두 16건이며 2011년에는 12건이 발생했다. 2009년 52건이던 영아유기사건은 2010년 62건, 2011년 127건, 2012년 132건으로 크게 늘었다. 2009년부터 4년동안 검거된 영아유기 피의자 221명 중 10대·20대의 비율은 57.9%(128명)에 달한다.

버려진 영아를 보호하는 ‘베이비박스’에 접수된 영아는 2010년 4명에서 2012년 67명, 올들어 200여명으로 급증했다.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버린 부모 중 미성년자는 60∼70%에 달한다.

이수정 경기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최근 청소년들사이에서 자신이 출산한 아이를 인터넷사이트에 팔겠다고 글을 올려 불법 거래하는 일이 일어날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며 “문제를 수면 위로 올려서 정확하게 진단하고, 성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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