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일제 찬양에… 90대 노인 때려 숨지게 해

30대男 “술김에…” 호소 불구
법원, 징역 5년 중형 선고

‘술김에 애국심이 지나쳤나?’

술에 취해 일제 식민지배를 옹호했다는 이유로 90대 노인을 때려 숨지게 한 30대 남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부장판사 김용관)는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황모(38)씨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황씨는 지난 5월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에서 박모(95)씨와 시비가 붙었다. 황씨는 당시 술을 마신 상태였는데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배한 것은 잘한 것’이라는 박씨 말을 듣고 화를 참지 못했다. 이어 박씨를 걷어차고 지팡이로 머리를 수차례 때렸다.

병원으로 실려간 박씨는 뇌출혈에 두개골을 심하게 다쳐 전치 8주 진단을 받았다. 황씨는 경찰 조사를 받은 뒤 박씨를 흉기로 때려 다치게 한 혐의(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로 기소됐다.

법원은 처음엔 황씨 혐의를 단순한 상해 사건으로 분류해 단독재판부에 배당했다. 그런데 재판 도중 입원치료를 받던 박씨가 숨지면서 일이 커졌다. 검찰은 황씨의 폭행이 박씨 사망 원인이라며 상해치사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황씨 재판도 3명의 판사가 심리하는 합의 재판부로 넘겨졌다.

황씨는 법정에서 ‘술에 너무 취해 심신미약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중형을 피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별다른 이유 없이 고령인 박씨를 폭행해 사망하게 했다”며 “그럼에도 피해자와 유족에게 진지하게 사과하거나 피해 회복 노력을 하지 않아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조성호·김민순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