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정 화려·군자정 소박·거연정 수려
자연미 물씬… 옛 선비들 풍류와 멋 느껴져 전북 장수에서 육십령(734m)을 넘어가면 경남 함양이다. 함양은 예로부터 ‘정자의 고장’으로 불렸다. ‘좌 안동·우 함양’이라고 불릴 만큼 함양은 일찍부터 묵향이 가득한 선비의 고장이었다. 이런 연유로 정자문화도 발달했다. 무려 80여개에 달하는 정자와 누각이 함양군의 경승지마다 빼곡히 들어서 있다. 정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경치가 수려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던 시절, 옛 선비들에게 가장 좋은 피서지는 숲이 우거져 그늘이 좋고 얼음물같이 차가운 계류가 흐르는 정자였다. 선비들은 정자에 앉아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고 거문고도 뜯었다. 그러다 정자 아래 계곡으로 내려가 탁족도 즐겼고, 멱도 감았다.
상림 옆에 자리한 거대한 연꽃밭. |
한때 화림동계곡을 대표하던 정자는 농월정(弄月亭). ‘달빛을 희롱한다’는 이름 그대로, 시원하고 호쾌한 주변 풍광을 거느린 2층 누각의 아름다운 정자였으나, 2003년 방화로 소실돼 지금은 남아있지 않다.
동호정은 함양 화림동 계곡 정자 중 가장 크고 화려하다. 정자 앞에는 수십명은 족히 앉아 풍류를 즐길 수 있는 커다란 너럭바위인 ‘차일암’이 있다. |
누에 오르려면 나무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생김새가 이채롭다. 통나무 2개를 잇대어 비스듬히 세운 뒤 도끼로 내리쳐 홈을 파 만들어 자연미가 한껏 살아 있다. 정자를 지탱하고 있는 통나무 기둥도 선을 고르지 않았고 길이도 제각각이다. 울퉁불퉁한 바위를 깎아 평평하게 만들지 않고 바위의 모양새에 맞춰 건물을 지으려고 이같이 나무를 다듬지 않았을 게다. 동호정 앞에는 길이 60m인 커다란 너럭바위가 섬처럼 떠 있다. 차일암(遮日岩)이다. 햇빛을 가린다는 이름이나, 바위 곳곳에 새겨진 글씨들을 보면 선비들이 풍류처로 애용했던 게 분명하다.
동호정을 뒤로하고 1㎞쯤 계곡을 올라가면 군자정이 나타난다. 군자정은 조선시대 성리학자 일두 정여창을 추모하기 위해 후세 사람들이 세운 정자. 커다란 돌 위에 사뿐히 앉아 있는 이 정자는 소복하고 조촐하지만, 기품이 살아 있다.
함양 화림동 계곡 정자 중에서 가장 빼어난 풍광을 지닌 거연정. |
다리만 건너면 정자와 바위, 계류가 빚어내는 멋진 풍광이 눈앞에 가득 찬다. 정자 앞을 흐르는 물을 옛 선비들은 ‘방화수류천(訪花隋柳川)’이라고 불렀다. ‘꽃을 찾고 버들을 따라간다’는 뜻이다. 이 정자에 앉아 계곡물이 바위에 부딪히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위에 떠가는 꽃잎을 좇다 보면, 내가 곧 자연이 되고, 자연이 곧 내가 된다. 그러다 보면 무더위는 어느새 저만큼 물러가지 않았을까.
함양=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여행정보(지역번호:055)
=서울에서 출발한다면 대전·통영고속도로의 함양 JC에서 88고속도로로 갈아탄 후 함양 나들목에서 빠져나오면 된다. 대장금(964-9000)은 맛깔스러운 한정식으로 유명하다. 조·수수·콩·쌀 등 4가지 밥과 20여 가지의 밑반찬을 내놓는다. 지리산오도재관광농원(962-5777)은 산양삼 옻닭백숙, 칠선산장(962-5630)은 산채정식으로 유명하다. 개평마을 언덕에 자리한 정일품농원(1577-8958)은 정갈한 한옥펜션으로, 황토 찜질방·야외 소공연장을 갖추고 있다. 지리산자연휴양림(963-8133)·용추자연휴양림(055-963-8702)도 외지인이 많이 찾는다. 함양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인 상림, 석굴벽당으로 유명한 서암정사, 드라마 ‘토지’의 촬영지였던 500년 역사의 일두고택, 구불구불 돌아가는 고갯길인 오도재 등도 함께 둘러보면 좋다. 함양군청 문화관광과 960-4627.
=서울에서 출발한다면 대전·통영고속도로의 함양 JC에서 88고속도로로 갈아탄 후 함양 나들목에서 빠져나오면 된다. 대장금(964-9000)은 맛깔스러운 한정식으로 유명하다. 조·수수·콩·쌀 등 4가지 밥과 20여 가지의 밑반찬을 내놓는다. 지리산오도재관광농원(962-5777)은 산양삼 옻닭백숙, 칠선산장(962-5630)은 산채정식으로 유명하다. 개평마을 언덕에 자리한 정일품농원(1577-8958)은 정갈한 한옥펜션으로, 황토 찜질방·야외 소공연장을 갖추고 있다. 지리산자연휴양림(963-8133)·용추자연휴양림(055-963-8702)도 외지인이 많이 찾는다. 함양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인 상림, 석굴벽당으로 유명한 서암정사, 드라마 ‘토지’의 촬영지였던 500년 역사의 일두고택, 구불구불 돌아가는 고갯길인 오도재 등도 함께 둘러보면 좋다. 함양군청 문화관광과 960-4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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