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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코리아] ③ '협동조합의 천국' 伊 에밀리아로마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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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8-08 19:42:07 수정 : 2013-08-08 22:4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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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일자리 통한 상생의 끈… 재정위기 속 더 빛났다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로마냐는 ‘협동조합의 천국’으로 통한다. 이탈리아 대형 협동조합의 50%가량이 이곳에 있고, 이 지역 경제를 견인하는 성공 모델로 자리잡은 까닭이다. 국가가 해주지 못하는 부분까지 개인 맞춤형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지역의 든든한 울타리 역할을 하고 있다.

◆경제위기에 강한 협동조합

“이탈리아에 재정위기가 닥쳤을 때 일반 기업이라면 먼저 직원을 해고했겠지만 우리(협동조합)는 사람을 지켜냈습니다.”

에밀리아로마냐주 소도시 모데나의 사회적 협동조합 연합체 ‘사회연대컨소시엄(CSS)’의 비앙카 마리아 볼디니 대표는 재정위기가 발생하면서 협동조합의 가치가 더욱 빛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익은 다소 줄었지만 여러 협동조합이 사무실이나 생산 기계를 공유하는 등의 방법으로 비용을 줄이면서 새로운 경영 가능성을 열고 있다는 것이다.

에밀리아로마냐주의 주도 볼로냐의 ‘시타 베르데(La Citta Verde)’ 협동조합도 마찬가지다. 안드레아 카치아리 대표는 “심각한 국가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 협동조합은 법률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변화를 시도하면서 조합원 일자리 수요를 유지하거나 더욱 늘리고 있다”며 “지속적 교육, 지역사회와의 결속, 다른 협동조합과의 네트워크 결성을 활발히 해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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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협동조합 ‘칸티나 디 산타 크로체’의 빌리암 프리제리 대표가 와인 전시장에서 국내외 대회에서 수상한 산타 크로체의 와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럽연합(EU) 통계기관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에밀리아로마냐는 재정위기 상황에서도 눈에 띄게 양호한 경제지표를 보여주고 있다. 실업률은 이탈리아는 물론 EU 평균보다 낮고, 1인당 국민총생산(GDP)도 EU 내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높다.

전문가들은 이를 ‘협동조합의 성공’으로 보고 있다. 에밀리아로마냐의 전체 GDP 중 약 3분의 1이 협동조합에서 생산된다. 또한 이탈리아 전체 협동조합의 약 20%, 대형 협동조합의 약 50%가 이 지역에 몰려 있을 정도로 이탈리아 전체에서 이 지역의 협동조합 비중이 크다. 이탈리아에는 총 7만여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돼 있다. 특히 모데나에는 중·소규모의 농축산물 협동조합이 다양하게 형성돼 있다. 이들 협동조합은 정확한 수요 예측을 바탕으로 농산물 생산과 판매를 현대화했다.

1907년 모데나에서 설립돼 지금까지 꾸준히 와인을 생산해오며 국내외 와인 대회에서 품질을 인정받은 와인 협동조합 ‘칸티나 디 산타 크로체(Cantina di Santa Croce)’도 한 예다.

빌리암 프리제리 대표는 협동조합 설립 당시부터 사용해 100년이 넘은 장부를 펼쳐 보이며 “당시 포도 생산자가 아닌 중간 도매상이 가격을 결정하고 판매 주도권을 갖는 구조에서 변화가 요구돼 협동조합이 생겨났다”며 “지금은 생산자도 권리를 가지며, 생산자와 구입자가 서로 존중한다”고 설명했다.협동조합 이익금은 조합원들을 위해서만 투자하도록 돼 있어 실속 없는 사업 확장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소비자 협동조합 ‘코프아드리아티카’가 운영하는 대형 매장 ‘이페르코프’에서 사람들이 장을 보고 있다.
◆지역사회 기여는 필수적

협동조합은 지역에 밀착된 형태로 사회적 안전망 구축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1970년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회적 협동조합’이 처음 생겨나 유럽 곳곳에 전파됐다. 정부에서 사회적 서비스와 관련한 외부 용역비용을 절감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고, 시민의 사회적 권리에 대한 인식도 증대되던 시기였다. 이에 정부가 모두 제공할 수 없는 세분화된 개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맞춤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회적 협동조합이 탄생한 것이다.

생계를 위해 상점에서 판매일을 하다가 사람을 위한 일을 하고 싶어 20여년 전 사회적 협동조합을 만들었다는 볼디니 CSS 대표는 “일반 기업이 이익만 추구한다면, 사회적 협동조합은 사회적 가치와 이익을 동시에 추구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협동조합에는 사회 복지와 교육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과 취약 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방식이 있다. 전자의 대상은 장애인, 약물 중독자, 사회 부적응자, 비EU 국가 출신 이민자, 노인 등이고 서비스 내용은 재활, 직업상담, 이동 지원, 건강 검진, 갈등 중재 등 다양하다. 후자의 경우는 녹지 유지관리, 청소, 포장, 콜센터 서비스, 세탁 관리 등의 일자리가 제공된다.

사회적·심리적으로 곤경에 처한 사람들이 노동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을 하는 시타 베르데 협동조합의 카치아리 대표는 “우리 목표는 지역 출신자에게 우선권을 줘 고용을 지속하고 사회·경제적으로 최상의 조건을 창출해 궁극적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데나·볼로냐=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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