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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ny Place] 추억이 방울방울 샘솟는 간이역 - 득량역전길 추억의 거리

입력 : 2013-06-21 17:22:58 수정 : 2013-06-21 17: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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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향 그윽한 전남 보성의 남쪽에는 하루 8대의 무궁화열차만 정차하는 간이역 득량역이 있다. 이 한적한 득량 역전길에 최근 재미난 일이 벌어지고 있다. 70-80년대의 추억을 테마로 한 작은 문화 공간들이 하나 둘 문을 연 것이다.

이곳은 빈티지 소품 콜렉터인 공주빈(35)씨가 자신의 소장품을 전시한 '득량면 추억의 거리'로, 기존의 빈 집이나 빈 점포 등을 활용해 7개의 전시 공간이 조성됐다.

기존의 유휴 공간을 문구점·상회·다방·사진관·이발관·만화방·옛 국민학교 교실 등 7개의 테마 공간으로 꾸미고 그 안에 그 시절의 소품을 채워 넣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이 가운데 다방과 이발관은 실제 영업을 하고 있다. 다방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노라면 마치 그 시절로 시간 여행을 떠나온 것만 같다.

'득량면 추억의 거리'와 같은 공간 개념을 오픈에어뮤지엄(Open Air Museum)이라 한다. 야외 공간을 생활사를 보여주는 전시 공간으로 설정해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거리를 거닐고, 전시물을 만지고, 체험해 보며 당시의 시대상을 추억하고, 또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옛 소품을 매개로 가족 간, 세대 간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 거리가 주는 또 하나의 시사점은 바로 한 개인의 의지로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기존 유휴공간을 문화공간화 하는 재생사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심이 높은 가운데, 한 개인이 자비를 들여 공간을 확보하고 개인 소장품을 공익적인 목적으로 전시함으로써 파급력 있는 문화 생산의 터전을 제공한 것이다. 이에 호응하는 마을 주민들도 함께 도왔다. 덕분에 아무런 특징 없던 시골 마을에 특색이 살아나고, 외지인이 일부러 찾는 관광지가 조성되었다.

이제는 보성군과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각종 지원 사업을 통해 추억의 거리 활성화에 힘을 보태고 있고, 추후 확대 운영의 계획도 세우고 있다.

추억의 거리는 본격적으로 문을 연지 불과 4개월 남짓이다. 아직은 인근 녹차밭이나 농촌체험마을로 유명한 '강골마을' 등을 찾는 관광객들이 하루 몇 팀 정도 이곳을 경유해 가는 수준이다.

하지만 '지역민이 만드는 문화 공간'이라는 컨셉트를 유지해나가며 주민 참여를 통해 다양한 문화관광 프로그램을 발굴, 운영할 계획이다. 시골 간이역 역전길이 어떻게 지역민과 관광객의 문화향유 및 소통의 공간으로 변화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한호 (쥬스컴퍼니 대표 / ceo@comefunn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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