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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취업준비생은 '영어 우선' 기업은 '인성 우선'

입력 : 2013-06-14 13:01:44 수정 : 2013-06-14 13: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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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大 1236명에 물으니
대학생 88% “취업요건 1순위”
실제 401개 기업 채용조건선
66%가 어학점수 제한 안둬
채용 담당자 “경험·적성 더 중시”
서울에 있는 한 대학 일본어학과 4학년 김모(23·여)씨는 일본어학원 대신 영어회화와 토익 학원에 다닌다. 김씨는 “900점(만점 990) 이상의 토익 고득점에 영어 말하기 능력이 어느 정도 돼야 취업에 유리할 것 같아서”라고 이유를 댔다. 대학원 진학을 고려 중인 박모(24·여·화학과)씨가 영어 공부에 적잖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도 전공 공부를 위해서라기보다는 미래 취업에 대비해서다. 박씨는 “취업 준비에서 영어는 기본 아니냐”며 “요즘은 유학파가 많아 영어 스트레스가 더 심하다”고 말했다.

대기업에서 신입사원 채용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최모(48) 부장은 하지만 학생들의 이 같은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일반 공채시험의 경우 영어는 1차 서류심사 통과에 필요한 기본점수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해외 영업 등 일부 파트 외에는 영어 능력을 크게 따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대부분 기업은 영어 능력보다 지원자의 조직 융화력과 업무수행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인성·적성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며 “다양한 경험과 경력을 쌓으며 자신감을 키우는 게 취업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대학생들이 생각하는 기업의 채용기준에서 ‘영어 거품’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기업의 실제 채용 경향과 무관하게 대학생들은 기업의 가장 중요한 채용 조건을 영어능력으로 잘못 알고 영어 공부에 매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해 5월 건국대와 충북대, 경남대, 전남대 등 서울과 충청, 영남, 호남권(각각 3개대)의 학생 1만명 이상인 중위권 대학 12곳 재학생 1236명(남 626명, 여 610명)을 대상으로 취업 성공 요건을 조사한 ‘청년층 취업눈높이 실태’에서 13일 확인됐다.

‘대학졸업 여부, 출신대학, 전공(학과), 졸업학점, 자격증, 영어능력, 외모, 인맥’ 8가지 항목별로 취업할 때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은 결과 ‘중요한 편이다’와 ‘매우 중요한 편이다’라는 응답 비율은 영어능력이 87.9%로 가장 높았다. 이어 대학졸업 여부 76.8%, 자격증 72.9%, 출신대학 71.4% 등의 순이었고, 전공(학과)이나 졸업학점의 중요도는 각각 65.5%와 58.7%로 낮았다.

직능원은 “이는 기업의 실제 채용기준과 대학생이 생각하는 채용기준 간에 괴리가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기업들은 영어능력보다 인성과 적성, 전공학과를 더 중시한다”고 밝혔다.

실제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기업 401곳 중 265곳(66.1%)이 신입사원 공채 때 영어 어학 점수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제한을 둔 136곳의 토익점수 평균 커트라인도 705점이었다. 기업군별로는 공기업 739점, 대기업 698점, 외국계기업 689점 등이었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영어 점수에 제한을 두는 기업도 주로 업무상 필요보다는 채용 편의를 위한 것이고, 대세인 ‘블라인드 면접’에서도 영어능력 테스트는 드물다”며 “토익 고득점 등 영어능력 향상에 과도한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것은 취업전략상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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