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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ny Place] '강상대고'의 전통을 잇는 마포나루길

입력 : 2013-05-31 10:48:05 수정 : 2013-05-31 10:4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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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서울 마포구 도화동·용강동 상가는 마포갈비와 주물럭 등 고기가 유명한 상권으로 맛 탐방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지금으로부터 600여 년 전 조선 건국 후 사람들은 한양으로 또 경강으로 모였다. 당시 경강이라 불리던 한강변은 한양 최대의 도매시장이 됐고 마포나루는 전국 모든 상인들의 관문이었다. 옛 마포나루의 상권이 지금의 서울 마포구 도화동·용강동 일대의 ‘마포나루길’ 이다. 1970년대로 접어들면서 육로 운송의 발달과 마포대교의 건설 등으로 조금씩 쇠퇴해 갔다. 그러나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은 이곳에서 삶을 꾸리고 있으며, ‘강상대고(성공한 경강상인)’의 뜻을 이어 더 나은 상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소나 돼지를 기르거나 잡는 곳이 아닌데도 ‘마포’는 고기로 유명하다. 껍데기, 주물럭·돼지갈비·소갈비·갈매기살·양고기 등 다양한 종류와 가게마다 특색 있는 맛에 오늘도 마포는 맛 탐방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 고기 맛을 잊지 못해 지방에서도 오고 외국인도 찾는 곳이다. 빌딩 숲 사이 골목으로 접어들면 ‘원조’ 간판을 내건 고기집들이 한곳에 모여 있는 거리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 길을 걷다 보면 고기 굽는 냄새가 행인들의 발목을 잡는다.

1950년대 까지만 해도 마포나루에는 목재, 새우젓, 소금 등을 실어 나르는 배가 드나들었고, 사람이 모여드니 자연스럽게 음식점이 생겼다. 허기진 배를 채우려던 뱃사람들, 제재소와 철공소의 인부들이 먼지를 씻어낸다며 고기를 찾으면서 고깃집이 하나 둘 들어섰고 ‘마포갈비·주물럭 거리’로 발전했다. 연탄불에 고기를 구워팔던 마포나루의 고깃집들은 손님들의 다양한 입맛을 맞추기 위해 양념에 재운 돼지갈비와 간장, 마늘로 버무린 소고기를 내놓았다. 손으로 오물조물 양념을 입혀 만든 소고기를 ‘주물럭’이라 부른 것도 이 무렵이다.

담백하고 쫄깃한 맛이 일품인 갈매기살로 소문난 골목도 있다. 바닷가 근처도 아닌데 마포의 허름한 뒷골목을 사람들은 이렇게 부른다. 마포갈매기·장수갈매기·부산갈매기·미소갈매기·부자갈매기·원조갈매기 등 생물도감에 나오지 않는 수많은 갈매기가 사이 좋게 모여 있다. 고깃집들이 늘어나면서 선의의 경쟁이 시작되었고, 돼지갈비나 삼겹살 소금구이에 얹혀 갈매기살이라는 메뉴가 등장했다. 80년대 초, 바다를 날아다니는 갈매기 고기로 오해를 사기도 했지만, 당시 저렴했던 횡격막 근처부위를 살짝 양념해서 팔던 것으로 그 맛을 인정받아 골목으로 형성된 것이다.

고층빌딩을 넘어 자리 잡은 마포나루길 상권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일상의 작은 쉼터와 같은 공간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가장 보편적인 먹거리인 고기가 종류별로 다양한 마포나루 길에는 가족끼리 식사를 나온 손님으로 가득했고 해가 지자 퇴근 이후 동료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는 직장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삭막한 도시를 흥겨운 공간으로 만들어 마포나루길을 찾아주신 손님에게 고마움을 전달하고 잠시나마 행복하길 바라며 상인들은 다양한 이벤트를 만들어가고 있다.

도화동과 용강동 일대 거리에서 펼쳐지는 복사골축제, 마포종점 가요제, 갈비 주물럭 축제 모두 상인들이 직접 준비해서 연 행사다. 먹을거리·볼거리·들을거리가 다양해 빌딩의 직장인들이 특히 즐거워하고 있다.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점심과 저녁 시간에 진행되고 있는 ‘맛깔나는 콘서트’는 직장인의 발걸음을 붙잡고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행사 중 하나이다.

마포나루길 상권은 2011년 중소기업청의 상권활성화 지원사업에 선정됨에 따라 2014년까지 9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지역으로 400여개 업소가 해당된다. 상권활성화사업을 본격 추진하기 위하여 (사)마포나루상권활성화법인을 조직하고 지난해 5월 상권활성화사업 선포식을 시작으로 ‘마포나루 강상대고 축제’를 개최하는 등 ‘강상대고(조선시대 한강 변에서 활동한 큰 상인)’의 부활을 꾀하고 있다. 또 상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스토리북과 사진집, 관광안내 지도 등을 제작·배부해왔다.

이 외에도 시즌별 상권 연계 이벤트를 실시하는가 하면, 상권브랜드를 개발하고 만화를 통한 지역 상권 스토리 발굴 등 다양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하며 마포나루길 상권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앞으로 마포나루의 역사와 테마를 지닌 음식문화거리로 조성해 가기 위해 주요 거점지역에 상징조형물과 도로변 LED 경관조명, 복사꽃어린이공원에 스토리텔링 상징조형물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사)마포나루상권활성화법인에서는 ‘토정카페’라는 커뮤니티공간을 오픈하고, 지역민 및 인근 직장인을 위해 판매 및 문화 공간으로 개방하여 운영할 계획이다. 상권의 이색 공간으로서 상인과 지역민, 방문객이 만나는 소통하는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한호(쥬스컴퍼니 대표 / ceo@comefunn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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