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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겁의 세월… 자연이 빚은 위대한 예술

입력 : 2013-05-31 13:50:47 수정 : 2013-05-31 13:5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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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서부 나바쇼 인디언의 성지 모뉴먼트밸리 모뉴먼트밸리(Monument Valley).

그 이름을 처음 들어 본 사람도 이곳의 풍광은 낯설지 않을 것이다. 존 포드 감독·존 웨인 주연의 ‘역마차(Stagecoach)’ 등 여러 서부영화의 무대가 됐던 바위기둥이 솟은 황무지가 바로 이곳이다. 근래에도 ‘포레스트 검프’·‘백 투 더 퓨처’ 등 유명 영화가 이곳에서 촬영됐다. 따라서 모뉴먼트밸리는 미국 서부의 풍광을 상징하는 곳으로 여겨질 뿐 아니라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을 연상시키는 신비한 자연경관을 지닌 곳으로 알려져 있다.

모뉴먼트밸리 최고의 전망 포인트는 입구의 언덕으로, 웨스트 미튼 뷰트·메릭 뷰트·이스트 미튼 뷰트라는 세 개의 거대한 모뉴먼트가 삼각형을 이루며 서 있다. 도로 위 자동차와 비교하면 모뉴먼트들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애리조나주와 유타주 사이에 자리한 모뉴먼트밸리는 나바호(Navajo) 인디언 보호구역에 속해 있다. 정식 이름도 ‘모뉴먼트밸리 나바호 부족 공원(Monument Valley Navajo Trival Park)’이다. 나바호 인디언은 현재 미국에서 옛 전통을 잇고 있는 인디언 부족 중 가장 규모가 커서 인구가 약 15만명에 달한다.

유타주의 첩첩산중에 자리한 작은 마을, 커내브(Kanab)를 출발해 유타와 애리조나를 넘나들며 끝없이 펼쳐진 황무지를 따라 동쪽으로 4시간쯤 달렸을까. 모뉴먼트밸리 여행의 베이스캠프 격인 카옌타(Kayenta)라는 작은 도시를 지나자, 붉은 황무지 위에 기이한 모양으로 솟은 바위기둥이 보이기 시작한다. 모뉴먼트밸리에는 해발 2000m의 광활한 황무지에 높이 130∼330m에 달하는 바위기둥이 곳곳에 서 있다. 모뉴먼트라고 불리는 이 바위기둥은 거대한 조각품을 연상시킬 정도로 그 모양이 기기묘묘하다. 1억6000만년 전 이곳은 사암으로 이뤄진 고원지대였다. 영겁의 세월 바람과 비의 풍화작용으로 부드러운 부분은 부서져 흙이 됐고, 딱딱한 부분은 희한한 모양의 기둥으로 남게 됐다. 

나바호 인디언들이 방목하는 양떼.
자연이 빚은 예술품인 모뉴먼트가 솟아 있는 계곡을 둘러보는 드라이브 코스는 약 28㎞. 말과 마차가 달린다면 서부영화의 한 장면이 그대로 재현될 정도로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비포장길이다. 나바호족이 제공하는 지프 투어 상품도 있지만, 승용차로도 돌아볼 수 있다.

계곡 입구 언덕이 최고의 전망 포인트로, 웨스트 미튼 뷰트(West Mitten Butte)·메릭 뷰트(Merrick Butte)·이스트 미튼 뷰트(East Mitten Butte)로 불리는 세 개의 거대한 모뉴먼트가 삼각형을 이루며 서 있다. 미튼은 벙어리장갑, 뷰트는 외딴 산을 뜻하니 이름 만으로도 모뉴먼트밸리의 지형적 특성을 짐작할 수 있다. 일출 때와 황혼녘이면 모뉴먼트밸리의 붉은색 바위가 더욱 붉게 채색된다. 특히 해뜰 무렵 이 언덕에 오르면 환상적인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계곡 안으로 들어가자 가장 먼저 ‘코끼리 바위(Elephant Butte)’가 나타난다. 이어 세 자매가 손을 잡고 있는 모양의 ‘세 자매(Three Sisters)’, 인디언 종교의식에 등장하는 토템 모양의 ‘토템 폴(Totem Pole)’ 등이 줄지어 여행자를 맞는다.

어떻게 비와 바람이 저런 기이한 모양으로 바위를 조탁했는지 감탄사를 연발하다 보면, 어느새 존 포드 감독 이름에서 따 온 ‘존 포드 포인트’, 여러 개의 모뉴먼트가 어울린 ‘아티스트 포인트’에 닿는다. 나바호 인디언들은 이 신기한 풍경들을 더욱 인상적으로 만든다. 이들은 전통 흙집을 짓고 살고 있으며, 직접 만든 수공예품을 팔기도 한다. 밸리 곳곳에는 이들이 기르는 양과 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석양을 받아 붉은빛이 감도는 ‘토템 폴’. 긴 기둥 모양이다.
모뉴먼트밸리의 바위기둥을 보노라면 평소에는 잊고 지냈던 영겁의 시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1억6000만년 전 이곳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모뉴먼트밸리는 지금도 비와 바람을 맞으며 조금씩 변하고 있다. 다시 수천년의 세월이 흐른 후 모뉴먼트들은 또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모뉴먼트밸리=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 여행정보

모뉴먼트밸리에서 640㎞ 떨어진 네바다주의 라스베이거스를 기점으로 삼는 게 좋다. 대개 라스베이거스에서 렌터카로 그랜드캐니언 등과 함께 여행한다. 그랜드캐니언에서 모뉴먼트밸리까지는 약 250㎞ 떨어져 있다. 나바호 인디언들이 입장료 5달러를 징수한다. 나바호족이 세운 ‘더 뷰 호텔’(www.monumentvalleyview.com)은 밸리 내 유일한 숙소로, 방문자센터와 전망대 등을 갖추고 있다. 밸리 인근 ‘굴딩스 로지’(www.gouldings.com)에서도 모뉴먼트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두 곳의 숙박비는 꽤 비싸고, 자동차로 30분 거리인 카옌타에 적당한 가격의 모텔이 여러 개 있다. 나바호 국립기념지(www.nps.gov/nava)에서 다양한 여행정보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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