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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러시아 문학의 향기 속으로

입력 : 2013-04-04 19:32:22 수정 : 2013-04-04 19:3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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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 비롯한 문호 12인의 작품 속 음식이야기…러시아 문학의 맛있는 코드  석영중 지음/예담/1만8000원

‘레 미제라블’ 열풍으로 대변되는 19세기 프랑스 역사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심이 이제 같은 시대 러시아로 옮겨가는 걸까. 최근 영화 ‘안나 카레니나’ 개봉을 계기로 출판계에 19세기 러시아 바람이 거세다. 냉전이 끝나고 중국이 부상하며 우리 시야에서 잠시 멀어졌던 러시아가 위대한 문호와 그들이 남긴 걸작을 앞세워 한국인의 문화적 감수성을 자극하고 있다.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석영중 교수가 쓴 ‘러시아 문학의 맛있는 코드’는 19세기 푸슈킨(1799∼1837)부터 20세기 솔제니친(1918∼2008)까지 러시아 문호 12명의 작품이 묘사한 음식문화에 주목한다. 거장들이 작품 속에서 음식이란 소재를 얼마나 맛있게 요리했는지, 음식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가 무엇인지 등을 교양강좌처럼 흥미롭게 들려준다.

예를 들면 이렇다. 톨스토이(1828∼1910)의 대표작 ‘안나 카레니나’는 최고급 프랑스 요리와 포도주, 그리고 아리따운 프랑스 여성이 등장하는 레스토랑 장면이 있다. 석 교수는 “러시아 문학을 통틀어 톨스토이만큼 음식에 이념적 색채를 부여한 작가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 뒤 이렇게 설명한다.

“톨스토이가 프랑스어 및 프랑스적인 모든 것을 증오한다는 것은 곧 러시아 상류층의 도덕적 타락을 증오한다는 뜻이다. 이전 시대 러시아 문학에 각인되었던 ‘남의 것’과 ‘나의 것’의 대립이 톨스토이에게서는 ‘부도덕한 것’과 ‘도덕적인 것’의 대립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톨스토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안나 카레니나’의 한 장면.
톨스토이와 쌍벽을 이루는 도스토옙스키(1821∼1881)는 음식을 어떻게 다뤘을까. 대표작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서민의 음식인 빵은 생명의 양식이자 삶과 죽음을 연결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으로 그려진다. 정작 도스토옙스키 본인은 식도락에 별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석 교수는 “그는 그야말로 살기 위해서 먹는 사람이었다”며 “인간의 영혼을 탐색하느라 바빠서 인간이 무얼 먹고 사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일 여유조차 없었다”고 뼈 있는 농담을 던진다.

톨스토이 대표작 속 사랑과 결혼, 금욕 다룬…똘스또이, 시각을 탐하다  조혜경 지음/뿌쉬킨

석 교수한테 러시아 문학을 배운 조혜경 박사가 펴낸 ‘똘스또이, 시각을 탐하다’는 여러 문호 중 톨스토이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톨스토이 소설은 대부분 사랑·결혼·성(性)·여성·불륜 등에 관한 것이다. 책은 이런 주제들이 특히 강하게 부각된 대표작 6편을 통해 톨스토이가 궁극적으로 추구한 게 무엇인지 분석한다.

‘크로이체르 소나타’는 아내가 불륜을 저질렀다고 의심하는 어느 사내의 얘기다. 한 번 붙은 질투의 불은 좀처럼 꺼질 줄 모르고 급기야 살인이라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안나 카레니나’의 주인공도 불륜 커플이다. 19세기 유럽 여성에게 채워진 ‘족쇄’를 과감히 풀려 했던 안나는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조 박사는 “결혼 전에는 물론 결혼 후에도 철저한 금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톨스토이의 가치관이 녹아 있다”고 풀이한다.

한국인이 러시아 인명이나 지명을 대할 때 느끼는 곤혹스러움을 이번에도 피해갈 수 없다. 일반 독자에게 익숙한 톨스토이와 푸슈킨 대신 ‘똘스또이’와 ‘뿌쉬킨’ 이라고 쓴 점이 다소 생경하게 느껴진다.

가뜩이나 어렵고 무겁게 여겨지는 러시아 문학이 더 많은 한국인 독자들한테 친근하게 다가가려면 먼저 전공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우리말 표기법부터 통일해야 하지 않을까.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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