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복고 자민당' 이끄는 아베 前 총리

“강한 일본 만들겠다” 복귀 일성… 뼛속까지 ‘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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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12·16 총선이 6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자민당의 승리가 예상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고 예상 의석도 중의원 과반 의석(241석) 이상을 획득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3년 만에 부활한 ‘복고 자민당’의 중심에는 총재인 아베 신조(安倍晋三·58) 전 총리가 자리하고 있다. 일본의 3대 정치명문가 집안 출신인 아베는 이전의 포퓰리즘적 보수주의자와 달리 이념적 정체성을 확고히 한 ‘확신 보수주의자’로 평가된다. 하지만 대외적으론 ‘집단적 자위권 행사’나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으로 아시아국가들과 마찰을 빚는 ‘내향적 일본’의 한 상징으로 인식된다. 아베 총재의 인생 역정과 정치 이념, 사상적 뿌리 등을 살펴본다.

1964년 어느 날 일본 도쿄 무사시노시 기치조지(吉祥寺)의 앞길에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이 사람들과 일장기를 들고 성화봉송 주자를 간절히 기다렸다. 주자는 환호를 받으며 곧 지나갔지만 소년은 집에 돌아와서도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일본은 도쿄올림픽에서 16개의 금메달을 휩쓸고 종합 3위를 차지했다.

“1950년대에 태어난 우리 세대는 고생의 기억은 없지만 일본은 세계 중 작은 나라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하지만 이때 일본이 세계를 향해 그 존재를 과시하고 있는 것이 신선하고 놀랍기도 했다.”(‘아름다운 나라로’, 78쪽)

일장기를 손에 쥐고 흥분하며 패전 19년 만에 급성장한 경제와 함께 아시아에서 처음 개최한 올림픽을 통해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일본을 본 소년은 바로 자민당 총재인 아베 신조(安倍晋三·58) 전 총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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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급 전범 용의자 기시의 손자

아베 전 총리는 1954년 9월21일 도쿄에서 당시 신문기자이던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와 어머니 요코 사이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외조부는 56·57대 총리 기시 노부스케, 종조부는 61·62·63대 총리 사토 에이사쿠였으며 아버지도 외무상을 역임한 명문가 출신이었다. 동생 기시 노부오도 현재 참의원이다.

그는 기시 전 총리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 그의 유일한 단독 저서 ‘아름다운 나라로’(2006, 분게이슌주)는 외할아버지이자 A급 전범 용의자로 스가모 형무소에서 잠시 복역했던 기시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나는 결코 틀린 것이 아니다. 살해당한다면 바라는 바다.”

기시 전 총리는 1960년 6월18일 총리 관저에서 미·일 안보조약 개정에 반대해 ‘안보! 반대!’를 외치는 33만여명의 시위대에 둘러싸여 있을 때 동생이자 당시 대장상인 사토 에이사쿠와 와인을 마시며 이렇게 말했다고 회고했다.

아베는 기시 전 총리가 개정한 미·일 안보조약이 미·일동맹을 강화했고 일본 경제부흥에 기여했으며 기존의 종속적인 조약을 대등하게 바꾼 것으로 평가했다. 결국 반대했던 사람은 틀렸고 할아버지가 옳았다며 자신은 비판도 무서워하지 않는 ‘투쟁하는 정치가’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1977년 3월 사립 세이케이대학의 법학부를 졸업하고 2년간 미국 연수를 다녀온 뒤 1979년 4월 고베제강에 입사했으며 1982년 11월 퇴사와 동시에 외무상으로 입각한 아버지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한다.

1987년 후쿠다 다케오 전 총리의 주선으로 모리나가제과 전 사장의 장녀 아키에(昭惠·52)와 결혼했다. 아키에는 광고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했고 한때 라디오 DJ로도 활동했으며 2006년 방한 때에는 서울 광희초교에서 한글 교과서를 줄줄 읽어 화제가 됐다.

■ 납치문제 강경 대응으로 급부상…투쟁하는 보수

아베는 1993년 급사한 아버지의 지역구 야마구치현에서 중의원으로 당선된 이래 6선을 기록 중이다. 국회 입성 이후 우익 활동을 본격화했다. 1997년 2월 ‘일본의 앞날과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의원모임’을 결성해 초대 사무국장을 맡아 역사교과서 개정운동을 주도했다.

2000년 7월 모리 요시로 내각에서 관방부장관에 발탁된 그는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에 동행해 납치자 문제에 강경 대응하며 급부상한다. 납치자 귀국을 주도하고 외교부 반대에도 이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내지 않는 등 강경 대응으로 주목을 끈 것이다.

“내가 납치문제 해결에 몰입했던 것은 무엇보다도 일본의 주권이 침해되고 일본 국민의 인생이 침해받았다는 사실의 중대함에 있었다. 일본 안전보장에 관한 중대문제다.”(‘아름다운 나라로’, 46쪽)

그 후 고이즈미의 후계자로 낙점돼 2003년 9월 자민당 간사장을 거쳐 2005년 10월 3차 고이즈미 내각에서 관방장관을 역임하는 등 경력을 쌓은 뒤 2006년 9월26일 제90대 총리에 취임했다. 재임 중 정책은 ‘아름다운 나라’라는 슬로건처럼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 ‘강한 일본’을 위한 기반구축에 집중됐다. 헌법 개정 및 집단적 자위권 확보 추진, 애국교육을 내건 교육기본법 개정, 방위청의 방위성 승격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2007년 미국 의회에서 혼다 결의안이 채택되고 각료의 잇단 추문으로 7월 참의원 선거에도 패하면서 9월26일 건강상 이유(궤양성 대장염)로 물러났다. 와신상담을 거듭한 그는 ‘강한 일본’을 기치로 2012년 9월26일 자민당 제25대 총재에 재선했고 차기 총리를 내다보고 있다.

■ ‘열린 보수’ 자처하지만 ‘내향적 일본’의 한 상징

아베는 ‘보수주의자’를 자처한다. 그는 ‘아름다운 나라로’에서 외조부 기시가 ‘보수 반동의 화신’, ‘A급 전범 용의자’라는 비난을 들을 때마다 “반발에 보수라는 말에 오히려 친근감을 느끼게 됐다”고 고백하고 ‘열린 보수주의’로 정의한다. 전문가들은 “아베는 이념적 신념적 보수”라고 지적한다.

이는 기시-후쿠다 다케오-고이즈미 준이치로 등으로 이어지는 자민당 방류파벌 출신에서 기인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기시 파벌은 중·일 국교정상화를 이룩한 다나카 가쿠에이파에 밀려 주류파가 되지 못하다가 고이즈미 정권 이후에야 주류가 됐다. 기시는 역대 총리 중 평화헌법 개정을 가장 먼저 주창했다.

아베는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메이지유신의 주역 요시다 쇼인(吉田松陰, 1830~1859)을 꼽는다. 유신의 산실 조슈번의 본거지인 야마구치현 출신의 요시다는 정한론(征韓論)을 주창했고 이토 히로부미를 비롯해 막부 타도의 사무라이 다카스기 신사쿠, 명성황후 암살 배후 이노우에 가오루 등을 길러냈다.

아베는 총재 복귀 일성으로 ‘강한 일본’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위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도록 평화헌법을 개정하며 국방군도 창설하겠다고 했다. 또 집권시 영해침범죄를 신설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문제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10일 발매되는 월간 문예춘추 기고 논문을 통해 밝혔다.

“국가 골격은 일본 국민의 손으로 백지에서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을 시작으로 진정한 독립이 회복될 수 있다. 헌법 개정이야말로 ‘독립 회복’의 상징이다.”(‘아름다운 나라로’, 29쪽)

하지만 아베의 재등장은 ‘잃어버린 20년’, ‘일본화’ 등의 말처럼 경제가 침체하고 국제사회에서 영향력도 퇴조한 일본의 위기감을 배경으로 한다는 분석이다. 고미 요지 도쿄신문 편집위원은 최근 칼럼에서 “아베가 자민당 총재로 뽑힌 것은 일본인 마음 속에서 ‘강한 일본’에 대한 동경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명예교수 장 피에르 레만은 “일본은 나르시스(자기도취)적이고 내향적으로 변하고 있는데, 아베 총재가 이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쿄=김용출 특파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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