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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日 몬주 고속증식로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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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9-02 22:10:33 수정 : 2012-09-02 22: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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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폐 기로 선 ‘꿈의 원자로’ 견학내내 안전성 강조 또 강조 ‘만일의 사고’에 대한 우려도, 모락모락 피어나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거세게 이는 탈원전 여론도 그들을 막지는 못하는 듯했다. 여전히 확신에 찬 듯 부지런히 ‘마이 웨이(my way)’를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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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수천년간 일본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꿈의 원자로’로 불리는 일본 후쿠이(福井)현 쓰루가(敦賀)시에 위치한 고속증식로 ‘몬주’. 끊이지 않는 사고와 천문학적인 비용 등으로 깊은 고민을 상징하듯 콘크리트색이 선연하다.
지난달 30일 오후 후쿠이(福井)현 쓰루가(敦賀)시의 JR 쓰루가역에서 쓰루가만을 끼고 자동차로 25분쯤 달리자 고속증식로 ‘몬주(もんじゅ)’가 눈에 들어왔다. 균열 등을 쉽게 확인하기 위해 페인트칠을 하지 않아 콘크리트의 천연색 그대로였다.

‘문수보살’을 뜻하는 몬주는 플루토늄과 우라늄의 혼합산화물(MOX)을 투입해 발전하면 투입량보다 많은 플루토늄을 배출한다는 점에서 ‘꿈의 원자로’로 불린다. 경수로가 해수로 열을 식히는 반면 몬주는 대기로 열을 식힌다는 점도 다르다. 과학저널리스트 나카무라 마사오(中村政雄)는 책 ‘원자력과 환경’에서 “재처리 공장에서 추출되는 플루토늄은 분열성만 있는 것이 아니라 비분열성인 플루토늄도 혼재한다”며 “이것을 효율성 있게 연소시키려면 에너지가 강한 중성자를 사용하는 고속증식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몬주 측은 입구에서부터 신분 확인은 물론 자동차 밑에도 보안기기를 넣어 확인할 정도로 보안을 철통같이 했다. 운영사인 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가 이날 한국특파원단에 공개한 곳은 나트륨 실험동과 원자로 옆 터빈실 등 극히 일부였다. 하지만 그들의 고민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몬주 측은 방문 4시간 동안 몬주의 안전성을 설명하는 데 주력했고, 회의실 등에는 ‘의심나는 경우 꼭 연락, 사실 확인의 시간이 걸릴 경우 곧 연락, 징후 확인시점에 우선 연락’ 등의 ‘통보연락 3원칙’ 팻말도 눈에 띄었다. 1995년 8월 발전을 시작한 몬주는 4개월 만인 12월 나트륨이 유출되며 화재가 발생해 10년 만인 2010년 5월 겨우 운전을 재개했다. 하지만 3개월 만인 8월 일부 장치(노내중계장치)가 원자로 안에 떨어지는 사고가 다시 발생해 아직도 가동을 멈춘 상태다.

더구나 지난해 3·11 대지진과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안전신화가 깨지면서 지진과 쓰나미 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몬주 측은 세심한 나트륨 유출대책을 세웠고 지진과 쓰나미에 대비해 나트륨 용기와 사용후 연료저장 시설 등은 해수면에서 21m이상 높이에 설치하고 전원이 상실될 경우 사용후 연료는 동력원이 아닌 공기 중에 냉각되도록 하는 등 대비책을 충분히 마련했다고 밝혔다.

플루토늄과 우라늄의 혼합산화물(MOX)을 투입해 발전하면 투입량보다 많은 플루토늄을 배출한다는 몬주 고속증식로의 모형.
천문학적인 비용 소요는 ‘성공하면 수천년간 에너지 걱정이 없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옥죄고 있다. 몬주에 들어간 돈은 이미 1조엔(약 14조원)을 넘은 것으로 추정되고 2050년에 실용화에 성공한다고 해도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돈이 들어갈지 모른다. 여기에 연간 유지비만도 100억엔(약 1400억원) 정도 들어간다고 몬주 측은 설명했다. 몬주 한 관계자도 “원자로는 가동할 땐 기계로 움직이면 되는데 멈추고 나면 오히려 사람 손이 많이 들어간다”고 했다. 현재 인원은 600여명 정도.

성공에 대한 확신마저 줄면서 미국이나 영국은 이미 고속증식로 개발을 포기했고 독일에 이어 프랑스도 고속증식로 ‘슈퍼 피닉스’ 가동을 중단했다. 이제 몬주만 남은 셈이다. 일각에서 몬주를 국제적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고 있는 탈원전 여론도 고민스럽다. 만약 일본 정부가 2030년 원전 비율을 0%로 결정할 경우 몬주 운명은 미로에 빠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몬주 측은 ‘장래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고 지구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우라늄을 전량 수입해야 하기에 고속증식로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곤도 사토루(近藤悟·61)소장은 “일본은 현재 2030년의 원자력 발전 비율을 논의하고 있지만 고속증식로는 20년 후가 아니라 100년 후에 필요한 시설”이라며 “단기적으로 결정할 게 아니라 자손의 행복이라는 관점에서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무더위 속에서 몬주의 고민도 점점 깊어가고 있었다.

쓰루가=김용출 특파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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