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러시아의 록음악의 전설 빅토르 최

입력 : 2012-06-22 17:51:35 수정 : 2012-06-22 17:51:3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의문의 교통사고로 28세에 요절
탄생 50주년 맞아 그의 생애 되짚어
암담했던 옛 소련 시절 젊은이들의 우상
이대우 지음/뿌쉬낀하우스/1만2000원
태양이라는 이름의 별―빅또르 최의 삶과 음악/ 이대우 지음/뿌쉬낀하우스/1만2000원


페레스트로이카(개혁) 열풍이 한창이던 1990년 7월 모스크바 올림픽 스타디움. 언더그라운드 록커 빅토르 최가 ‘태양이라는 이름의 별’을 열창한다. 음습하면서도 웅장한 카리스마의 저음이 스타디움을 휘감는다.

음악은 러시아 특유의 서정적이면서도 서구 색채가 가미된 멜로디였다. 10만 관중은 울고 웃으며 열광했다. 그리고 한 달 후 그는 의문의 교통사고로 요절하고 만다. 나이 28세. 러시아의 록음악의 전설로 기억되는 록의 천재 빅토르 최에 관한 얘기다.

지난 21일은 빅토르 최가 태어난 지 50주년을 맞는 날. 러시아문학 전문가인 경북대 이대우 교수가 그의 생애를 되짚은 책을 냈다. 빅토르 최는 1962년 6월 21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고려인 2세 아버지와 우크라이나 출신 러시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고려인 3세다.

그가 활동하던 1980년대 중후반 옛 소련은 절망과 어둠이 뒤덮은 빛을 잃은 세상이었다. 고르비의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개방) 열풍이 막 불어닥치기 직전의 암담했던 시절이다. 그의 노래는 희망 없는 사회상을 풍자한 한 편의 시로, 철학서처럼 묵직했다. 러시아 청년들은 그의 노래를 들으며 잠자리에 들었고, 그곳에서 변화와 희망을 찾고자 했다.

그는 그림과 조각에 뜻을 두고 미술학교에 전학했다가 기타와 록에 빠져 록그룹 ‘제6병동’을 만들었다. 저항적 컬러와 서구적 냄새를 풍겼다. 소비에트 당국은 록음악을 불허했고, 그를 미행하기 시작했다. 다니던 대학에서 쫓겨났고 그룹도 해체됐다. 그래서 비밀조직이 교통사고를 가장해 그를 살해했다는 의혹이 지금도 떠돈다.

러시아 고려인 3세로 태어난 빅토르 최의 공연 모습. 그는 서슬퍼런 옛 소련 치하의 1980∼90년대 불꽃처럼 살다간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뿌쉬낀하우스 제공
준수한 용모 덕분에 영화배우로도 활동하며 글라스노스트와 페레스트로이카, 즉 시대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그의 노래는 소비에트 해체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러시아 록 음악계의 평가다. 모스크바에서는 그를 추모하는 공연이 해마다 열린다. 모스크바 아르바트 거리의 ‘빅토르 초이벽’에는 추모객들이 줄을 잇는다.

‘혈액형’이라는 곡을 내놓으면서 팬그룹들이 생겨났고, 수많은 오빠부대도 따라다녔다. 그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자 열혈 소녀 팬 5명이 자살하기도 했다. 얼마 전 러시아 국적으로 바꾼 쇼트트랙의 안현수는 ‘빅또르 최’처럼 러시아에서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뜻으로 이름을 빅또르라고 지었다.

국내에서도 너무 이른 록 천재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그의 삶과 음악을 더듬어보는 추모 열기가 뜨겁다. 현재 홍익대 주변 록카페에선 그의 탄생일을 기념해 록 가수들의 추모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전쟁에 반대하는 내용의 ‘혈액형’은 윤도현밴드가 우리말로 번안해 음반에 싣기도 했다.

이 교수는 책을 내면서 “그의 짧은 인생을 들여다보고, 또 그의 삶이 어떻게 음악에 반영되었는지를 보게 될 것”이라면서 “록 시(詩)로도 평가받는 그의 노랫말은 한 편의 시집을 읽는 느낌을 준다”고 평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