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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설계 콘셉트 못살려 디자인 왜곡"

입력 : 2012-06-11 23:17:51 수정 : 2012-06-11 23: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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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청사 ‘긴장된 공존’ 추구
턴키방식 공사 설계반영 못해
건설사 주도로 완성도 떨어져
서울시청사의 기초설계를 맡은 건축가 유걸(72·아이아크 대표·사진)씨는 신청사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개방성과 역동성이란 기초 설계 콘셉트가 건물 외부에 구현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기초설계를 발전시켜 디자인을 완성하는 단계에서 관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애초 의도한 디자인 설계가 건물에 잘 구현되었나.

“건물 내부에서 보면 의도대로 됐는데 밖에서는 읽히지 않는다. 애초 ‘광장처럼 열려 있는 시청’을 만들고자 했다. 광장은 특별한 목적 없이도 드나들고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건물에 들어올 일 없는 사람들도 곁을 지나가면서 그런 열린 모습을 짐작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못한 게 아쉽다.”

―새 청사가 ‘쓰나미(대형 파도)’ 같다거나 ‘구청사와 부조화하다’라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정적인 형태가 아닌 사람들의 움직임에 대응할 수 있는 다이내믹한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또 구청사는 문화재라 건드릴 수 없었다. 그런 조건에서 신청사와 광장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상층부를 광장쪽으로 돌출시켰다. 또 구청사와 신청사를 동질적인 걸로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1926년 일제 때 건물을 만드는 이들의 의도·재료·기술과 2012년 한국이 가진 것들이 가장 극단적으로 대비돼 ‘긴장된 공존’을 이루었으면 했다. 철, 유리, 자유곡면을 많이 쓴 건 그런 맥락에서다.”

―청사 건설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설계과정이 불합리했다. 나는 전체의 3분의 2 정도는 관여하지 못했다. 특히 초기 콘셉트 디자인을 발전시켜 시공도서(시공사가 공사를 하는 데 쓰는 도면)를 만드는 과정에서 디자인대로 잘 풀어내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이는 설계, 시공을 일괄도급으로 주는 턴키방식 때문이다. 턴키방식은 모든 게 정량적(定量的) 매뉴얼로 정해져 있고 효율 중심이다. 원 설계자의 처방을 받으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시청은 정성적(定性的)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 회사의 얼굴인 사옥이나 미술관 등을 지을 때만 해도 턴키방식으로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김효실 기자 hs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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