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장애이긴 만학도 詩로 희망을 전하다

입력 : 2012-04-20 20:36:49 수정 : 2012-04-20 20:36:4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美 거주 전신마비 윤석언씨
경희사이버대서 공부 열정
시집도 출간… 새 인생 펼쳐
“제 시(詩)는 절망의 사람을 건지는 사다리입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공부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은 가운데 전신마비 장애에도 시집을 내고, 대학에서 우수한 성적을 자랑하는 만학도가 있어 화제다. 미국 메릴랜드주에 살면서 지난해 3월부터 경희사이버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에 재학 중인 윤석언(44·사진)씨는 지금껏 마친 두 학기 모두 4.0(4.3만점)을 넘는 학점으로 성적우수 장학금을 탔다.

서울에서 태어난 윤씨는 고교 졸업 후 가족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를 거쳐 미국으로 이민갔다.

선교사를 꿈꾸며 메릴랜드주 에버릿칼리지에 들어갔지만 23살 때인 1991년 교통사고로 척수를 다쳐 목 아래 온몸이 마비됐다. 2년6개월 동안은 말조차 하지 못했다.

윤씨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손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며 “내가 평소 인터넷을 즐겨하는 것을 알고 지인이 사이버대학을 추천했다”고 말했다. 윤씨는 “눈동자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가 부착된 안경으로 컴퓨터를 이용해 공부한다. 지금은 공부가 삶의 원천”이라고 밝혔다.

집에서 7.5마일(약 12㎞) 떨어진 병원에서 지내는 윤씨에게 노모 이병기(68)씨는 가장 든든한 조력자다. 이씨는 아들이 볼 수 있도록 매일 교재를 스캔해 이메일로 보내고 있다. 이씨는 “아들이 3∼4시간만 자며 공부한 뒤 몸이 아픈 모습을 볼 때는 안타깝다”며 “힘을 내라고 매일 병원에 찾아가 하루에 한 끼는 꼭 한국음식을 먹이고 있다”고 말했다.

윤씨는 “혼자 지내는 동안 글 쓰는 재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가 난 10년 뒤인 2001년에 ‘마음은 푸른 창공을 날고’라는 제목의 시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시집에는 불운에 좌절하지 않고 신앙을 통해 장애를 이겨내는 내용의 시 60편이 담겼다. 꿈을 묻자 윤씨는 “지금까지는 생각나는 대로 글을 썼다면 이제는 체계적으로 글을 배워 시인으로, 소설가로 세상에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답했다.

조성호 기자 comm@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