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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기행] 아버지 괴테의 가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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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6-10 08:46:05 수정 : 2011-06-10 08:4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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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57년 12월 아버지 괴테의 가계부
독일인들이 자랑하는 독일의 시인,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를 나으시고 기르신 아버지 괴테에 대해선 별로 관심이 없다. 사실 그의 부모가 없었다면 세계적인 문호, 괴테는 이 세상에 존재하였을까?

아버지 괴테(Johann Caspar Goethe)는 상속받은 엄청난 재산을 누렸다. 법학을 공부할 수 있었고 신성로마제국 황제의 고문관이란 직함을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인가? 프랑크프루트 시장 딸(Catharina Elisabeth Goethe)하고 결혼도 하였다. 그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괴테는 그리하여 상인의 아들이 귀족이 되었다.

아버지 괴테는 평생을 수집하는 일과 자식교육에만 전념하였다고 전해진다. 자식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도리어 괴테에게는 부담으로 닥아 왔나보다. 하교 길마다 내려다보는 아버지의 시선이 얼마나 부담스러웠던지 그의 자서전 <시와 진실>에는 아버지의 시선이 머문 그 창문을 ‘스파이 창문’이라고 명명하였다.

◇ 아버지의 서재에 있는 창문
함에도 불구하고,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넉넉한 경제력과 부담스러웠던 부모님의 관심과 나폴레옹의 침략으로 겪었던 어려운 환경조차, 모든 것은 합력하여 그의 인생을 만들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파우스트’뿐만 아니라 많은 작품들을 낳았다. 그를 통해 만들어진 산물들은 지금까지도 세계 많은 이들에게 그를 기억하게 하고 있다.

프랑크프루트에 있는 괴테하우스의 옥탑 방에는 괴테의 공부방이 있고 옆방에는 고물상에 있으면 쓸모없을 것 같은 낡은 나무상자가 하나 있다. 그 것은 직접 쓴 ‘다윗과 골리앗 장군’의 대본으로 여동생 고넬리아(Cornelia Frederike Christiane Goethe)와 함께 직접 연출도 하며 놀았던 인형극장이다. 대문호란 칭호는 할머니 괴테의 선물과 어머니 괴테의 문학적 소질로부터 자연스럽게 시작 되었을지도....

◇ 인형극장
이 인형극장은 할머니가 손자 괴테에게 선물한 것이다. 그런데 그 가격이 아버지 괴테의 가계부에 기록되어 있다. 어쩌면 할머니는 손자에게 선물하겠다고 아들에게 돈을 달라고 하였는지 모른다. 어머니가 아니라 아버지가 직접 가계부를 정리하였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엄마가 쓰는 것이 가계부라고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선 아버지의 가계부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왜냐하면, 가계부는 돈을 버는 사람이 쓰는 것이라는 것!

괴테 아버지의 가계부를 통해, 한국의 엄마들은 평범하게 느껴지는 일상에서 행복한 삶에 대해 감사해야 할지 모른다. 아빠가 쓰는 가계부? 시장갈 때마다 필요한 만큼을 가져가는 것도 모자라 영수증까지 첨부해야 한다면?

한국의 아줌마들에게 이렇게 한 번 물어 보라, “남편이 벌어오는 돈이 전부 누구 돈?” 하고 그러면 그침 없이 그리고 대다수 “내 돈” 하고 대답할 것이다. 한국 아줌마들이여! 감사하며 살찌어다. 행복해 하며 살찌어다.

감사하는 마음은 우리를 여유롭게 할 뿐 아니라 행복과 많은 축복도 가져오게 하는 무한한 힘이 있다는 사실을....... “Vielen Dank!”

민형석(독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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