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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조직범죄와 전쟁’ 멕시코 ‘잔다르크’ 뜬다

입력 : 2011-04-09 00:17:08 수정 : 2011-04-09 00: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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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데론 대통령 고심끝 초강수 “남자보다 대담한 검사” 평
일각 “갱단 협박 못 이길것”
‘40분마다 살인사건 발생. 갱단으로부터 돈 받는 검찰·경찰 수뇌부. 군인 및 경찰관 한 해 700여명 살해…’ 6년째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멕시코의 실상이다. 갱단을 소탕해야 할 검찰은 그들과 ‘검은 거래’를 하고, 갱단은 범죄사실을 고발한 시민들을 교통사고로 가장해 살해한다.

2006년 12월 취임한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은 검찰 수뇌부를 교체하고 범죄가 집중되는 북부 지역에 미국의 원조까지 받아가며 전투를 벌였지만 범죄 근절에 실패했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마약갱단에 목숨을 잃은 시민은 무려 3만5000여명. 멕시코 국민은 정부가 범죄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란 기대를 갖지 않았다. 결국 이번 검찰총장도 18개월 만에 중도하차했다.

고민 끝에 칼데론은 41세의 젊은 여성 검사를 검찰총장으로 지명했다. 부패에 무감각해진 남성 검사에게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멕시코 상원은 7일 새 검찰총장에 내정된 마리셀라 모랄레스에 대한 인준안을 찬성 84표, 반대 15표로 통과시켰다. 멕시코에서 처음으로 여성검찰 총수가 등장했다.

모랄레스는 멕시코 국립자치대학교(UNAM)에서 법학을 전공한 뒤 변호사로 활동하다 1993년 검찰에 투신했다. 그는 조직범죄 수사에서 남성 검사보다 대담했다. 전임 총장인 아르투로 차베스는 1990년대 최악의 우범지역인 시우다드후아레스에서 발생한 여성 집단피살사건을 해결하지 못해 무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모랄레스는 거물 마약두목을 잡아들이는 등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모랄레스는 돈을 받고 갱단과 유착해온 것이 드러나 해고된 전임 부장을 대신해 2008년 8월 조직범죄특별수사부장 자리에 올랐다. 이후 마약 및 조직범죄 수사에 집중했고 검사들의 부패에 대해서도 과감히 메스를 들이댔다.

그가 공명정대한 검사로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미초아칸에서 발생한 공무원과 갱단의 유착을 수사하면서부터다. 미초아칸은 칼데론 대통령의 고향이다. 하지만 모랄레스는 레오넬 고도이 주지사 측근 등 전·현직 공무원 36명을 잡아들여 이 지역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다. 모랄레스는 ‘예외 없는 범죄처벌’로 명성을 떨쳤다. 이탈리아의 부패청산작업으로 유명한 마니폴리테(깨끗한 손)운동을 주도했던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 검사와 비견됐다. 미국의 수사기관은 그를 존경하는 인물로 선정했으며, 미 국무부는 지난달 그에게 ‘용기 있는 국제여성상’을 수여했다.

여성으로서 조직범죄 수사를 총괄하는 그에게 험로가 예상된다. 앞서 범죄소탕 최전선에 나서면서 호기를 부렸던 한 여성 경찰서장은 취임 4개월여 만에 무너졌다. 지난해 10월 멕시코 북부 우범도시인 프라세디스의 첫 여성 경찰서장으로 부임, 관심을 모았던 마리솔 바예스 가르시아는 협박을 견디지 못하고 올 3월 가족들과 잠적했다가 결국 미국으로 망명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칼데론 대통령은 모랄레스에게 정치 명운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소속된 국민행동당(PAN)은 2000년 71년 만에 제도혁명당(PRI)으로부터 정권을 넘겨받았으나 ‘마약과의 전쟁’에서 밀리면 권력을 내줄 위기에 몰리게 된다. 모랄레스는 인준안 통과 직후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준 대통령과 국회에 감사를 표하며 “나는 정의를 위해 태어났다. 국가와 정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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