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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히 잘 알려진 약은 많지만…
독일의 물건들이 튼튼해서 오래 사용할 수 있다고들 한다. 독일약이 좋아서 잘 낫는다고들 한다. 그런데 그것이 맞는 이야기일까? 일반적으로 그렇다. 아니 과거에는 그랬다. 독일에서는 만든 것과 독일에서 구입하는 것은 다르다. 생각하기에 따라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는 막연한 이야기이기고 하다.

시장이 급속히 세계화되었다. 세계 곳곳의 물건들이 다 있다. 길거리를 파고드는 물건들, 싸다고 덥석 집어 들고 집에 와서 보면 '독일이 아닌 다른 나라의 물건들이 많다. 그러기에 여행객들이 ‘와 싸다!’고 선물을 사겠지만 선물의 저 안쪽에 ‘Made in ?????'란 문구를 본, 받는 사람은 과연 어떨까? 주고도 욕먹을지 모른다. 물론 유명한 독일회사라 할지라도 제3국에서 제품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Made in China'도 Made in Europa'도 있다. 당연히 바이올린이나 하모니카나, 독일 장인들이 만드는 물건들은 아직도 엄청 비싸게 느껴진다. 부자들이야 어떻든 관계가 없겠지만 가난하게 사는 일반의 독일인들은 그 싼 물건들 덕분에 경제 한파를 견디어 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독일에서 만든다고 한들, 독일인들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지는 전통의 독일 물건들이 얼마나 될까? 노동시장 역시 세계화되어 세계 노동자들이 단지 독일 땅에서 만들어내고 있으니까.

세계의 물건들이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 하지만 독일에 없는 것이 있다. 약이 좋다고 소문난 나라인 만큼, 없는 약이 없을 것 같은 고정관념 때문인지 이곳에 살면서도 한동안 의아했었다. 구충제가 없는 나라, 독일! 한국처럼 ‘어디서나 쉽게 살 수 있고 주기적으로 먹어야 하는 약’이란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하는 편이 더 맞겠다. 그 놈이 없다. 아니 그 놈들을 단번에 몽땅 처치해 버릴 약이 없다. 아니 그 놈이 그리 많지 않을 수는 있다. 북쪽의 일부만 바다인 지리적 여건 때문에 생선회는 귀해서 많이 접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다양한 야채들은 즐겨 먹는다.

어느 야채 가게의 모습
그래서일까? 이들은 주기적으로 구충제를 먹지 않는다. 때문에 구충제는 없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종합구충제’ 혹은 “광범위 구충제”란 약은 없다. 일단은 병원에 가서 어떤 기생충이 있는지를 먼저 검사한 후 기생충이 확인되면 그 놈에 대한 처방전을 받아야 약을 살 수 있다. 사실 병원에 가서 검사하고 그러는 것보다 대충 다 통하는 약 하나면 편하고 그만일지 모르지만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꼴이란 생각을 이들은 하나보다. 우리처럼 모든 기생충을 단 번에 광범위하게 확 박멸해 주는 종합적인 것을 좋아 하지 않나보다.

어느 교포는 당연히 우리가 생각하는 종합구충제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약국을 들렸다가 우스운 꼴을 당한 경험이 있었단다. 이곳엔 없기 때문에 ‘종합구충제’란 것에 대한 설명이 잘 안되니까 ‘구충을 위해 우리는 정기적으로 먹어왔고 정기적으로 먹는 약’이라고 설명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약은커녕 “왜?”라고 되물으며 ‘손으로 밥을 먹는 저 미개국에서 온 사람쯤’으로 이상하게 쳐다보던 약사의 그 눈빛이 아직도 뒤통수에 꽂혀 있는 것 같단다.

생선대신 주로 이런 것들을 즐겨 먹는다
독일인들이야 생선회를 즐겨 먹지 않기도 하지만, 먹는다 하더라도 냉동시킨 생선회를 먹는다. 그래야 기생충이 죽는다나? 노파심일까? 우리는 독일에서 살면서도 왠지 일 년에 한 번쯤은 구충제를 먹어야 될 것 같은 생각에 정말 독일에는 구충제가 없을까를 다시 의심하게 된다. 한국에서처럼 자주는 아니라도 간혹 씩 생선회를 먹는다. 그렇다고 고연히 구충제를 먹으려고 하는 것은 아닐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여러 사람의 수고를 거쳐 구충제를 부탁 해 놓았다. 먹어야 편할 것 같다.

한국에선 툭하면 약을 먹었다. 아니 내가 의사인양 즐겼다. 그래서일까? 약의 소비가 많은 나라다. 흐르는 물은 유유히 흐르다가 불쑥 튀어나온 돌이 있으면 파장을 일으킨다. 적어도 불쑥 튀어나온 돌은 되지 말자! 그냥 그렇게 인정하며 주어진 환경 속에서 자족을 배우며 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살던 한국인으로서의 습관은 죽어야 버려질 것인가 보다.

민형석 독일통신원 sky8291@yahoo.co.kr 블로그 http://blog.daum.net/germany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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