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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을 잇는 사람들] <23> 서울시 무형문화재 31호 단청장 양용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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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12-21 21:27:47 수정 : 2010-12-21 21:2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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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끝에 스며든 ‘선조의 얼’… 고궁·사찰 300곳서 되살아나다 “단청은 시대상을 반영합니다. 단청의 문양과 색깔은 시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제가 창안한 금박고분장구머리초는 조선시대 건축물에 나타난 단청과는 비교할 수 없는 화려하고 정교한 맛이 있습니다. 그것은 현대의 풍요로운 생활상이 반영된 것입니다.”

◇단청장 양용호씨가 보수공사 중인 덕수궁 준명당 단청 작업을 하고 있다. 양씨는 복원작업은 선조들의 정신을 후손들에게 계승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경기도 구리시 작업실에서 만난 서울시 무형문화재 31호 단청장 양용호(61)씨의 말이다. 작업실에는 양씨가 전국의 옛 건축물 보수 및 복원 현장을 돌아다니며 수집한 단청 부재 및 기와 등 시대별 유물이 100점 넘게 전시돼 있다.

◇복원된 광화문의 봉황도.
“많은 장인들이 먹고살기 위해서 공방에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예외는 아닙니다. 전남 영광의 농가에서 6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나, 식구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으니까요. 그러나 제가 단청 외길을 걷게 된 데는 배움에 대한 남다른 열정 때문입니다.” 

◇불화에서 많이 사용되는 금박고분 기법을 단청에 접목시켜 창안한 금박고분 장구머리초.
양씨는 뭔가 배우고 싶은 욕심에 고향을 떠나 서울에 왔고, 68년 한국화와 불화, 단청 등에 두루 능통했던 이인호 선생을 만나면서 전통문화 및 불교문화 전반을 배우게 된다. 전국의 사찰 복원현장을 돌며 단청·불화에 숨어있는 불교교리를 해석하는 재미에 빠져들면서 단청기술도 일취월장하게 된다.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지금도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이기 위해 각 대학원의 강좌들을 찾아다닌다. 양씨가 단청장으로 단청에 일가를 이루는 동안 동생들과 부인이 문화재청이 시행하는 단청기술자 시험에 합격하는 등 양씨 집안은 단청 집안이 되었다. 양씨가 문화재청으로부터 단청기술자로 인정받은 후 지금까지 시행한 전국의 사찰 및 문화재 복원공사만 300건이 넘는다. 창덕궁 인정전, 속리산 법주사 대웅전, 하동 쌍계사 대웅전, 제주 관덕정 등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들도 모두 양씨의 손을 거쳤다. 지난 8·15에 복원공사를 마치고 일반에 공개된 광화문 단청도 양씨의 의해 조선시대 건축양식을 되찾을 수 있었다. 1968년 지어진 광화문은 철근 콘크리트 건물로 조선시대 건축양식에서 많이 어긋나 있었다. 양씨는 올바른 복원을 위해 고종 2년(1865년)에 복원된 광화문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는 조선고적도보를 현미경까지 이용해 철저히 분석했다.

◇불화나 불교 건축물에서 많이 등장하는 비천도를 새롭게 창안했다.
“광화문 복원은 선조들의 정신을 후손들에게 올바르게 전승하는 작업입니다. 올바른 고증을 위해 밤을 지새운 날을 헤아릴 수 없습니다.” 

◇단청장 양용호씨가 경기도 구리시 작업실에서 단청 문양 모사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 천연안료가 화학안료로 대체되면서 궁, 왕릉 등 중요한 국가건축물과 주요 사찰에 제한적으로 사용되던 단청이 공원, 호텔, 공항 등 현대식 건물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단청이 대중화되면서 기계식 작업으로 기교만 강조된 단청이 양산됐고, 전통적인 단청의 원형이 위협받게 되었다. “최첨단 칠 기술이 발달했지만 전통 단청은 붓으로 칠해야 합니다. 정교하고 선명한 전통 단청에는 우리 선조들의 얼과 기법이 담겨 있습니다. 승려들과 도화서 화원들에 의해 계승되던 우리 단청의 전통이 훼손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양씨는 옛 선조들의 정신이 배어있는 단청이 현대인들의 삶에 스며들 수 있도록 전통 단청의 대중화에도 앞장서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글 이종덕 기자 salmon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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