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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중의 아프리카 로망] 탄자니아 잔지바르 <2>향신료 투어와 눙귀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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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8-26 22:18:43 수정 : 2010-08-26 22: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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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닐라·코코넛·클로브·커피나무 등 온통 향신료 밭
향신료 투어를 떠나는 날이다. 잔지바르 섬은 예부터 향신료로 유명한 곳인 만큼 많은 여행객이 향신료 밭을 찾는다. 반나절짜리 투어다. 오전 8시쯤 숙소 밖으로 나가니 적지 않은 여행객이 투어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골목에서 서성거리고 있는데 미니버스 몇 대가 도착한다. 여행객들은 각각 3대의 투어버스에 나누어 탔다. 나는 뉴질랜드 출신의 젊은 여자,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온 모녀,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친다는 젊은 핀란드 여자, 며칠 전 킬리만자로를 등반하고 잔지바르에 왔다는 중년 남자와 동승했다. 향신료 투어버스는 여행객을 싣고 오전 9시에 스톤타운을 출발했다. 터키나 중동의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종류의 향신료를 볼 기회가 있었지만 직접 향신료 밭을 보러 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향신료를 경작하는 마을은 스톤타운 시내에서 북동쪽으로 15㎞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잔지바르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정평이 나 있는 눙귀 비치의 모습. 저 멀리 잔잔한 바다를 바라보니 옛날 부드러운 삼각돛을 달고 인도양의 순풍을 맞으면서 바다를 오갔던 다우선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잔지바르의 향신료는 수 세기 동안 바다 건너 오만의 술탄을 유혹했고, 잔지바르 섬에서 재배된 각종 향신료는 인도양을 통해 다른 나라로 거래됐다. 19세기 말 잔지바르에서 노예무역이 금지되고 노예시장이 쇠퇴하면서 향신료는 주요 수출품목으로 떠올랐고, 지금도 잔지바르의 주요 수입원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이런 연유로 잔지바르는 ‘향신료 섬(스파이스 아일랜드)’이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다.

스톤타운에서 20분 남짓 달리니 온통 향신료 밭이다. 투어버스에서 내리자 늘씬하게 뻗은 야자수가 일행을 맞아준다. 향신료 밭 안쪽으로 걸어들어가자 현지 아이들과 아낙네들이 우리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잔지바르 섬에서 재배되는 향신료는 원래 외래산(産)이라고 가이드가 설명해 준다. 주로 포르투갈, 아시아, 남미 등지에서 온 것이라고 한다. 그는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코코야자를 가리킨다. 코코야자는 3종류가 있는데 가장 키가 큰 나무의 코코넛은 음식을 만들기에 좋고, 키가 작은 나무의 코코넛은 직접 마시기에 좋다고 한다. 코코야자 잎은 지붕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고 한다.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자 다른 나무를 감고 올라간 덩굴이 보인다. 이 덩굴에는 오이처럼 길쭉하게 생긴 초록색 열매가 달려 있다. 바닐라나무 열매라고 한다. 이 바닐라 열매를 가공해 향긋한 바닐라 향신료를 만든다고 하니 좀 신기한 생각이 든다. 다음에는 서양 요리에 많이 사용되는 클로브(정향나무)를 보여준다. 클로브는 19세기 중엽 잔지바르에 도입됐다. 세계 생산량의 4분의 3을 차지할 정도로 클로브는 잔지바르의 황금시대를 만드는 기초가 됐다고 한다.

◇잔지바르는 ‘향신료 섬’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만큼 향신료로 유명한 곳이다. 반나절짜리 향신료 투어를 떠나면 바닐라나무, 클로브, 레몬그라스, 생강나무, 육두구 등 각종 향신료를 구경할 수 있다.
동네 어린아이들이 우리 일행을 졸졸 따라다닌다. 이들은 가이드 대신 나무에 올라 열매를 따는 등 가이드의 조수 역할도 하고 향신료 나무 줄기나 잎으로 반지, 팔찌, 넥타이, 향신료 그릇을 만들어 여행객에게 선물로 준다. 물론 나중에 팁을 받으려는 요량이다. 다시 걸음을 옮겨 다른 곳으로 가니 진한 신맛이 나는 레몬그라스, 생강나무, 커피나무, 육두구가 나타난다. 육두구 앞에 서니 가이드가 열매를 따서 손에 놓아 보여준다. 모양이 참 예쁘다. 육두구는 인도인이 얼굴에 점을 찍는 데 사용하는 열매다. 마사이족도 같은 목적으로 육두구 열매을 이용한다고 한다, 한 소년이 육두구 열매를 찍어 얼굴에 바른다. 나도 그 모습이 예뻐 보여 얼굴에 찍어 발라보았다. 다음으로 본 페퍼트리(후추나무)의 씨앗도 앙증스럽고 색깔 또한 무척 예쁘다.

이름을 기억하기 힘들 만큼 수많은 향신료를 구경하는 데 꼬박 3시간이 걸렸다. 정오가 조금 넘자 점심식사 시간이라고 한다. 식사가 준비된 집의 마당 안으로 들어가니 바나나, 파인애플, 파파야, 망고, 스타푸르츠, 잭푸르츠 등 열대과일을 모아 놓은 탁자가 눈에 들어온다. 한 청년이 음식이 준비되는 동안 애피타이저로 먹으라고 우리 일행에게 과일을 하나씩 깎아 나누어 준다. 30분 정도 휴식을 취하면서 열대과일을 먹고 나니 점심식사가 나왔다. 코코넛 밀크, 야채, 계피, 통후추, 소금을 넣어 지은 밥이다. 우리와는 사용하는 재료가 달라서인지 색다르고 밥맛도 꽤 좋다.

밥을 먹고 나서는 잔지바르의 해변을 한 시간 정도 구경한다고 한다. 한나절 동안 각종 향신료도 보고 해변도 구경할 수 있다니 일석이조다. 하지만 나는 다음날 잔지바르에서 제일 유명한 눙귀(Nungwi) 비치에 가서 묵을 예정이었기에 오후에는 스톤타운 시내로 돌아가 아루샤행 항공권을 구입하고, 스톤타운의 골목 안에 있는 자그마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휴식을 취할 계획이다.

◇바닷가 한쪽에 탄자니아풍의 팅가팅가 그림을 파는 가게가 보인다. 아프리카 야생동물, 마사이족 사람들, 눙귀 비치의 모습이 네모 난 화폭 안에 담겨 있다.
다음날 오전 9시에 미니버스를 타고 눙귀로 떠났다. 잔지바르 섬의 북쪽 끝에 위치한 눙귀는 잔지바르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여행가이드북에 “눙귀를 가보지 않고는 잔지바르 여행이 완성되지 않는다”라고 쓰여 있을 정도니 가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스톤타운을 떠난 미니버스는 처음에는 포장도로를 달리다가 비포장도로로 들어선다. 덜컹거리는 소리가 나지만 해안을 끼고 달리니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소풍가는 기분이 든다.

스톤타운을 떠나 1시간10분 정도 달려 눙귀 마을에 도착했다. 여행객이 많이 찾는 곳이지만 생각보다 마을 분위기는 조용하다. 버스 운전사는 나에게 숙소 몇 개를 보여 주었다. 눙귀의 숙소는 고급이든 싼 숙소이든 방갈로 스타일로 지어진 것이 특징이다. 눙귀의 별장식 숙소는 주변 자연과의 조화를 생각해 야자나무 잎 지붕을 가진 전통적인 아프리카 스타일로 지어진다고 한다. 실제로 숙소 안에 들어가 보니 푸근하고 편한 분위기다.

숙소 바로 앞은 커다란 모래사장이다. 모래사장에는 그물침대가 걸려 있고, 여행객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평상 같은 것도 놓여 있다. 한 젊은 여인이 바닷가 앞에 놓인 평상에서 한가로이 책을 읽고 있다. 인도양의 바다는 대서양이나 태평양과 달리 잔잔하다는 말은 여러 번 들었지만, 실제로 인도양 앞에 서 있으니 마치 거대한 호수를 보는 느낌이다. 저 멀리 잔잔한 바다를 바라보니 옛날 부드러운 삼각돛을 달고 인도양의 순풍을 맞으면서 바다를 오갔던 다우선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눙귀는 깨끗한 모래사장과 에메랄드빛 바다로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날씨가 흐린 탓인지 필자가 바라던 짙푸른 바다 색깔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해안선이 길게 늘어선 인도양의 바다를 바라보니 가슴이 탁 트이고 마음도 평온해지는 기분이다. 바다에 살랑살랑 흔들리며 떠 있는 작은 배, 바닷물 속에 몸을 담구고 한가로이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 해안가를 따라 시원스럽게 달리는 늘씬한 개의 모습. 모든 것이 인도양의 잔잔한 물결을 닮아 은은하고 평화로운 풍경이다.

바닷가 구경을 마치고 숙소로 들어가려는데 한쪽에 탄자니아풍의 팅가팅가 그림을 파는 가게가 보인다. 기린, 하마 등 동물의 모습을 재미있게 그려 넣은 그림, 늘씬한 마사이족 사람들을 더욱 늘씬하게 그린 그림, 눙귀 비치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그림들이 가게 밖에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다. 강렬한 색상과 독특한 그림의 모양이 참 이채롭다. 눙귀 비치에서 동물 그림을 보니 다음 여행지인 세렝게티의 드넓은 초원에서 뛰노는 야생동물 모습이 벌써부터 머릿속에 그려진다.

전남대 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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