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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을 잇는 사람들] (13)무형문화재 소목장 김창식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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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1-20 00:17:34 수정 : 2010-01-20 00: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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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질·끌질·사포질… 전통가구에 예술을 입히다 “처음에는 배우는 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어려웠지만 하다 보니 나무로 된 건 뭐든지 만들 수 있게 돼서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더 깊이 들어가면서는 몇 백년, 몇 천년까지 가는 가구도 만들 수 있겠다 싶어 신바람이 나데요.”

◇50여년째 소목 일과 연을 맺어온 소목장 김창식씨는 “이젠 나무로 된 건 뭐든 만들 수 있다”면서 “몇 백년, 몇 천년까지 가는 가구를 만드는 게 바람”이라고 말했다.
◇소목장 김창식씨의 희망은 많은 제자를 양성하는 일. 5년간 전수장학생으로 있는 아들 김영환씨에게 김씨가 나무에 끌구멍 파는 작업을 가르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장롱이나 문갑, 사방탁자, 머릿장 같은 일반 생활용품을 제작하는 장인을 소목장이라 하고, 가옥이나 절간 같은 건축물을 만드는 장인을 대목장이라 한다. 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 제26호 소목장 김창식(63)씨. 그가 처음 소목 일을 배우게 된 건 순전히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황해도 연백이 고향인 그는 6·25전쟁 때 부모를 잃어버리고 할머니 손잡고 피난을 내려왔다. 오갈 데도 없고 먹을 것도 구하기 어려워 밥이나 얻어먹자고 심부름을 하며 일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나섰다가 소목 일과 벌써 50여년째 인연을 맺고 있으니 나무를 매만지며 사는 건 타고난 운명이었던 셈이다. 그는 그동안 각종 전승공예전에서 수상했고 2001년 서울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가구를 만들기 전에 가장 중요한 건 물론 좋은 재료를 구하는 일이다. 갈수록 좋은 나무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수령이 몇 백년 된 느티나무라면 최상급 재료인데, 이런 나무는 부르는 게 값이라고 했다. 나무를 구해서 무늬가 잘 살아나도록 신중하게 제재한 뒤 다시 7∼8년은 자연건조시키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실질적인 첫 공정은 원목을 크기에 맞게 재단하는 과정. 그런 연후 정성스럽게 대패질을 하여 굴곡이 없게 수평으로 만들고 제비촉과 끌구멍을 판다. 우리 전통가구는 못을 박지 않고 제비촉과 끌구멍만으로 연결하는 게 특징이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서 겨울에는 건조하고 여름 장마철에는 습기가 많아 끌구멍을 정확하게 맞추지 않으면 뒤틀리거나 빠질 염려가 있다.

“억지로 못이라도 박아서 만들면 오래 갈 수가 없습니다. 대만국립박물관에서 1300년이 넘은 가구를 봤는데 지금 써도 이상이 없을 정도였어요. 잘만 만들면 몇 대를 물릴 수도 있습니다. 이 일을 오래 한 만큼 늘 그런 가구를 만들고 싶지요.”

◇경기 남양주시 수동면에 위치한 소목장 김창식씨의 작업실. 대패, 칼, 자 등의 작업도구에서 그의 세월이 고스란히 배어 나온다.
정교한 과정을 거쳐 조립이 완성되면 사포질을 하고, 황토 가루에 석회와 물을 섞어 고루 바른 다음 마르면 다시 사포로 갈아내어 표면을 고르게 한다. 옻칠을 하여 나뭇결에 은은한 색을 입히면 소목 제작의 마지막 공정이 끝난다. 소목장 김씨가 가장 아끼고 내세우는 작품은 전통가구 이층장이다. 옛날부터 여인들이 안방에 놓고 아껴 쓰던 대표적인 전통가구인데, 그는 어느 나라를 가보아도 이만큼 짜임새 있는 가구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의 희망은 많은 제자들을 길러내는 일. 지금은 아들 김영환(36)씨가 전수장학생으로 아버지 밑에서 소목 일을 5년째 배우고 있다.

◇(사진 왼쪽)나무 무늬가 살아 있는 사층책장. (사진 오른쪽) 소목장 김창식씨가 가장 아끼고 내세우는 이층장. 대표적 전통가구로 짜임새가 뛰어나다.
“갈수록 기술 가진 이들이 사라지고 있어 많이 가르쳐놓아야 할 텐데 이걸로 당장 생활이 안 되니까 배우려고들 하지 않아요. 이 일을 하던 사람도 이직하는 마당이니 그럴 만도 하지만 너무 안타깝습니다. 어렵게 고생고생해서 배웠는데 이 기술을 죽어서 가져갈 것도 아니고, 뒷바라지만 된다면 제대로 학생들을 가르쳐 볼 생각입니다.”

글 조용호 선임기자, 사진 송원영 기자 sow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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