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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암흑가 ‘단돈 65弗’에 관광한다

입력 : 2010-01-18 00:53:24 수정 : 2010-01-18 00:5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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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엔 낙서 범벅·회색 창고건물…
“일자리 창출” 조폭 출신이 기획
전직 갱들이 가이드… 무용담 설명도
로스앤젤레스(LA)의 갱들이 날뛰는 암흑가를 관광하는 상품이 출시됐다.

AP통신은 17일 영화에서나 등장하는 살벌한 풍경을 돌아보는 데 1인당 65달러 하는 ‘LA갱투어’가 관심을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조직폭력배 간 휴전을 선언한 LA 슬럼가를 버스를 타고 구경하는 이 상품은 ‘게토테인먼트(ghettotainment)’로 불린다.
16일 시작된 첫 버스투어는 매진됐다. 관광객 50여명은 악명 높은 전직 갱들로부터 어떻게 조폭이 탄생하게 됐는지 설명을 듣고 주민 수만명이 폭력조직의 유혹에 빠져들게 되는 슬럼을 둘러보았다.

첫 방문지는 영화 ‘터미네이터’, ‘그리스’에서 나오는 것과 같은 콘크리트 강바닥이었다. 길거리는 갱들이 휘갈겨놓은 낙서와 이를 지운 회색 페인트로 얼룩져 있었다.

노숙인들이 들끓는 우범지대를 지나서 도착한 곳은 살인청부업자들의 고향과 다름없는 ‘센트럴 감옥’. 이어 가장 잔악한 갱들이 피를 튀기며 싸우는 사우스 로스앤젤레스로 갔다.

시커먼 매연을 뒤집어쓰고 있는 산업단지를 통과한 버스는 플로렌스·파이어스톤 지역에 들어섰다. 흑인주민들을 공격했다가 연방검찰에 체포됐던 남미계 갱 ‘크립스’와 ‘플로렌시아 13’의 본거지이다. 회색 창고 건물과 벽돌로 지은 단층짜리 주택으로 이어진 거리에는 인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길거리에 모이기만 하면 체포되는 지역규칙 때문이다.

관광객들이 들르는 장소에는 1974년 미 신문업계 거물인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의 손녀 패티 허스트를 납치했던 극좌파 테러단체인 ‘심바이오니즈해방군(SLA)’의 총격사건이 발생했던 장소가 포함돼 있다. 로드니 킹 구타사건 발생 장소도 방문한다.

이 관광상품은 전직 갱들이 가이드를 맡고 있으며, 자신들의 ‘무용담’을 설명한다. 관광객들은 투어 내내 버스를 타고 있어야 하며 사진 및 비디오를 찍을 수 없다. 관광을 기획한 조폭 ‘플로렌시아 13’ 출신 알프레드 로마스는 이 상품을 통해 버스관광 루트에 일자리가 창출되고 이 지역에 재투자되길 기대하고 있다. 그는 갤러리와 갱 박물관도 열 계획이다.

한용걸 기자 icykar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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