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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앨버타, 신이 내린 땅… 장엄한 로키산맥의 본향

입력 : 2009-10-16 11:43:51 수정 : 2009-10-16 11:4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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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한 빙하 호수 하늘 찌르는 자작나무 태고의 숨결 간직
“…내게 진실의 전부를 주지 마세요/ 나의 갈증에 바다를 주지 마세요…”

노르웨이 국민시인으로 추앙받는 올라브 헤우게(Olav Hauge 1908∼1994)는 아름다운 대자연을 이렇게 노래했다. 캐나다는 흥미진진한 모험이 가득한 나라이다. 로키산맥의 본 고장 앨버타주는 수려한 풍광으로 유명한 곳이다. 캐나다의 자연을 대표하는 앨버타에 다녀왔다. 에코여행이었다. 앨버타는 오직 대자연의 묵직한 무게로만 기억되는 땅이다. 동부의 허드슨만과 북부의 알래스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뼛속 가득 그윽해질 때, 머나먼 이국에서 한때나마 경직된 방향성을 잃어도 좋으리라.

◇에드먼턴 시내를 가로지르는 사스캐처원 강의 퀸 리버보트. 관광객들은 수려한 풍광에 그만 취하고 만다.
주도인 에드먼턴에서 차로 3시간 거리의 북쪽에 자리한 레서 슬레이브(Lesser Slave) 호수는 차라리 바다다. 끝이 보이지 않는 초록 물결, 해운대처럼 길게 잇닿은 백사장. 병풍처럼 펼쳐진 자작나무, 단풍 숲들…. 너비와 길이가 각각 25km, 108km라니 누가 호수라 하겠는가. 갈매기와 조개 같은 것만 없을 뿐 롱비치를 수놓는 파라솔과 원색의 수영복들을 볼 수 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수만년 전 빙하기에 형성된 이 호수는 사시사철 카약, 낚시, 하이킹, 캠핑 등을 즐길 수 있는 관광지다. 이곳을 가치 있게 하는 건 ‘보리얼(Boreal) 조류관측소’다. 호수 주변의 울창한 숲에서 서식하는 수백 종의 텃새와 철새의 이동경로, 습성 등을 관측 연구하는 곳이다. 건물 곳곳에 자연 사랑과 친환경적 배려가 묻어난다. 외형은 새가 날개를 펼친 모양이다. 창은 천연 채광창으로 햇빛을 들게 하고, 모든 자재는 친환경제품을 사용했다. 방문객에게 편안함과 신뢰감을 더해 정겹기까지 하다.

호변 깊숙한 숲 속에 있는 탐조지로 가는 길은 한 폭의 그림이다. 새소리가 들려오고, 곤충들이 반갑게 뛰어들 것 같다. 온몸을 적시는 청정한 숲 내음도 더해진다. 이곳의 모든 길은 자연 그대로다. 자연으로 들어가는 길은 바로 자연이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도 보석같이 빛난다.

엘크 아일랜드 국립공원의 넓이는 194㎢. 이곳에서는 바이슨, 엘크, 무스(말코손바닥사슴), 비버 등 40종의 보호종 동물과 250종의 새들이 자연 상태로 생활하고 있다. 모두 살펴보려면 하루는 족히 걸린다고 한다. 미리 신청하기만 하면 관찰과 하이킹, 크로스 컨트리, 스키,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숲 속의 비타민 피톤치드는 덤이다.

공원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해설사를 겸하는 직원에게 연락하면 된다. 해설사가 차에 동승해 설명해 주니 잘 활용할 만하다. 또 즉석 퀴즈를 맞히면 귀엽고 깜찍한 동물인형을 선물로 주니 공원에 대해 미리 공부해 가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엘크 아일랜드 국립공원에서 사육중인 아메리칸 들소(Bison).
에드먼턴은 대도시의 세련미에 전원도시의 친근함이 묻어나는 곳이다. 게다가 캐나다 서부지역의 친절함이 곁들여진 웰빙도시다. 캐나다 사람들은 “앨버타는 잘 먹고 잘 사는 법을 아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전 세계 요리를 제공하는 2000여 곳의 유명한 식당을 만날 수 있다. 부드러운 염소 치즈와 집에서 만든 벨기에 초콜릿 같은 신선하고 영양만점인 식품이 많다. 깔끔한 이탈리아 음식점과 전통적인 스테이크 하우스에 이르기까지 도시 전체가 식도락 천국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에드먼턴은 1년 내내 일조량이 풍부하고 하늘은 푸르다. 북극 자연미의 절정인 오로라를 가을과 겨울에 관찰할 수도 있다. 한 건물 안에 9개의 테마파크와 800여개의 상점이 있는 ‘웨스트 에드먼턴몰’은 세계적인 쇼핑몰이다. 너무 넓어 길을 잃을 수도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길이가 108㎞에 달하는 ‘바다같은 호수’ 레서 슬레이브 호수의 가을 풍경. 카약, 하이킹 등 다양한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앨버타의 유명 휴양지로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앨버타관광청 제공
에드먼턴은 재즈와 포크음악 페스티벌, 국제 프린지 페스티벌 등 연중 축제가 열린다. 도시가 늘 흥겹다. 도시 중심을 가르는 공원인 ‘노스 사스캐처원(North Saskatchewan) 리버밸리’는 뉴욕의 센트럴파크보다 22배 넓다. 리버밸리에서 즐기는 세그웨이는 경이로웠다. 세그웨이는 일종의 전기 보드다. 브레이크도 없고 동작판과 계기판도 없다. 순전히 사람의 동작만으로 움직이고 제어된다. 1회 충전에 시속 20km까지 낼 수 있고 최대 40km까지 갈 수 있다. 이동수단이지만 친환경 저탄소 무공해 레저기구이기도 하다. 가을 빛이 완연한 강변을 따라 세그웨이 전용도로를 한 시간 달리자, 한국에서의 피로가 사라진다.

앨버타가 캐나다 연방에 편입된 것은 100년이 채 안 된다. 주지사 공관 옆에 자리한 앨버타 박물관은 짜임새 있고 체계적 학습이 가능한 박물관이다. 1만1000년의 토착 문화와 화석, 각종 유물, 곤충을 일목요연하게 전시·재현해 놓았다. 사파이어와 루비, 다이아몬드 등 보석은 원석으로 전시하고 있다. 전시된 보석은 모두 7000억∼8000억원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전시된 밀랍인형과 동물 뒤편의 그림이 사실적이고 입체적이다. 당장에라도 튀어나올 것 같다. 박물관 곳곳에 설치된 어린이 부스는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게 해놓았다. 각종 단어들을 조합하고 설정해 책을 만드는 아이들의 모습이 귀엽다. 관람은 물론 보고 들은 것을 책으로 엮도록 하는 박물관. 아이들에게 상상력을 심어주고, 직접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모습은 우리 사회가 제대로 배워야 하는 현장으로 보였다.

앨버타=김철수 기자 kcs31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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