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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나연, 54전55기… 결국 ‘퀸’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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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번홀 25만弗짜리 버디… 재역전 드라마

감격의 LPGA 첫 승… 신지애는 단독 3위

삼성월드챔피언십 최종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한일전은 드라마보다도 더 드라마틱했다. 운명의 18번홀(파5·498야드). 핀까지 210야드 남기고 미야자토 아이(일본)가 5번 우드를 꺼내들었다. 챔피언조 바로 앞조에서 경기를 하고 있던 미야자토는 최나연(22·SK텔레콤)에 한 타 앞선 상황. 3온에 파만 지켜내도 최나연이 버디를 잡지 않는 한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었다.

미야자토의 캐디는 “5번 우드면 충분히 넘길 수 있다”며 채를 넘겼고 한참을 기다리던 미야자토는 핀을 향해 두번째 샷을 날렸다.

그러나 그것이 운명을 갈랐다. 미야자토의 공은 홀을 향해 날아오더니 홀앞 왼쪽에 있는 해저드에 빠지고 말았다. 18번홀 티잉그라운드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신지애(21·미래에셋)가 같은 조의 최나연에게 “아이의 볼이 빠졌다”고 말했다. 순간 최나연은 ‘이렇게 우승이 오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얼마나 기다리던 우승이던가. 최나연은 경기 후 “언제 우승했는지, 어떻게 우승했는지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길고 긴 불운의 터널을 지나온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놓았다. 최나연이 마지막으로 우승한 것은 2년 전 신세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선수권대회였다. LPGA투어에 진출한 뒤 55번째 대회에서야 첫 우승컵을 들어올린 것이다.

초반에는 쉽게 우승자가 결정나는 듯했다. 최나연은 2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토리파인스골프장 남코스(파72·6721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삼성월드챔피언십 마지막 4라운드에서 1언더파 71타를 쳐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정상에 올랐다.

3라운드까지 2위 신지애를 2타 앞섰던 최나연은 2번홀과 4번홀(이상 파4)에서 모두 5m가 넘는 긴 버디 퍼트를 잡아내며 기세를 올렸다. 6번홀(파5)에서는 이글까지 잡아내며 공동 2위였던 신지애와 미야자토를 무려 7타차로 앞서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은 듯했다.

그러나 9번홀(파5)에서 50㎝도 안 되는 파 퍼트를 놓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10번홀(파4)과 11번홀(파3)에서 연속 보기로 타수를 잃은 최나연은 그 사이 미야자토가 7, 8, 12번홀에서 연달아 버디를 잡아 급기야 1타 차로 쫓겼다. 미야자토는 16번홀(파3) 티샷을 홀 2m에 붙이며 한 타를 더 줄여 기어이 공동선두로 나섰고 반대로 최나연은 15번홀(파4)에서 3퍼트를 하며 보기를 범해 2위로 내려앉았다.

18번홀, 한 타 뒤진 상황에서 미야자토가 보기를 범해 동타가 됐고 최나연은 드라이브샷을 페어웨이 왼쪽에 보낸 뒤 193야드를 남기고 하이브리드클럽으로 그린 앞에 볼을 떨어트렸다.

퍼트로 어프로치를 한 공은 홀컵 1.2m 앞에 멈췄다. 긴장의 순간. 만일 이 홀에서 버디를 잡지 못하고 파를 하면 연장전에 들어가야 하는 절박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최나연은 침착하게 버디 퍼트를 홀에 떨구며 우승상금 25만달러를 챙겼다.

최나연과 함께 챔피언조에서 경기한 신지애는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 단독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신지애는 최저타수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는 크리스티 커(미국)가 이번 대회를 5언더파 283타(7위)로 마쳐 차이를 더 좁힌 것에 만족해야 했다.

샌디에이고=한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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