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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승기 “솔직히 시청률 강박증 있었다”

입력 : 2013-06-29 11:47:12 수정 : 2013-06-29 11:4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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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기(26)가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25일, 24부로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구가의 서’(극본 김은경, 연출 신우철)에서 ‘반인반수’인 주인공 최강치 역을 맡아 성공적인 사극 데뷔전을 치렀다.

이승기는 최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두 달여간 촬영을 하며 느꼈던 소회와 배우로서의 성장담 등에 대해 솔직히 밝혔다. 아직 20대 중반의 나이지만 올해로 벌써 데뷔 10년차를 맞는 그는 “이제는 조금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 같다”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신인 때 예능 프로그램(1박2일) 최고시청률이 40%, 드라마 첫 주연작(찬란한 유산)이 40% 나오고 하니까 정말 무서운 게 없더라고요. 어깨가 계속 올라가는 느낌? 거만해졌다기보다는 ‘내가 나오면 당연히 시청률 30~40%는 나와야지’라는 강박증까지 생겼었죠.”

거침없이 승승장구하던 시절을 ‘바람이 휘몰아치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던 중 기대에 못 미치는 드라마 시청률 성적표를 받아들고 나서야 오히려 조금 숨을 고를 수가 있었다.

“드라마가 다 잘 된 건 아니에요. 아무래도 드라마는 시청률이 중요한데,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나 ‘더킹 투하츠’ 등 시청률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죠. 그런데 그 과정에서 참 많은 걸 배웠어요. 데뷔 후 5년차까지는 제가 한 노력에 비해 다 너무 잘 됐는데, 기대 이하의 결과들을 받아보고 나니 어깨에 힘도 빠지고 ‘릴렉스’해졌다고나 할까요. 개인적으로는 제 감정 상태가 매우 세련돼졌다고 생각해요.”

다행히 첫 사극 도전으로 기대를 모은 ‘구가의 서’가 30%까지는 아니지만, 20%대 동시간대 1위로 종영하게 돼서 참 기쁜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찌는 듯한 더위에 모두가 녹초가 됐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이 워낙 좋아 그 힘 하나로 버텨냈다.

“방송계 트렌드가 시시각각 변하다 보니, 이제는 시청률보다 체감할 수 있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더 중요해졌다는 걸 느껴요. 우리 ‘구가의 서’도 국민의 생활 곳곳에까지 깊숙이 스며든 느낌이랄까요? 최강치 역할을 하면서 얻은 것 중 하나가 초등학생 팬들이 많아졌다는 거예요. 학교 앞 문방구에 최강치 캐릭터가 등장했고, 길을 걷다가도 초등생 팬들이 몰려와서 ‘강치다~ 변신해봐요’라고 조르고는 해요.(웃음)”

꼭 시청률만 가지고 자신의 출연작들을 평가받을 수는 없다는 걸 아는 그다. 이승기는 “‘구가의 서’를 통해 배우로서 조금 더 성장할 수 있었다. 뭣보다 많은 선후배, 동료배우들을 알게 됐다는 게 가장 큰 소득이었다”고 말했다.

‘구가의 서’는 그가 ‘원톱(One-top)’으로 나선 첫 작품이란 점에서도 의미가 남달랐다. 자신의 분량만 체크하기에도 바빴던 그에게 이번 작품은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왔다.

“주연배우의 개런티가 더 많은 이유가 분명 있을 거예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챙기기도 하고, 제가 속한 촬영장을 잘 꾸려가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게 생겼죠. 연기할 때도 충분히 상대방과 교감하고 호흡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신에 따라 내가 살아야 하는 신도 있고, 상대배우가 살아야 하는 신도 있는 거죠. 처음 연기에 입문했을 때는 자신감이나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면, 이제는 관대해지고 스스로 겸손하려고 노력하게 된 것 같아요. 아직 갈 길이 멀지만요.(웃음)”

24부의 대장정을 끝낸 지금 그의 마음은 시원함으로 가득 차 있을지, 아니면 섭섭함으로 가득 차 있을지 궁금했다. 혹여 아직도 강치에게 미련을 못 버리고 허우적대고 있는 건 아닌지. 이승기는 예전 한석규 배우의 인터뷰를 떠올렸다.

“제가 아직 연기자로서 서툴다보니 선배님들의 인터뷰를 꼼꼼히 읽어보고는 하는데요. 한석규 선배님이 어느 인터뷰에서 ‘맡은 역할에 100% 빙의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하신 말씀이 떠오르네요. 저 역시 배우가 캐릭터에서 못 빠져나온다는 건 대체 어떤 의미일지 궁금해요. ‘내가 만약 저렇게까지 못하면 배우가 아닌 건가?’ 걱정이 들기도 했고요. 그런데 그건 개인차가 아닐까요? 촬영장에 있을 때는 확실히 최강치지만, 일상으로 돌아오면 바로 이승기가 돼요. 스스로 그러려고 노력하죠.”

이승기는 ‘드라마의 매력’에 대해 ‘어려움을 극복해냈을 때의 설렘과 뿌듯함’을 꼽았다. 1부, 2부를 시작으로 20부쯤 다다랐을 땐 촬영장 가는 발걸음도 자연스레 무거워진다. 피로와 스트레스가 쌓일 대로 쌓인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내일 국가대표 축구경기 생중계는 없나? 혹시 특보라도 터져서 드라마 결방 안 되나?’ 부질없는 기대도 해봤단다.

하지만 이내 “마지막회, 마지막 장면에서 감독님이 ‘컷~ 수고했어’ 하는 순간 느껴지는 짜릿한 맛, 설레는 맛이 있다”고 마약과도 같은 드라마 현장의 매력에 대해 설파했다. 데뷔 10년차, 이젠 ‘드라마쟁이’가 다 된 듯 보였다.

“드라마 들어갈 때는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불안하기도 하지만, 모든 걸 극복해냈을 때 그 희열은 세상 그 무엇과도 못 바꿔요. 아무리 힘들어도 드라마를 또 하게 되는 이유가 바로 그거죠. 드라마나 저나 결국은 모든 게 해피엔딩이 되는 거죠.”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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